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윤리학 입문』 - 불교인이 가질 수 있는 윤리학적 고민 탐구|이 책을 소개합니다

대원불교학술총서 『불교윤리학 입문』

불교인이 가질 수 있는
윤리학적 고민 탐구

조은수 『불교윤리학 입문』 번역자,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데미언 키온 지음·조은수 옮김, 도서출판 운주사 刊

현대의 불교인이 가질 수 있는 윤리학적 고민을 여덟 가지로 정리해 소개한 책
도덕은 불교의 가르침 속에 깊이 들어 있다. 도덕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종교는 없겠지만, 불교는 특히 비폭력 그리고 자비심 같은 덕성의 중요함을 웅변적으로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후에 선(禪)이나 티베트 불교 등에서도 그 표현은 다르지만 붓다의 계율이나 가치관이 보이는 도덕적 핵심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데미언 키온 교수는 영국의 불교학자로 초기 불교와 불교윤리학 부문에서 세계적 권위로 인정되는 분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학자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불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칼리지 교수로 오래 근무한 후에 현재 은퇴해 명예교수로 있다. 그가 쓴 윤리학과 관련한 다수의 저술 중에서도 이 책은 200쪽을 밑도는 간소한 분량으로 현대의 불교인이 가질 수 있는 윤리학적 고민을 여덟 가지로 깔끔하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한번 관심을 가질 만하다. 2006년 출간 후 AI나 유전자 복제 등의 최신 주제를 전면 보완해 2020년에 현재의 개정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본인은 대학 재직 중 학부생을 위한 수업에서 이 책을 교재로 사용한 적이 있다. 살아 있는 윤리적 쟁점들을 놓고 주제 토론할 때 학생들이 불교철학에 더욱 흥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교와 서양 윤리학 비교하고 현대 사회가 직면한 도덕적 문제 탐구
제1장은 불교의 도덕적 가르침의 기초를 소개하며, 불교에 익숙한 독자라도 자신의 지식을 다시 점검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제2장은 서구 현대 윤리학의 기본 이론을 다루며, 의무론, 공리주의, 덕 윤리(德倫理), 특수주의, 완전주의 등의 개념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불교가 서양 윤리학의 이론적 지평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제3장부터 마지막 제8장까지는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각론이다. 동물과 환경, 성과 젠더, 전쟁과 폭력 테러리즘, 낙태, 자살과 안락사, 인공지능 등의 여섯 가지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예를 들어 안락사와 자살의 문제에 대해 초기 불교 자료에는 안락사 자체에 대한 명확한 용어나 체계적 논의는 없지만, 붓다 자신이나 그의 제자들이 생명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 그 사유의 자취가 생생히 남아 있다. 결론은 불교에서 자비심은 중요한 도덕적 가치이지만,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끊는 행위는 아힘사(비폭력) 원칙과 충돌한다고 설명한다. 붓다는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생명을 끊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불교는 안락사에 반대하는 입장이니까 그러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생명은 보존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일까? 5세기의 붓다고사가 불치병 환자의 상황에 대해 두 가지의 대조적 시나리오를 언급한 예를 보여주면서 저자는 불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생명을 보존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치료법이나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무리한 의학적 개입에 의존해 자연적 생명을 연장하고자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유한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그것은 갈애와 망상에서 비롯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불교의 윤리적 입장 이론적, 철학적, 학문적으로 도출…
불교의 윤리학적 입장에 대해 비판하거나 유보하는 경우도 있어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목표는 불교의 윤리적 입장을 이론적으로 철학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도출해내려는 것이다. 불교의 각종 윤리학적 입장의 강점과 약점을 이리저리 분석해나가면서, 가능한 사유와 논변의 조약돌들을 하나씩 다 들춰보고 이런저런 반론을 시도한다. 그는 자신이 제시하는 이론이 항상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떤 경우는 불교의 윤리학적 입장에 대해 비판하거나 유보하는 경우도 있다. 불교가 전통 종교로서 우리의 일상과 사고 속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한국의 독자의 경우, 이 책에서 말하는 일부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며 사유를 확장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은수|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석사를 마치고 미국 U.C. 버클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과(불교철학 전공)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동 대학 명에교수로 있다. 미국 미시간대 조교수, 불교학연구회 회장, 서울대 여교수회 회장,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지역 세계기록문화유산 출판소위원회 의장, 제19차 세계불교학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Language and Meaning: Buddhist Interpretations of “The Buddha’s Word” in Indian and East Asian Perspectives』와 『불교와 근대, 여성의 발견』, 『마음과철학』(공저), 『21세기의 동양철학』(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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