육바라밀의 현대적 해석 | 신행이란 무엇인가? 5

신행이란 무엇인가? 5


육바라밀의 현대적 해석 


장상목 

동아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신앙생활과 신행생활

신앙(信仰)의 사전적 의미는 ‘신과 같은 성스러운 존재를 신뢰하고 복종함’이다. 신행(信行)의 의미는 다르다. 믿고 행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믿고 어떻게 행한다는 것일까? 부처님의 개시오입(開示悟入)한 가르침을 믿고 행한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한 인간으로서 생로병사에 대한 심리적인 갈등을 여실히 드러내어 보이시고, 왕자의 허망한 부귀영화를 헌신짝같이 버리고 고행 수도하시는 모습과 구경에 가서 깨달은 경지를 일체중생들에게 실제로 연출해 보이셨다. 일체중생들로 하여금 불도를 닦으면 반드시 불도를 성취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시고 확신도 깊이 심어주셨다. 신(信)의 열매를 맺어 번뇌 망상을 여윈 피안에 도달하기 위해 온갖 방편으로 수행해야 한다. 수행 방편의 근간이 육바라밀이다.


자살 특공대의 비밀, 소문과 불안감

2005년 8월 31일 무사 알 카딤 사원 주변에 떨어지는 박격포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진하던 100만여 명의 순례자들 행렬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총 96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라크 전쟁 이후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하지만 테러범을 본 사람은 없었다. 테러범은 그저 누군가가 퍼뜨린 하나의 ‘소문’이었을 뿐이다. 소문이 터뜨린 폭탄의 뇌관은 사람들의 ‘불안감’이었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 유행) 시대에 살고 있으며, 방역 수칙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 속 거리 두기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우리들은 코로나19 감염에 공포를 느끼며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로 낙인찍히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주홍 글씨가 새겨진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나 돼지도 코로나19를 두려워할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동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코로나19를 왜 이렇게 두려워할까?


현대 정보화 시대 육바라밀의 의미

정보(情報)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작용(情)을 알려주면 머릿속에(in) 구체적인 형태(form)가 만들어지게 되고 쉽게 파악해 행동하게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보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대상 안에(in) 무엇인가를 형성시킨다(form)는 것이다.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정보에 조종당하거나 정보의 노예로 전략할 수 있다. 

인포데믹(정보 전염병) 시대에 정보의 노예가 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편견의 눈’은 장애를 보고 ‘마음의 눈’은 잠재력을 본다고 한다. ‘마음의 눈’으로 우리 잠재력을 일깨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선사들께서는 관심일법(觀心一法)이 총섭제행(總攝諸行)이라고 했다. 견성성불하기 위해 본 마음자리를 놓치지 말고 살피라는 것이다. 마음 밖에 따로 법이 없으니 본 마음자리를 잘 관하면 모든 수행을 행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수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 본심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일념관심(一念觀心) 수도에 든 사람이면 육바라밀을 모두 같이 닦고 있는 것이다. 정보 전염병 시대에서 불도 수행의 핵심인 보시, 지계, 인욕, 선정, 지혜, 정진 육바라밀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보시(布施)는 인색한 마음을 제도하는 것으로, 하심(下心)이 근간이 된다. 『금강경』에 세존께서 대비구 1,250명과 함께 처음 하신 것이 발우를 몸소 손에 드시고 차별 없이 한 집씩 차례로 걸식하시는 장면의 연출이었다. 우리 중생들에게 차별 없는 하심수행(下心修行)을 하라고 몸소 보여주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별 없이 차례로 걸식한다는 것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구별 없이 동체 평등하게 골고루 복덕을 줌을 의미한다. 유마거사가 가섭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덕을 주기 위해 가난한 집만 골라서 공양을 받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잣집은 피하고 가난한 사람에게서만 걸식하는 것은 진정으로 모든 것에 자비심을 갖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 걸식은 잘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지 않기 위한 행위다. 음식을 취하는 것은 여러 요소의 결합에 의해 구성된 이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리어 이에 대한 집착을 떠나고자 하기 때문이며 나아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마을에 가서 먹을 것을 빌 때에도 아무도 없는 빈 마을에 들어간 것처럼 집착이 없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중생들의 마음을 깨우쳐 불법을 닦게 하고 대승 법문에 들게 해 구경원각을 성취하게 해서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하고자 교화하는 보시가 진정한 보시다.

세존께서 춘다가 올리는 독버섯 공양을 드신 것처럼 중생이 올리는 공양을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춘다에게 내가 성도할 때 도움이 되었던 소녀의 우유 공양과 춘다의 버섯 공양이 보시 공덕으로 다를 것이 없다고 하셨다.

보시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더 수승한 보시일 수도 있다. 정보화 시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취사선택함으로써 아집만 쌓아가는 현실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하겠다. 정보화 시대는 점점 개방화되고 소통되어가는 것이 순리인 것 같은데, 역설적으로 점점 폐쇄화되어가는 것 같다. 정보를 취함은 정보에 집착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보의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함이며 나아가 올바른 판단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폐쇄적인 사이비 집단 또한 더욱 난무하는 이 역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모두들 고독하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전하고 싶다.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되고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정보화 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는 경청하는 훈련이 보시바라밀의 핵심이다.

지계(持戒)는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청정한 마음을 간직해 탐진치 삼독심을 다스림을 말한다. 정보화 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불안감을 극복하는 것이 지계바라밀의 핵심이다.

인욕(忍辱)은 마음을 다스려 수도하는 데 있어서 일체 마를 능히 물리치는 것을 말한다. 정보화 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확진자들을 혐오하지 않고 감싸는 것이 인욕바라밀의 핵심이다.

선정(禪定)은 마음에 어지러움이 없이 안정되어 어떠한 경계에 직면하더라도 당황하거나 흐트러지는 일이 없이 적멸경을 유지함을 말한다. 정보화 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불안감에 의연하는 것이 선정바라밀의 핵심이다.

반야(般若)는 일체 망념을 여의고 마음에 어리석음이 없는 본내지(本來智) 그대로를 간직해서 유지함을 말한다. 정보화 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불안감의 실체를 깨달아 번뇌 망상이라는 무지를 벗어나는 것이 반야바라밀의 핵심이다.

정진(精進)은 오직 원각을 성취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일체심을 놓아버리고 마음을 쉬는 공부를 부지런히 각고 수도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화 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불안감의 실체를 꼼꼼히 관찰하는 것이 정진바라밀의 핵심이다.

배우 윤여정이 “배우 인생의 원동력은 열등의식”이라고 말했다. 열등의식이 있었기에 어떤 연기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우월의식과 달리 열등의식은 자기를 낮추는 행위이고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음속 불안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당당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고 싶다. 결론을 말하면 육바라밀의 근간이 하심 수행임을 명심하자.  



장상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에서 석사를, 일본 도쿄공업대학에서 전자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교수불자연합회 회장, 한국교수불자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아대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성불의 길잡이』, 『마음으로 상상하기』 등이 있고, 『바이오 센서』, 『발상전환』 등의 번역서가 있으며, 「불교 관점에서 정보사회 바로보기」, 「4차 산업 혁명 시대」, 「불교 어떻게 알고 어떻게 깨달을 것인가」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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