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명법 스님 해인사 국일암 감원
모든 이야기에는 발단이 있다. ‘발기인연’이라고 불리는 경전의 도입부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잘 보여주는데, 승원의 일상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탁발 후 공양을 마친 부처님에게 수보리가 질문함으로써 시작되는 『금강경』의 차분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하안거를 마친 대중이 파사익 왕의 공양 청을 받아 승원을 비운 사이 홀로 탁발을 나간 아난에게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설법이 시작되는 『능엄경』은 시작부터가 매우 파격적이다. 다문제일인 아난과 주술사인 마…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참인고
참이고 거짓이고 모두 다 헛것일세
안개 걷히고 낙엽 진 맑은 가을날
언제나 변함없는 저 산을 보게
- 경허 선사(1849~1912)
지속 가능한 경영 위해서도 채식 문화 확산 필요하다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회장
기업의 새로운 생존 키워드로 ESG 경영이 화두로 등장했다. 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al), 사회 공헌(Social), 윤리 경영(Governance)을 뜻하는 말로, ESG는 ‘기업’,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쉽다. 과거에 기업의 전통적 경영 방식은 재무적 가치, 즉 수익성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주주, 소비자, 지역사회, 언론 등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기업의 역할이 변하면서 경영 방식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요…
작은 절, 큰 믿음|암자 기행
봄[見]에 속박당하지 않는 봄[觀]
해남 달마산 도솔암
해남 달마산 남쪽 끝자락의 서쪽 기슭에 ‘도솔암’이라는 암자가 있습니다. 달마산 등성마루에서 살짝 내려앉은 바위벼랑에 가부좌를 튼 모습입니다. 여느 절집의 산신각만 한 크기입니다만, 그 입지는 명안(明眼) 납자의 ‘눈’입니다. 바다의 숨구멍인 양 하늘을 마시고 있는 진도 일대의 섬들이 그윽이 다가오는 곳입니다. 이곳을 최초로 찾아낸 사람은 한국 화엄종의 시조 의상 스님입니다. 그 내력이 『동국여지승람』에 전해옵니다. “(달마산 등성마루 위로) 흰 돌이…
공간이 마음을 움직인다
건물과 자연이 하나가 된 절
비슬산 대견사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 공학 박사
해발 1,000m에 있는 절을 오르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최소한 두 시간 이상 땀을 흘려야 닿을 수 있다. 그런 높은 곳에 절을 세운 옛 큰스님들의 행적을 그저 칭송할 수밖에 없다. 달성군 비슬산에 있는 대견사도 그런 절이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 때 지어졌다고 하니 제대로 된 길도 없는 곳에 어떻게 절을 지었을지 그저 감탄만 나온다. 요즘은 대견사까지 버스가 사람을 실어 나르니 대견사에 가면서 땀을 흘릴 일은 사라졌으나 …
지금 여기의 계를 논해야 하는 이유
윤원철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
인간이 여느 짐승과 다른 점 중에 하나가 자기 자신을, 또 자기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안다는 것이다. 하나의 개체 생명으로서는 모든 것을 자기가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만 알아차리고 이해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를 벗어나서 바깥의 입장에서 자신과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개체 생명체에게는 자기 몸뚱이가 절대적인 존재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이 한 몸뚱이의 한계를 벗어날 줄 아는 묘한 능력이 있다.…
21세기 보살계 2
불교 계율이란 무엇인가?- 대승보살계를 중심으로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동국대 경주캠퍼스 겸임교수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모든 일상에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침투해오며 사회의 모습이 크게 변화되어,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등의 사회현상을 걱정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이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생각하던 21세기로 접어들며 모든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
21세기 보살계 3
21세기 출가 수행자의 계를 말하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월정사 교무국장
윤리가 기본이 되는 사회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영웅은 미인관을 넘기 어렵다(英雄難過美人關)”거나 ‘아랫도리 일은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 남성들 안에서는 공공연히 흘러 다녔다. 하기야 자유당 때는 국회의원들 간에, ‘첩은 두지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던 시기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1970~1990년대 초, 개발 시대의 재벌 회장이나 정치인에게 불륜과 사생아 얘기는 전 국민의 가십거리 정도였다. 그러나 이…
21세기 보살계 4
21세기 재가 불자의계를 말하다
이병욱 고려대학교 강사
오늘날의 재가 불자는 어떤 생활 자세로 보살계를 지키고, 또 행해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정확한 대안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범망경』을 중심으로 대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관찰해본다.대승계(보살계)는 삼취정계(三聚淨戒), 곧 율의계, 섭선법계, 요익유정계를 말한다. 첫째, 율의계(律儀戒)는 대승불교 이전의 부파불교의 계를 지키는 것이다. 둘째, 섭선법계(攝善法戒)는 선을 행하는 것이다. 셋째, 요익유정계(饒益有情戒)는 다른 중…
제8아뢰야식은 의식, 두뇌, DNA와 어떻게 다른가?
한자경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
우리의 지난 경험의 내용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모두 축적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볼 때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유식이 놀라운 것은 그러한 정보의 보관소, 종자가 함장된 곳을 우리 각자의 심층 마음, 아뢰야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식은 왜 종자 보관소를 심층 마음인 아뢰야식이라고 하는 것일까? 유식이 종자의 보관소라고 설명하는 아뢰야식은 우리가 흔히 정보 보관소로 떠올리는 1) 의식이나 무의식, 2) 두뇌…
불교와 신경과학의 세계 5
음악과 두뇌는마음과 지성이 교감하는 관계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 대학교 니액 연구 교수
최근 한국의 대중음악가들과 고전음악가들이 국제적인 인기와 명성을 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들의 음악적 재능은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음악적 감수성과 자질은 두뇌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음악은 두뇌의 기능을 넓고 깊게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음악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두뇌의 활동을 자기 공명 영상술(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과 같은 두뇌 영상 기법을 사용해…
나의 불교 이야기
엄마가 들려준 불교 소리, 40년 국악 인생으로 이어져
성의신 해금 연주자, 천태예술단 단장
사유와 성찰
다시 불교를 보다 (5)
어떤 삶을 살 것인가 ①
이수정 창원대학교 철학과 교수・대학원장
최근 불교에 대한 책을 내면서 『초전법륜경』과 『반야심경』을 좀 특별히 강조했다. 우리 귀에 상대적으로 자주 들려 유명한 『법화경』, 『화엄경』, 『아함경』, 『금강경』 … 등등이 모두 불설 경전이니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굳이 저 두 경전을 특별히 조명한 것은 거기에 불교의 핵심이 간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장점이 분명히 있다.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나는 워낙에 심…
작은 것이 아름답다
다름, 생명
김승현 그린 라이프 매거진 『바질』 발행인
물웅덩이를 들여다보다경주에 내려온 이후로 집 앞 강변과 들판을 돌아다니는 것은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글이 잘 풀리지 않아서, 날이 좋아서, 비가 시원하게 와서, 그냥 걷고 싶어서 등등 온갖 이유로 말이다. 다양한 그 이유 중에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이유는 온갖 자연 구경이다. 한번 해본 사람은 안다. 그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예전 서울 흑석동에 터를 잡고 살 때 한강변에 자주 산책을 나갔었다. 간혹 발 바로 아래 흐르는 한강에 물고기라도 보이지 않으…
명상 (3)
건강과 질병 극복을 위한 명상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명상을 하면 암이 치료되나요?”“명상을 하면 일단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동문서답(東問西答)처럼 들리는 대화일 수 있다. 암 센터로부터 클리닉으로 의뢰를 받은 환자와의 대화 한 소절이다.암이라는 큰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는 어떤 말이라도 좋은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한다.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다거나, 수치가 떨어졌다와 같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살이 빠지고, 소화가 안 되고, 잠이 오지 않고, 또 여기저기가 아프고와 같은 이차적인 증상 역시 직…
살며 생각하며
붉은 노을
김태겸 수필가
늦은 오후, 별일 없으면 집 근처 한강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집중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두 시간 정도 걷다 보면 몸은 가벼운 땀에 젖고 머리는 맑아진다.
돌아오는 길, 나는 한강 하류가 잘 보이는 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해가 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다. 강물은 태양의 마지막 빛이 아쉬운 듯 눈이 부시도록 반짝인다. 노을은 점점 붉게 물들어 해지기 직전 절정을 이룬다. 그 붉은빛의 아름다움이란…. 내가 저녁 …
책 읽기 세상 읽기
마음은 왜 ‘무지’를 소망하는가
『알고 싶지 않은 마음』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백신에 대한 끔찍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객관적 사실을 믿지 않고 주관적 믿음에 근거해, 눈앞에 존재하는 사실들마저도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평소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와 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고 부정하며 심지어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고방식. 이를 확증편향의 오류라고 한다.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