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사홍서원으로
하루를 열고 닫는다
박영재
서강대 명예교수·선도회 법사

형편없는 마마보이로 성장한 필자는 방황하던 시기인 1975년 10월 선도회(현 선도성찰나눔실천회) 종달(宗達)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익힌 ‘사홍서원’은 새벽 6시 무렵 눈을 뜨자마자 다리를 틀고 앉아 하루를 여는 첫 기도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늘 이 기도문을 염송하기는 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 후 노사 입적 10주기 기념집을 편찬하며 간화선 수행을 위한 노사의 핵심 세 가풍이 ‘귀의삼사(歸依三師)’, ‘좌일주칠(坐一走七)’ 및 ‘입실점검(入室點檢)’임을 밝혔습니다. 이어 입적 20주기 기념집을 편찬하면서 생업(生業)과 수행(修行)이 둘이 아닌 ‘생수불이(生修不二)’를 제창하며 통찰(洞察)에 대한 실천적인 면은 명료하게 밝혔습니다.
◦ 신사홍서원을 새롭게 제창하다
한편 선도회 회원들이 비록 일상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만, 선도회 공동체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나눔[布施] 실천에 대한 면은 결여되어 있음을 통감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사홍서원’은 보살의 경지에 오른 분들만이 실천 가능하며 일반인들은 단지 형식적으로 입으로만 염송하고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누구나 날마다 실천할 수 있는 ‘신사홍서원(新四弘誓願)’을 2011년 새롭게 제창했습니다. 이후 선도회 법회를 마칠 때는 물론이고 각자 이 기도문으로 아침을 열며 멋진 하루를 보내고 역시 이 기도문을 염송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앞의 두 구절은 나눔을, 뒤의 두 구절은 통찰을 위한 기도문으로 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날마다 한 가지 선행(善行)을 행하오리다.
2. 날마다 한 가지 집착(執着)을 버리오리다.
3. 날마다 한 구절 법문(法門)을 익히오리다.
4. 날마다 한 차례 화두(話頭)를 살피오리다.
참고로 필자가 노사 입적 30주기 기념집을 편찬하며 신사홍서원을 바탕으로 <십우도>의 제10단계인 ‘입전수수(入鄽垂手)’에서 뿐만이 아니라 제1단계에서조차 나눔 실천이 가능하다는 점을 새롭게 제창했습니다.
◦ 나의 하루
먼저 정년퇴직 전 필자는 새벽 6시 신사홍서원을 염송하고 1시간 정도 어록[법문] 새기기를 포함해 좌선[화두] 수행을 마친 다음, 잠시 오늘 해야 할 시급한 일들을 살핍니다. 그리고 ‘식사오관(食事五觀)’을 염송하고 아침을 먹은 다음 (자가용 운전 집착에서 벗어나) 전철로 출근합니다. 서강대 과학관에 도착해 연구실로 가는 동안 건물 안팎의 눈에 띄는 쓰레기들을 쓰레기통 속으로 넣습니다[선행]. 한편 근무 시간 가운데 오전에는 주로 물리학 강의 준비와 최신 연구 논문 자료들을 살핍니다. 점심때는 동료들과 교내 식당에서 역시 식사오관을 염송한 후 식사를 합니다. 그런 다음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법문 자료들을 새기거나 정리를 합니다. 오후에는 ‘참선’을 포함한 성찰 관련 교양과목에 관한 강의 준비와 강의를 하며 대학생들의 꿈과 고뇌를 살피며 향상의 길로 이끌고자 애씁니다. 이어 오후 5시 퇴근해 귀가할 때까지 ‘수식관’ 호흡을 하면서 심신을 가다듬고 선도회에서 행할 법문 구상도 합니다. 그리고 귀가 후 저녁 식사 때 식사오관을 염송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어 밤 10시 다리를 틀고 앉아 몇 분간 수식관을 수행하며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오늘 계획했던 일들을 제대로 실행했는지, 그리고 누구와 다투지는 않았는지 등을 잠시 반성한 후 1시간 정도 좌선을 한 다음, 신사홍서원을 염송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한편 정년퇴직 후 강의와 연구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달라진 점은 매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성찰 글쓰기를 하다 보니, 신사홍서원을 더욱 철저히 실천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동네 문화센터에서 ‘한글서예’ 강좌를 수강하면서 신사홍서원을 포함한 법문 사경(寫經)을 통해 더욱 철저히 이를 온몸으로 새기게 되었다고 사료됩니다.
끝으로 비록 매일은 아니지만 환절기에 잘 입지 않는 깨끗한 옷들을 의류 수거함에 넣기, 평소 절약한 용돈을 모아 마음 가는 곳에 기부하기, 수행 관련 강연이나 글 기고하기 등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박영재 |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와 동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강원대 교수와 서강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강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편 선도회 종달 노사 입적 이후 1990년부터 제2대 지도법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숭산 선사로부터 두 차례 독대 점검을 받았다. 저서에 『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기』, 『온몸으로 돕는 지구촌 길벗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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