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불교는 어떻게 국제화에 성공했나|대만 불교

대만 불교의
국제화 활동과 방향

양정연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교수

대만 자제공덕회 말레이시아 지부 회원들이 마넥 우라이 라마 수해 지역을 방문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출처|『현대불교』)

1980년대 중반 이후 대만 사회에 세계 종교들의 활동 늘고
여러 전통의 불교 유입되며 종교 환경 다양화
불교의 국제화를 거론할 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남방불교와 티베트 불교는 오늘날 구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남방불교는 위빠사나 수행으로 대변되며, 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 등 종교 지도자들의 활동이 평화와 행복이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어서 세계적으로 상당히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전통 이외에 대만 불교의 성장 과정에 주목하면서 우리 불교계를 살펴보려는 불교계 인사들과 연구자들도 적지 않다.

1980년대 중반 이후로 대만 사회에는 세계 종교들의 활동이 늘어나고 남방불교, 티베트 불교, 일본 불교 등 여러 전통의 불교가 유입되면서 종교 환경이 다양화되었다. 남방불교에 대한 지식인들의 사상과 수행의 관심이 증가했고, 남방불교로 출가하거나 위빠사나 센터에서 수행하는 출가자나 재가자도 늘어났다. 더구나 그 지역민들의 대만으로의 이주도 증가하면서 남방불교는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종교적 역할을 강화하게 되었다. 중국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대만 불교계는 위빠사나 수행을 포함한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대응하며 대만 사회에 수행 분위기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전개했다.

달라이 라마가 1997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대만을 방문하면서 대만 사회의 티베트 불교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그의 방문을 계기로 달라이라마기금회가 조성되었고, 법고산사의 중화불학원에는 티베트 승려들의 중국 불교 연구 과정을 위한 ‘한장불교문화교류연구반(漢藏佛敎文化交流硏究班)’이 조직되었다. 이 연구반은 후에 한장(漢藏) 번역을 담당하는 인재 양성의 형태로 발전했다. 중화, 법광 등 대만의 다른 불학원에서도 티베트 불교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게 되었고, 티베트 전통의 수행과 고승들의 법회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이뤄졌다.

불광산사와 법고산사, 자제공덕회 등은 자신들이 성장해왔던 방식을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하며 현지 지역사회에 기반한 교화 활동 전개
대만 사회에서 종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만 불교계 내에서도 해외 포교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1990년대 이후로 불광산사와 법고산사, 자제공덕회 등은 자신들이 성장해왔던 방식을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하면서 현지 지역사회에 기반한 교화 활동을 전개했다.

불광산사는 성운 스님(星雲, 1927~2023)이 1976년 영어불학센터를 세운 이후로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 등 전 세계 16곳에 불학원을 설립했고, 대만 내에 불광대학(佛光大學)과 남화대학(南華大學), 미국 서래대학(西來大學 University of the West, 1990년), 오스트레일리아 남천대학(南天大學 Nan Tien Institute, 2011년), 필리핀 광명대학(光明大學 Guang Ming College, 2014년)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불광산사의 해외 포교는 전 세계 200여 곳에 설립된 도량을 중심으로 교육과 문화, 봉사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지역의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지역사회의 관심 주제에 맞춰 활동을 추진하고, 지역 인재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곳에 도량이나 센터를 건립하는 경우가 많고, 중남미에서는 가톨릭과의 종교 교류와 빈곤 가정 돌봄, 자선 활동을 위주로 한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각 지역의 불교 전통이 강하다는 점에서 현지 불교계와 협력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 서래대학의 교향악단 운영과 문화센터 개설,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에서의 TV 방송국 운영 등은 종교 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지역사회 활동의 한 사례이다. 도량이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는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지역사회와 교류를 확대하고 있고, 도량이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는 문화 및 전시회 등을 통해 불광산사를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초기에 불광산사의 해외 활동은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현지 유학 중이거나 생활 경험이 있는 인재들이 중심이 되었지만, 현재는 현지의 불학원이나 대학에서 배출된 지역의 인재가 담당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법고산사의 해외 교화는 주로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미권에 도량과 센터, 연락처가 22곳 설립되어 있고, 유럽 2곳, 아시아 4곳, 오세아니아에 2곳이 있다. 법고산사의 불학 연구와 교육 수준은 해외 학계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우수하다. 법고산사는 중국 불교와 남방불교, 티베트 불교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중국 불교를 연구하는 활동에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9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과 협력해 설립한 ‘한전불교학술출판연구기금’은 관련 연구 성과들을 출간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고산사의 국제 홍법은 종교 교류와 선 수행, 세계 평화 운동, 청년 인재 양성 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법고산사의 선 수행이 1980년대 이후 유럽에 전파될 수 있었던 데에는 영국 브리스톨 대학 존 크루크(John H. Crook) 교수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1986년 뉴욕에서 이뤄졌던 성엄 스님(聖嚴, 1931~2009)의 선 수행 활동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과 유럽에 선 수행을 전파하기 시작했고, 성엄의 선 수행은 점차 체코, 폴란드, 러시아, 독일 등으로 확대되었다.

성엄 스님은 2002년 방콕에서 개최된 세계종교지도자회의(World Council of Religious Leaders)에서 심령환보(心靈環保) 이념을 제시하고, 세계적인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와 함께 회의 주제를 진행했던 랍비 이스라엘 메이르 라우(Yisrael Meir Lau)는 후에 법고산사의 심령환보를 <지구헌장>에 넣도록 건의했으며, 그 이념의 내용은 2018년 생태다양성국제회의(International Biodiversity Congress)에서도 발표되었다. 그의 심령환보운동은 평화라는 세계의 공통 윤리를 내면의 평화와 연결한 것으로서, 올바른 마음을 통해 사회, 인류, 환경, 자연, 생태 등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이 운동은 청년들의 활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법고산사는 청년 엘리트들이 국제적인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국제 활동을 주최하고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구호기관으로 유명한 대만의 자제공덕회는 증엄 스님(證嚴, 1937~ )이 1966년 대만의 동부 지역인 화롄(花蓮)에 설립한 ‘불교극난자제공덕회’로부터 성장한 단체이다. 스님은 가난으로 인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의료와 봉사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972년 빈민의료소를 시작으로 자제의원(1986년), 골수간세포센터(1993년)가 설립되었고, 오늘날 1,000만 명이 넘는 자제인이 세계 66개국 122곳에서 의료와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중국 대륙, 말레이시아, 요르단 등 아시아 지역에 15곳의 자제기금회 분회가 있고, 미주 지역에 20곳, 오세아니아 지역 2곳, 유럽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곳, 아프리카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등 4곳에 분회가 있다. 한국에도 2021년 ‘대만불교자제종 자제공덕회 한국지부’가 설립되어 자제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2022년자제연람(2022年慈濟年鑑)』에 따르면, 자제는 세계 58개 국가 및 지역에서 370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치료했고 1만 7,802회의 의료 봉사 활동을 펼쳤다. 참여 의료인만 41만 명이 넘고 봉사자는 62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자제대학(2000년 자제의학원을 개명)과 자제과기대학(2015년 자제간호전문학교 개명)을 통해 의료진과 관련 활동 인력이 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제는 생명존중이라는 이념에 기반해 “직접, 존중, 실용, 감사, 적시”라는 원칙을 세우고, 자제기금회의 골수기증데이터센터(2002년, 이전의 골수간세포센터 개명)를 통해 전 세계의 혈액암 환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자선 활동을 바탕으로 자제기금회는 2018년 미국에서 NVOAD(National Voluntary Organizations Active in Disaster, 국가재난자원봉사단체)로 인정받았다.

지역사회에서 환경 교육을 펼치고 있는 자제환경보호센터는 자원의 분류와 해체가 이뤄지는 작업 공간이면서 지역민들의 모임 공간이기도 하다. 전 세계 18개국 또는 지역에 관련 센터나 활동 장소가 있고, 아시아에는 대만을 포함, 중국 대륙,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국가나 지역에 11곳, 미국, 캐나다, 과테말라 등에 4곳,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 2곳,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곳이 설립되어 있다.

대만 불교를 말할 때, 불광산사의 포교, 법고산사의 교육, 자제의 자선 활동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특징들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이 단체들의 성장 과정에서 모두 나타난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관심 주제에 대해 각각의 종지와 특성에 부합하는 형태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육을 통해 양성된 젊은 인재들이 핵심적으로 참여해왔다는 점은 국제화를 지향하는 우리 불교계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이 글은 필자의 「대만 불교의 국제활동 성과」(『불교평론』 90, 2022 여름호), 「대만 신흥 불교 단체의 국제화 활동과 원불교 해외 교화에 대한 시사점」(『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99, 2024)의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양정연|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부교수(HK교수) 및 동 대학 생명교육융합과정(대학원) 부교수로 있다. 주요 역저서로는 『대승 보살계의 사상과 실천』, 『동양 고전 속의 삶과 죽음』(공저), 『(한 권으로 보는) 세계불교사』(공저) 등이 있고, 「마음치유에 대한 불교 수행과 심리학적 태도의 차이」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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