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경영 위해서도 채식 문화 확산 필요하다 | 캠페인 “육식을 줄이자”



지속 가능한 경영 위해서도
채식 문화 확산 필요하다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회장


기업의 새로운 생존 키워드로 ESG 경영이 화두로 등장했다. 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al), 사회 공헌(Social), 윤리 경영(Governance)을 뜻하는 말로, ESG는 ‘기업’,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쉽다. 과거에 기업의 전통적 경영 방식은 재무적 가치, 즉 수익성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주주, 소비자, 지역사회, 언론 등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기업의 역할이 변하면서 경영 방식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요구되었다.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전 세계적 흐름이다. 

선진국일수록 자본시장이 고도화되면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좋은 기업이 아니라 투명하고 옳은 방향으로 돈을 버는 것이 좋은 기업의 조건이 된다. 

ESG는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정부, 사회단체, 종교계 그리고 개인에게도 해당된다. 개인의 삶도 환경과 사회 공헌·윤리 경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삶의 질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는 부처님 말씀이라 생각한다. 이 말씀은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평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는 산업의 발전을 위해 환경을 훼손했으며, 이미 많은 생명들이 멸종했다. 계속 멸종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갖고 ESG를 실천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나는 급식 사업을 하는 기업인이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실상 많은 기업인들은 돈이 우선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을 경영한다. 나 역시 ‘엄마의 마음과 정성’을 모토로 내 가족에게 지어주는 밥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제공해보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사랑·봉사·신뢰를 경영 이념으로 삼게 되었다.

사업을 하기 전부터도 채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채식이 내 건강을 지켜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나이를 먹으면 나잇살이 찌는데 탄수화물이 살을 찌게 한다는 것을 알고는 쌀과 밀가루를 줄이고 그 대신 채소를 많이 섭취하기 시작했다. 또한 식사를 할 때 밥이나 면 같은 것을 먼저 먹지 않고 채소를 먼저 먹은 뒤에 위가 포만감을 느낄 때 밥이나 면을 먹었다. 우리 몸은 몸 안으로 먼저 들어온 것을 지방으로 전환하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우리 몸이 섭취한 음식을 지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멈춘 뒤에 쌀이나 면 종류를 먹는 것이다. 쌀과 밀가루도 식물이지만 음식 먹는 순서를 조정해도 몸 안의 지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것을 급식 사업을 하면서도 늘 마음에 두었다.
급식 사업은 일차적으로는 B2B사업이지만, B2B가 성사된 뒤로는 B2C의 영역이 된다. 이 단계에 들어가면 위생과 질, 즉각적인 소비자의 요구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비자로부터의 신뢰를 유지해야 하며, 식생활은 국민의 복리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늘 전문성을 높이고 한시라도 공익적인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가 보다 돈을 어떻게 버는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조금 덜 벌면 나와 똑같은 수준의 의식과 전문성을 가진 다른 기업인이 나와 비슷하게 돈을 벌 수 있다. 이것도 상생이고 분배다. 돈을 버는 방법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과도 연관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주목한 ESG 경영의 한 방식은 탄소 중립 생활 문화 확산에 동참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맛과 욕구를 따라야 하므로 100% 채식으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ESG 경영에 눈을 뜨고 난 뒤에는 더 많은 채소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요즘 채식 문화가 확산되면서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다. 고객의 이런 취향을 발견하고, 내가 운영하는 곳 가운데 하나인 국회의원회관 구내식당에서는 매주 한 번을 ‘채식의 날’로 정하고 비건 메뉴를 개발해 제공한다. 이를 위해 고객의 다양한 입맛에 맞춘 메뉴와 영양까지 고려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이것을 독점하지 않고 요즘에는 더 많은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채식 메뉴 조리 방법을 유튜브를 통해 소개할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한 예로 소고기를 부피 기준으로 100mm를 먹는다면 채소를 일곱 배 반인 750mm 함께 섭취해야 우리의 위장이 편해지고 따라서 소화가 원활하게 된다.

나의 작은 시도가 지구의 탄소를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나 탄소를 줄이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절반이 가축의 사육에서 발생하는 것을 생각할 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육류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또 육류를 줄이고 채식을 늘리며 부족한 단백질은 콩류 같은 식물로 일정 부분 대체한다면 조금이라도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대체육(alternative meat)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으니 나처럼 급식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현상에 호응해 나는 ‘대체육을 활용한 식사의 날’을 기획했다. 서울의 어느 지역 시민단체와 유관 기관에 직접 우리가 개발한 비건과 대체육 레시피를 제공하려는 계획을 최근에 수립했다. 이것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추진한다.

개인의 식생활에서 육류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개인 스스로 하고 또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때도 활용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나처럼 급식 사업을 하는 이들이 이런 운동에 앞장선다면 더 빨리 확산되지 않을까 싶다. 극소수이지만 일부 고객들은 채식 식단의 단가가 낮을 거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채소를 재배하느라 땀을 흘리는 농부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육류보다 유통 구조가 더 까다롭다는 점을 고려할 때 채소가 육류보다 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채소 가격은 늘 유동적이므로 식단에서 채식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기업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기업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가의 문제가 ESG 경영의 핵심임을 고려할 때 육류를 줄이고 채식의 비중을 높인 식단의 개발은 분명히 사회적으로 나아가 전 지구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이 아닌가 싶다. 


정기옥 1999년 급식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설립해 23년째 경영하고 있다. 서울상의 부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는 단체 급식 전문 중견 기업인 엘에스씨푸드 회장으로 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 공헌 활동에 수익의 많은 부분을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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