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마』 - 업보 윤회 사상의 기원과 전개|이 책을 소개합니다

대원불교학술총서 『까르마』

까르마(Karma)
- 업보 윤회 사상의 기원과 전개

최경아 『까르마』 번역자

요하네스 브롱코스트 지음, 최경아 옮김, 도서출판 운주사 刊

업보로서의 카르마의 기원 베다에서 찾을 수 없다고 단언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이번 생은 망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표현들이 자주 들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타임 슬립을 다룬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 생이나 내생, 또는 시간 여행을 낯설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전통 관념으로 간주되던 업보 윤회 사상이 오히려 트렌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세상은 다채롭게 변화한다. 유사한 예로 ‘화신’을 의미하는 힌두교 개념인 ‘아바타(Avatar)’가 컴퓨터 용어로 시작해서 일상어로 활용되고 있다.

카르마(Karma)는 업보를 의미하는 인도어이다. 윤회와 연결되어서도 이해된다. 카르마의 가장 포괄적인 의미는 행위이다. 이 개념은 인도에서 시대와 종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었다. 불교에서는 갈마(羯磨)라는 음사어로도 활용되었는데, 작법(作法)이라고도 하며 불교 의식 절차를 의미한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문헌이라고 할 수 있는 베다(Veda)에서 카르마는 제사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용례를 볼 때 카르마는 목적을 가진 형식적 행위인 듯이 보인다. 그러나 『까르마』의 저자인 요하네스 브롱코스트는 업보로서의 카르마의 기원은 베다에서 찾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도 종교 및 철학 전통에서 카르마 개념의 기원과 전개 추적한 학술서
『까르마』는 인도 종교 및 철학 전통에서 카르마 개념의 기원과 전개를 추적한 학술서이다. 저자 브롱코스트의 대표작인 『대마가다(Greater Magadha)』와 비교하면 분량이 적고 세세한 각주도 부재하지만 인도학 권위자로서의 그의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는 명저임은 분명하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줄곧 믿어왔던 카르마에 대한 전통적 가정을 해체하려는 학문적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이 책은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의 핵심 사상인 카르마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분석하며, 이 사상이 형성되어간 과정을 추적한다.

카르마 개념은 특정한 사회-종교적 조건에 의해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라고 주장
브롱코스트는 카르마 개념이 초기 베다 전통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마가다(갠지스 문명의 중심지)에서 비롯된 금욕주의적 종교 운동의 영향을 받아 점진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초기 베다 문헌에서는 주로 제식 행위와 현생이나 다음 생에 있을 즉각적인 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도덕적 인과가 다중 생애를 넘어 확장된다는 개념은 없었다는 것이다. 금욕주의 전통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행위가 장기적인 결과를 초래하며, 심지어 여러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사상이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베다 제식주의에 도전하면서, 동시에 윤리적 책임과 업보의 개념을 강조하게 되었다. 저자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며, 독자들에게 기존의 가정과 통념을 의심하고 넘어서 볼 것을 촉구한다. 그는 카르마 개념이 인도 종교 사상의 자연스러운 전개가 아니라, 특정한 사회-종교적 조건에 의해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초기 베다 신앙과 후대의 카르마 사상을 구분함으로써 제식 중심의 바라문 전통(Brahmana)과 고행 중심의 사문 전통(Shramana)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또한 불교, 자이나교, 그리고 후기 힌두교가 카르마 개념을 각자의 종파적 철학적 틀에 맞게 어떻게 수정하고 적용했는지를 조명한다.

카르마는 인도 사상에서 가장 지속적인 개념 중 하나로서 이 책은 그 전개 과정을 탐구하는 연구이다. 문헌 분석과 역사적 맥락을 연계하며 브롱코스트는 독자들에게 카르마에 대해 종파적 선입관 없이 재고하도록 요구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카르마 개념이 본질적이거나 시대를 초월한 교리가 아니라, 지적·문화적 변화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다른 그의 저작과 마찬가지로 그는 냉정하고 엄격한 잣대로 모든 연구 대상과 일정 거리를 둔다. 인도학 분야에서 그는 독창적이며 선명한 자취를 남겼다. 『까르마』는 학자와 일반 독자들 모두가 종교적 개념의 복합성과 역사성을 이해하도록 일조한다.


최경아|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고, 인도 뿌네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경상대 인문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동국대 다르마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다. 「자아(self)와 개인(person)에 대한 정의 고찰–초기 불교를 중심으로」, 「인도 불교에서 개아론자의 출현과 의미」, 「부파불교에서 바라본 몸과 마음」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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