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불교의 4대 종문
이병욱
중앙승가대학교 강사, 보조사상연구원 원장
대만 불교의 발전 이끈 4대 종문
대만에 불교가 전파된 것은 17세기 중반이다. 그 후 1895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청나라에 승리하자, 대만은 일본에 의해 지배되었다. 그래서 자연히 대만 불교는 일본 불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옮겨오면서 다시 대만 불교는 중국 대륙의 불교에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 대만 불교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대만 불교의 발전을 이루어낸 중심 세력을 대만 불교의 4대 종문(宗門)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불광산사, 자제종(자제공덕회), 중대선사, 법고산사이다. 일반적으로 불광산사는 ‘포교’에 강점이 있고, 자제종(자제공덕회)은 ‘봉사’에서, 중대선사는 ‘수행’에서, 법고산사는 ‘교육’에서 두드러진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대만 불교의 발전을 이끈 4대 종문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성운(星雲, 1927~2023) |
1. 불광산사
성운(星雲, 싱윈, 1927~2023)은 대만의 불광산사(佛光山寺, 포광산사)를 세운 인물이다. 성운은 12세에 출가했고, 1949년 대만으로 건너와서 『인생잡지』, 『금일불교』, 『각세(覺世)』 등의 정기간행물을 창간했다. 1952년 의란(宜蘭, 이란) 뇌음사(雷音寺, 레이안사)에서 포교를 시작했다. 성운은 1967년에 고웅(高雄, 가오슝)에 불광산사를 세우고 4대 종지를 제시했다. 그것은 교육으로 인재를 기르고, 문화로써 불법(佛法)을 펼치며, 자선(慈善)으로 사회복지를 이끌고, 수행으로 마음을 정화한다는 것이다.
성운은 세계 각지에 200여 개의 사원을 세웠고, 국제불광회(國際佛光會)를 창립했다. 현재 불광산사에는 2,000여 명의 승려가 활동하고 있다. 또 불광산사에서는 『불광대사전(佛光大辭典)』을 편찬하고, 『불광대장경(佛光大藏經)』을 전산화해서 보급했다. 그리고 TV, 라디오, 인터넷 등 여러 언론 매체를 활용해서 포교에 노력하고 있다.
불광산사의 포교(전법) 활동은 각 지역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추구한다. 이는 지역사회와 융합해야 성공적인 포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불광산사의 실천 이념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불광산사에서 운영하는 대학으로 대만에서는 1996년에 개교한 남화(南華, 난화)대학, 2000년에 개교한 불광(佛光, 포광)대학이 있다. 외국에 설립한 대학으로는 1991년에 개교한 미국의 서래(西來, 시라이)대학, 1995년에 문을 연 오스트레일리아의 남천(南天, 난톈)대학이 있다. 그리고 불광산사의 자선 활동은 육아 시설, 경로 활동, 의료 활동 등이 있다.
증엄(證嚴, 1937~) |
2. 자제종
증엄(證嚴, 정옌, 1937~)이 자제종(慈濟宗, 츠지종)을 세운 인물이다. 화련(花蓮, 화롄)에 있는 자제정사(慈濟精舍, 츠지정사)가 자제종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 자제종은 국제구호단체인 자제공덕회(慈濟功德會), 재단법인 자제공덕기금회(慈濟功德基金會) 등의 단체가 모여서 설립된 것이다.
증엄은 1963년 타이베이 임제사에서 인순(印順, 1906~2005)대사를 은사로 해서 출가했다. 인순대사는 증엄을 위해서 간략히 법문을 했는데, 그 내용은 “매 순간 불교를 위하고 중생을 위한다”라는 것이다. 이 “불교를 위하고 중생을 위한다”라는 가르침이 현재 자제종의 근본이념이다.
1966년 2월 대만 원주민 임산부가 난산(難産)으로 인해 병원에 왔는데, 보증금 8,000원(대만 화폐)이 없어서 다시 돌아간 사건이 있었다. 증엄은 신도의 병문안을 왔다가 병원의 바닥에 이 대만 원주민 임산부의 피가 흥건하게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증엄은 병의 고통이 생기는 것은 가난 때문이라고 보고, 기금을 모아서 가난을 구제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하여 이 일로 인해 자제공덕회가 출발하게 되었다.
이 자제공덕회는 1966년 대만 보명사(푸밍사)에서 시작했다. 처음에 참여한 사람은 증엄을 포함한 출가자 5명, 가정주부 30명이었다. 현재(2009년) 세계 33개 국가에 150여 지부가 있고, 500만 명에 이르는 회원과 많은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불교 구호 단체로 발전했다. 그리고 1991년에는 자제공덕회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매달 보시하는 금액이 200만 달러(미국 화폐)에 이르렀고, 이는 타이베이 복지 예산을 초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제공덕회 조직은 여러 체계로 이루어졌지만, 주축 인원은 자제위원(慈濟委員)과 자성대원(慈誠隊員)이다. 2009년 통계에 의하면 ‘자제위원’은 2만 5,000여 명이고, ‘자성대원’은 1만 8,000여 명이다. 처음에 ‘자제위원’은 여성으로 구성되었는데, 뒤에 남성이 참여했고, 이것이 ‘자성대원’이 된다.
‘자제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2년의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육과 활동을 통해서 정식으로 ‘자제위원’이 되면 넥타이와 벨트를 포함한 푸른색의 유니폼이 지급된다. 이 복장에서 ‘자제위원’을 ‘푸른 옷의 천사들’이라고 부르는 호칭이 나왔다. ‘자제위원’의 자부심은 대단한 것이고, 대만 사회에서 ‘자제위원’을 보는 시각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자제공덕회’의 주요 사업은 크게 8개의 영역으로 전개된다. 그것은 자선사업, 의료사업, 교육사업, 인문사업, 국제구호활동, 골수기증운동, 사회봉사활동, 환경보호운동이다.
유각(惟覺, 1928~2016) |
3. 중대선사
유각(惟覺, 웨이줴, 1928~2016)은 30대 초반까지는 대만에서 홀로 수행했다. 그리고 대만의 시방대각선사(十方大覺禪寺, 스팡다줴찬사)에서 정토 수행을 했고, 여기서 선(禪)과 정토가 하나라는 이치를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더 깊은 체험을 위해서 대만 여러 곳에서 수행을 했다. 유각은 영천사(靈泉寺, 링취안사)를 세우고 그 이후 1987년에 4명의 제자가 출가했고, 재가의 거사도 모였다. 이때부터 불사(佛事)와 수행을 병행했다. 그래서 선칠(禪七) 수행, 곧 7일 동안 집중 수행하는 것을 했는데, 1992년에는 49일 동안 7번의 선칠 수행을 했다. 유각은 선칠 수행에서 세 가지 수행법, 곧 수식관(數息觀), 화두참구, 중도실상관(中道實相觀)으로 참선을 지도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영천사가 비좁게 되자, 2001년 유각은 남투현(南投縣, 나터우현) 중대산(中臺山, 중타이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중대선사(中臺禪寺, 중타이찬사)를 세웠고, 승가 구성원에게만 개방된 중대불교학원(中臺佛敎學院)을 설립했다. 중대선사는 다른 3개의 종문(宗門)만큼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 그렇지만 중대선사에는 대만에 62개의 말사와 미국에 3개의 말사가 있고, 불교케이블TV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찰 밖의 교육으로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을 세워서 운영하고 있다.
성엄(聖嚴, 1930~2009) |
4. 법고산사
성엄(聖嚴, 성옌, 1930~2009)은 17세에 출가했는데, 국민당 정부군에 입대해서 장교로서 10년 동안 복무하기도 했다. 성엄은 대만에 들어온 뒤에 1959년에 다시 출가했다. 그는 1969년에 일본 릿쇼(立正)대학에 6년 동안 유학 가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타이베이시 교외에 있는 북투(北投, 베이터우)에 법고산사(法鼓山寺, 파고산사)를 세웠다. 2007년부터는 법고불교학원에서 연구생을 모집하고 있다.
법고산사에 등록된 신도는 100만 명에 이른다. 큰 법회가 열리면 10만 명의 신도가 모이고, 3,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봉사 활동을 한다. 게다가 이러한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등록한 사람이 30만 명이 이른다고 한다. 법고산사는 본사 이외에도 20여 개의 분원(分院)도 있으며, 미국과 프랑스 등의 해외에도 여러 개의 지원이 있다.
법고산사에서는 교육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것을 위해서 법고산사에서는 다음의 네 가지 사항, 곧 이념, 정신, 방침,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법고산사의 이념은 인간의 품격과 자질을 높여서 사바세계에 인간정토를 건설하는 것이다. 둘째,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기심을 벗어던지고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하는 정신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셋째, 석가모니 부처님의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세상을 맑게 정화하는 것이 방침이다. 넷째, 위에 말한 이념, 정신, 방침을 실현하려는 방법이 교육이다. 법고산사에서는 이 교육을 통해서 인간정토를 구현하고자 한다.
법고산사에서 강조하는 교육은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대학원(大學院) 교육이다. 이는 완전한 전인(全人) 교육을 추구해서 인간정토를 실현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정식 교육기관의 교육을 말한다. 둘째, 대보화(大普化) 교육이다. 이는 전통적인 수행 곧 참선, 염불, 법회, 강경(講經) 등과 현대적 문화 활동을 통해 사람의 품격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적 문화 활동으로 출판, 전산, 서화, 꽃꽂이, 다도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셋째, 대관회(大關懷) 교육은 보살핌이 일상화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관회(關懷)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마음의 평화, 육신의 건강, 사회환경, 자연환경 등에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 사례로서 1999년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에 지진의 피해를 겪은 사람의 마음 상처를 치유한 활동, 그리고 ‘자살 방지 활동’을 손꼽을 수 있다.
대만 불교의 4대 종문의 활약상에 대해 필자는 선망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대만 불교의 성공 사례는 동아시아 불교의 자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한동안 불교의 특수성으로 인해 현대적 요소와 잘 부합될 수 없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만 불교의 성공 사례는 그러한 관점이 잘못된 것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대만 불교의 성공 사례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대만 불교에 대해 비판할 점이 있는 것은 비판하고, 우리 한국 불교에 부합하는 점은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이병욱|한양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승가대 강사이면서 보조사상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고려시대의 불교사상』, 『불교사회사상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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