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의 토굴 돌구멍 절, 영천 은해사 중앙암|기도하기 좋은 절

원효대사의 토굴
돌구멍 절
영천 은해사 중앙암


은빛 불법의 바다 – 영천 팔공산 은해사
새벽녘이면 안개와 구름이 파도를 치는 불법의 바다가 있다.
신라의 오악 중 으뜸으로 꼽히던 신령스러운 산, 경상북도 영천시 팔공산의 은해사에서 바라본 풍경을 일컫는다.
영천의 팔공산 은해사 풍경을 두고 신라 진표율사는 말했다.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道銀色世界 如海重重)”
은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이며 아미타불을 모시는 미타도량이다. 신라 41대 헌덕왕 1년에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해안사’를 창건했는데, 이 사찰이 1545년 조선의 인종 원년에 큰 화재로 전소되어 사라지면서 이듬해인 1546년 명종 원년에 ‘천교화상’이 국가 보조금으로 지금의 장소에 법당을 지었다. 그 후 중건과 중창을 겪으며 한국 불교의 강백들을 양성하는 ‘종립 은해사 승가대학원’까지 보유하게 된 것이 현재의 ‘은해사’이다.


고승들과 시대의 인플루언서들이 남긴 기도의 흔적
은해사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새겨진 현판들이 즐비하다. 보화루 편액, 불광각에 있었다는 성보박물관의 불광 편액, 은해사 현판 등 당대의 인플루언서였던 추사의 글씨가 은해사에 남은 것은 은해사와 팔공산이 배출한 큰 스님들이 추사와 소통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은해사에 맥을 둔 큰 스님들은 누구일까.

신라 시대, 우리나라 대승불교의 장을 연 원효 스님, 해동 화엄종의 초조 의상 스님, 고려 시대에 조계종의 시조가 된 보조국사 지눌 스님, 『삼국유사』를 저술한 보각국사 일연 스님, 조선 시대 선교 양종의 총본산을 만든 홍진국사, 화엄학의 대강백이신 영파성규 스님, 그 외에도 향곡 스님, 운봉 스님, 성철 스님 등이 은해사와 연을 이었다.

그래서일까, 은해사에는 큰 법회가 자주 열렸고,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신 은해사 극락보전(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67호)에는 보물 제1270호로 지정되어 있는 ‘영천 은해사 괘불탱’이 천상세계로 올라가는 듯 아름답게 펄럭이던 모습을 칭송하는 수많은 학자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은해사의 발길 이어지는 소원 기도처 – 쌍거북 바위와 중앙암
은해사의 뒤편 삼천불전과 산신각처럼 불심과 민심을 모두 보듬는 소원 기도처들이 있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과 함께 소원 명당으로 유명해진 ‘쌍거북 바위’도 그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 한국 정신문화 말살 정책으로 훼손한 ‘쌍거북 바위’를 복원해놓은 지금의 ‘쌍거북 바위’는 은해사를 찾은 이들이라면 중앙암에서 기도를 하기 전 거치는 필수 코스다. 쌍거북 바위를 거쳐 차로 이동해도 되고,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옛길로 걸어 올라가도 좋은 기도 명당이 있다. 팔공산 절벽에 제비집처럼 매달린 전각, 은해사 중앙암이다.


원효대사의 토굴을 품은 돌구멍 절, 중앙암
팔공산 동쪽 칠부 능선에 매달린 듯 서 있는 중앙암은 소슬바람 소리와 청아한 물소리를 떨군다. 중앙암을 처음 찾는 분들이라면 일주문을 찾기 힘들다. 이름 그대로 ‘가운데 중(中)’ 자에 ‘바위 암(巖)’ 자를 쓰는 중앙암은 한자 이름보다는 한자를 풀어 쓴 ‘바위구멍 절, 돌구멍 절’이라 불리는데, 바위 사이 구멍이 일주문을 대신하기 때문에 일주문이 따로 없다.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돌구멍을 지나면, 손바닥만 한 절 마당이 나오고, 팔공산을 품에 안을 듯한 절벽에 중앙암 대웅전이 서 있다. 중앙암의 대웅전과 관음전, 삼성각과 용왕각, 김유신 장군이 화랑 시절 이곳에서 심신을 단련하며 마셨다는 석간수-장군수까지, 중앙암에는 천 년의 염원들이 서려 있고, 그 소원들이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특히 기도하기 위해 중앙암을 찾았다면, 극락굴을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보통 몸집의 사람도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공간뿐인 극락굴은 원효 스님이 『화엄경론』을 집필할 때 이 굴에서 『화엄경 약찬게』를 외우다가 화강삼매에 들었고, 바위가 쪼개지는 소리에 깨달음을 얻어 화엄론을 완성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원효 스님뿐만 아니라 조선 말기 영파 스님이 이곳 극락굴에서 정진하다가 화엄삼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여러 스님들이 그 뒤를 잇기 위해 정진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도 중앙암 극락굴은 공부를 하거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세 바퀴를 돌고, 청정히 계율을 지키기로 기도하면 그 염원이 이루어지는 기도처로 유명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중앙암의 좋은 기운을 느끼시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길, 기원한다.

● 영천 은해사 중앙암 - 경북 영천시 청통면 청통로 951-880


글|정진희
방송작가, KBS <다큐온>, <다큐공감>, <체인지업 도시탈출>, EBS <요리비전>, <하나뿐인 지구>, <희망풍경>, MBC <다큐프라임>, JTBC <다큐플러스> 등에서 일했고, 책 『대한민국 동네 빵집의 비밀』을 출간했다.
사진|마인드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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