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 선지식 만남과 「보현행원품」|다시 읽는 경전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입법계품」 제3권

선재동자 선지식 만남과
「보현행원품」
- 관자재보살


저 때에 선재 동자가 일심으로 저 비실지라 거사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저 보살 해탈의 장에 들었으며, 저 보살의 능히 생각에 따라 주는 힘을 얻었으며, 저 모든 부처님의 출현하시는 차제를 기억하였으며, 저 모든 부처님의 상속하는 차제를 생각하였으며, 저 모든 부처님의 명호 차제를 지니며, 저 모든 부처님의 설하신바 묘법을 관하며, 저 모든 부처님의 구족한 장엄을 알았으며, 저 모든 부처님의 정등각 성취를 보았으며, 저 모든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업을 요달하면서 점차로 유행하여 저 산에 이르러서 곳곳에서 이 관자재보살을 찾아 구하였다. 그 서쪽면을 보니, 암곡의 가운데 샘이 얽히어 비쳐 흐르고 수림이 우거져 울창하며, 향초가 유연하게 오른편으로 돌아 땅에 베풀어진 곳에 관자재보살이 금강 보배의 돌 위에 가부를 결하여 앉아 계셨다. 무량한 보살이 다 보배의 돌 위에 앉아서 공경히 에워쌌다. 그리하여 그들을 위하여 대 자비법을 선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일체중생을 섭수하게 하심이라. 선재 동자가 보고 난 다음, 환희 용약하여 합장하고 살펴 바라보면서 눈을 잠시도 깜박이지 않고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선지식이란 것은 곧 이 부처이며, 선지식이란 것은 일체 법의 구름이며, 선지식이란 것은 모든 공덕의 장이며, 선지식이란 것은 가히 만나기 어려우며, 선지식이란 것은 십력의 보배 원인이며, 선지식이란 것은 다함이 없는 지혜의 횃불이며, 선지식이란 것은 복덕의 싹이며, 선지식이란 것은 일체 지혜문이며, 선지식이란 것은 지혜의 제도자시며, 선지식이란 것은 일체의 지혜에 이르게 하는 조도구라’ 하고, 문득 곧 대보살의 처소에 가서 참례하였다. 저 때에 관자재보살이 멀리 선재 동자를 보시고, 고하여 말씀하시었다.

“잘 왔도다. 네가 대승의 뜻을 발하여 중생을 널리 섭인하여 교화하며, 바르고 곧은 마음을 일으켜서 불법을 오로지 구하며, 대비가 깊고 무겁게 하여 일체를 구호하며, 보현의 묘행이 상속하여 앞에 나타내며, 큰 서원의 깊은 마음이 원만하고 청정하며, 불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다 능히 받들어 받으며, 선근을 적집하여 항상 싫어하거나 만족함이 없었으며, 선지식을 수순하여 그 가르침을 위배하지 않았으며, 문수사리의 공덕과 지혜와 대해로 좇아 출생한 바라. 그 마음이 성숙하여 부처님의 세력을 증득하였으며, 이미 광대한 삼매 광명을 얻어서 오로지 깊고 깊은 미묘법을 희구하였으며, 항상 모든 부처님을 친견하여 대 환희를 생하였으며, 지혜가 청정함이 마치 허공과 같으며, 이미 스스로 밝게 요달하고 다시 다른 이를 위하여 부처님의 지혜 광명에 안주하게 하였느니라.” 저 때에 선재 동자가 관자재보살의 발에 정례하며, 무수히 돌아 에워싸고 합장하고 머물러서 사루어 말하였다.

“성자이시여! 제가 이미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알지 못하겠습니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아야 합니까? 제가 들은 것으로는 성자는 잘 능히 가르쳐 교화하신다. 하니, 원하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관자재보살이 고하여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야! 네가 이미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도다. 선남자야! 내가 이미 보살의 대비행 해탈문을 성취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이 보살의 대비행문으로써 평등하게 일체중생을 교화하여 상속하여 단절하지 않았다. 선남자야! 내가 이 대비행문에 머물면서 항상 일체의 모든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 있으면서 널리 일체중생 앞에 나타나서 혹은 보시로써 중생을 섭수하였으며, 혹은 애어로써 하였으며, 혹은 이행으로써 하였으며, 혹은 동사로써 중생을 섭수하였으며, 혹은 색신을 나타내어 중생을 섭수하였으며, 혹은 갖가지 불가사의한 색인 정광명의 그물을 나타내어 중생을 섭수하였으며, 혹은 음성으로써 하였으며, 혹은 위의로써 하였으며, 혹은 위하여 설법하였으며, 혹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서 그로 하여금 마음을 깨닫게 하여 성숙을 얻게 하였으며, 혹은 위하여 동류의 형상으로 나타내어 그로 더불어 한가지로 생활하면서 성숙하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내가 이 대비행문을 수행하여 항상 일체중생을 구호하기 서원하였다. ‘원하건대, 일체중생이 험난한 길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번뇌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미혹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계박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살해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빈궁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생활하지 못한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악명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죽음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대중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악취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흑암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옮기고 옮김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애별이고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원증회고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몸을 핍박하는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마음을 핍박하는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우비고뇌의 두려움을 여의게 하리라.’ 다시 이런 원을 하였다. ‘원하건대, 모든 중생이 만일 나를 생각하거나, 만일 나의 이름을 부르거나, 만일 나의 몸을 보면, 다 일체의 두려움을 면하고 여읨을 얻게 하라.’ 선남자야! 내가 이 방편으로써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여의게 하여 마쳐서는 다시 가르쳐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여 영원히 퇴전하지 않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오직 이 보살의 대비행문만 얻었을 뿐이니라. 저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미 보현의 일체 행원을 청정하게 하였으며, 이미 보현의 일체 행에 머물게 하였으며, 항상 일체 모든 선법을 행하게 하였으며, 항상 일체 모든 삼매에 들어가게 하였으며, 항상 일체 다함이 없는 겁에 주하게 하였으며, 항상 일체 삼세법을 알게 하였으며, 항상 일체의 가가 없는 세계의 바다에 이르러게 하였으며, 항상 일체중생의 악을 쉬게 하였으며, 항상 일체중생 선을 장양하게 하였으며, 항상 중생의 생사의 흐름을 끊게 하느니라. 그러하니 내가 어떻게 저의 공덕을 능히 알 것이며 능히 설하리오.”

저 때에 동방에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정취라.

공중으로 좇아와서 사바세계 륜위산정에 이르러서 발로써 땅을 누른대, 그 사바세계가 육종으로 진동하여 일체가 다 뭇 보배로써 장엄되었다. 정취보살이 몸으로 광명을 놓으시어 일체 일월 성전의 비침을 패하니, 천룡팔부와 제석 범천과 호세의 있는바 광명이 다 어둠을 취하는 것과 같았다. 그 빛이 일체 지옥, 축생, 아귀, 염라왕 처소에 널리 비쳐서 모든 악취로 하여금 무거운 고가 다 멸하고 번뇌가 다 일어나지 않고 근심과 슬픔을 다 여의게 하였다. 또 일체 모든 불국토에 널리 화, 향, 영락, 의복, 당, 일산을 비 내리듯 하니. 이와 같이 있는바 모든 장엄구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다시 중생심의 즐기는 바를 따라서 널리 일체 모든 궁전 중에 그 몸을 나타내어 그를 보는 자로 하여금 다 환희하게 한 연후에 관자재보살의 처소에 와서 참예하였다. 때에 관자재보살이 선재 동자에게 고하여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야! 네가 정취보살이 이 회상에 옮을 보았느냐? 아니 보았느냐?” 사루어 말하였다.

“이미 보았습니다.” 관자재보살이 고하여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야! 네가 가히 가서 묻기를,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아야 합니까?’ 하라.”


• 이 글은 『대방광불화엄경 입법계품』 제3권(혜정 최종웅 정사 옮김, 올리브그린 刊, 2023년)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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