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귀한 소금
신우섭
오뚝이의원 원장, ‘현미와 소금 식이연구소’ 소장
보통 사람들은 짜게 먹는 것이 건강에 가장 해롭다고 믿는다. 하지만 무작정 싱겁게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답은 그렇지 않다.
싱겁게 먹으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달게 먹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 끼만 걸러도 손이 떨리고 정신이 몽롱해진다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는 계단을 오르다가 휘청거려 넘어지고 길거리에서 기절하기도 한다. 당뇨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저혈당증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러한 경우가 많은 편이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혈당은 섭취한 음식을 천천히 소화시키고 흡수해서 올려야 한다. 그래야 혈당이 천천히 안정적으로 떨어지면서 저혈당증에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과정은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오늘날 우리가 주로 먹는 음식으로 흰 쌀밥, 흰 밀가루 음식,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음료수 등이 있다. 특히 이런 음식은 머리가 맑지 못하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 더 찾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질이 낮은 당분에 중독되면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염증 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몸의 가장 중요한 통로인 장의 환경이 망가지면서 방어벽이 붕괴된다. 이런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정하지 않는 통곡물 위주로 식사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좋은 음식이 잘 소화, 흡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금의 역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소금은 소화액을 만들어내는 재료이면서 위장을 힘차게 움직이게 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싱겁게 먹는 사람들은 위장 기능이 무기력해지기 쉬워서 잘 먹어도 기운을 낼 수가 없다. 먹은 음식이 에너지로 쓰이기 위한 작용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식사 후 더부룩함을 느끼면서 헛 트림을 하거나 변비 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 소화액뿐만 아니라 체액의 기본 성분이 되는 소금이 부족하면 안구가 건조하고 입이 마르는 등 몸에 필요한 분비물도 만들어지지 못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면서 면역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맛있는 반찬을 먹으면 “간이 맞네”라고 말했다. 간이 맞는다는 것은 음식의 짭짤한 정도이고, 이것이 맛의 기준이다. 간을 맞춘 음식은 우리에게 먹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면서 동시에 몸에도 최적의 영양을 제공해준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기운이 없다고 느끼면서, 그럴 때마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당분에 의지하게 되고, 수시로 간식을 찾는다. 그 결과 몸이 여러 가지 질환에 취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런 식습관은 심리적 무력감과 폭력적인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소금은 우리 몸에 중요하고 귀한 것이다. 알갱이로 된 자연 소금이나 죽염을 식탁에 놓고 수시로 조금씩 녹여서 먹어보라. 순간적으로 빠지는 힘을 보충해주고, 불량한 간식을 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맛있게 소금을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입맛이 바뀐 아이는 단맛이 많은 과자나 초콜릿, 사탕을 상대적으로 덜 먹게 된다. 반면에 가공한 음식이나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어른의 입맛은 바꾸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 집 안의 소금을 자연 소금으로 바꿔서 사용해보길 권한다. 우리 몸에서 중요한 영양분이 제거된 정제된 소금과 모든 가공 음식을 만들 때 첨가물로 들어가는 화학 나트륨은 멀리하는 게 좋다. 입맛이 바뀌고, 식사가 즐거워질 때 우리 몸의 에너지와 면역력이 올라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신우섭|건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오뚝이의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현미와 소금 식이연구소’ 소장이자 채식하는 의료인들의 모임인 ‘베지닥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의사의 반란』, 『올바른 밥상 레시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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