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와다 불교의
최고의 스승, 붓다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
2,600여 년 불교 역사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부파불교는
남방불교라 부르는 테라와다 불교
어디에서나 테라와다 불교의 법회에 참석하면 제일 먼저 들리는 붓다 예경문이 있다. 바로 “나모-따싸 바가와또-아라하또-삼마-삼붓다싸(Namo Tassa Bhagavato Arahato Sammāsambuddhassa)”이다. 의미는, “저 존귀한 분[세존], 공양받을 만한 분[아라한], 올바로 완전히 깨달으신 분[정등각자]께 경배드립니다”이다. 이 예경문이 지칭하는 분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고타마 붓다인 석가모니다. 석가족의 성자 고타마 붓다는 여전히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최고의 스승으로서 경배의 대상이다.
2,600여 년의 불교 역사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부파불교는 남방불교라고 부르는 테라와다 불교이다. 부파불교란 불멸 후 200여 년 후에 인도를 통일한 아소카왕 시절부터 등장한 20개의 부파가 등장하던 시기의 불교를 말한다. 인도 불교는 붓다로부터 시작해, 20여 개의 부파불교가 주류를 이루며 1,500여 년 지속되었다. 넓은 의미에서 대승불교도 부파불교의 흐름 속에 탄생한 불교 전통으로 보기도 한다. 대승불교는 인도 북부를 중심으로 실크로드의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의 동아시아로 전승되었고, 7세기 이후 티베트로 전승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부파불교 가운데 남방 테라와다 불교는 B.C. 3세기 스리랑카로 전해진 후, 스리랑카를 중심으로 태국, 미얀마 등의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전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테라와다 불교, 붓다 상징하는 불탑에 대해 공경과 예배 올리고,
비구 승가와 재가 신도들의 상호 보시에 의한 지지 유지
테라와다 불교 국가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불교 건축물은 거대한 불탑이다. 스리랑카의 마하위하라 대탑, 불치사의 탑,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 술레 파고다, 바간의 1,000개가 넘는 파고다, 쉐지곤 파고다, 방콕의 왕궁 사원의 파고다, 새벽 사원의 파고다 등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것이 붓다를 상징하는 대탑이다. 이러한 불탑에는 고타마 붓다와 관련된 유물이나 사리가 봉안되어 있어 붓다 자신을 상징한다. 붓다라고 생각되는 탑에 꽃과 등불 등 공양을 올리고, 기도하고 명상한다.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붓다를 상징하는 불탑에 대한 공경과 예배가 불교 신앙의 중심이다. 불탑을 보며, 고타마 붓다를 떠올리고, 그분이 재가자에게 가르친 보시와 계를 실천하는 것이 테라와다 불교 신행의 기본이다. 또한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가르치는 승가의 스님들을 부처님의 대행자로, 위없는 복전(福田)으로 존경하고 따른다. 승려들은 재가자의 재보시로 살아가며, 법보시로 재가자를 인도한다. 불교 교단의 주축을 이루는 비구 승가와 재가 신도들의 이러한 상호 보시에 의한 지지가 붓다의 초기 가르침에 근거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팔리어로 전해지는 테라와다 불교의 경전과 율장 속 붓다
테라와다 불교에서 붓다는 누구인가? 팔리어로 전해지는 테라와다 불교의 경전과 율장을 통해 붓다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고타마 붓다는 먼 과거생에 수메다(Sumedha)라는 바라문이었다. 부모로부터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재산으로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한 수메다는 모든 재산을 걸인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후에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출가한다. 출가한 후,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정진한 지 7일 만에 마음 집중의 여덟 단계(색계사선과 무색계사정)와 다섯 가지 세간의 신통력(abhiññā)을 얻게 되었다. 수메다가 연등불을 만나기 전에 여덟 가지 마음 집중과 다섯 가지 신통력을 갖추고 있었던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수메다는 연등불을 만나, 당시 마음만 먹으면,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아라한이 되어 생사윤회의 모든 괴로움을 끊을 수 있었지만, 연등불과 같은 붓다가 되어 많은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세운다. 그런 수메다 수행자에게 연등불은 붓다가 될 것이라는 예언[수기]을 하고, 수메다 수행자는 붓다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구도자인 보살이 된다. 보살로서 붓다가 되기 위한 실천인 10바라밀을 수행해오다가, 윤회의 세계에서의 마지막 생에 석가족의 왕자로 태어났다. 왕자는 늙고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의 한계를 자각하고, 궁극적 목적인 선(善, kusala)을 찾아, 29세에 출가해 구도자가 되어 완전한 계행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두 스승에게서 고도의 선정 수행을 배웠으며, 당시에 유행하던 고행을 6년 동안 해내며 정진의 힘을 길렀던 보살이 사선(四禪)을 바탕으로 한 지혜의 힘에 의해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번뇌의 뿌리를 제거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 되었다. 붓다가 된 후 초전법륜을 시작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붓다의 제자들은 번뇌를 소멸한 아라한이라는 최고의 성자를 목표로 수행했으며, 최초 설법을 들었던 다섯 비구들이 아라한이 되었을 때 ‘세상에는 6명의 아라한이 있었다’고 율장은 전하고 있다. 아라한이 붓다와 같이 번뇌를 소멸했다고 해서 붓다 혹은 여래가 된 것은 아니었다. 붓다는 자신이 닦아온 수많은 삶 속에서의 보살행이 완성되면서 사성제를 깨달아 스스로 아라한이 되었다면, 제자들은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서 사성제를 깨달아 번뇌를 소멸한 경지에 이른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신사파 숲에서의 가르침에서 볼 수 있듯이 붓다는 가르친 것보다 많은 지혜와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제자들에게는 핵심적으로 괴로움의 소멸을 목적으로 한 가르침만을 제시했음도 알 수 있다.
붓다는 여러 경전에서 보이듯이 다양한 제자들의 능력에 따라서 각 제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가르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르침을 받아 아라한의 깨달음에 도달한 제자들은 각자가 이해하고 실천한 길을 그들의 제자에게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붓다 당시에도 제자들은 각자 지도하는 그룹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경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MN32 마하고싱가경』)
붓다는 천신들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의 유익과 행복을 위해, 자비심에 의해서 45년 동안 교화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붓다의 제자들도 전도 선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교화 활동에 전념했다. 붓다의 구도에서 깨달음 그리고 교화 활동의 전 생애에서 볼 수 있는 계정혜(戒定慧)와 해탈, 그리고 자비심의 이타행의 실천은 바로 붓다가 가르친 수행과 회향(回向)의 길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을 위한 수행(自利行)으로써 계정혜를 닦았으며, 타인을 위한 실천행(利他行)으로 자비를 실천한 것이었다.
테라와다 불교도들은 붓다가 되는 길보다는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아라한이 되는 길을 주된 수행의 길로 삼아
붓다의 삶과 가르침은 붓다 입멸 후에 제자들의 노력으로 가르침의 결집이라는 형태로 정리되었다. 마하 카사파 존자의 주도로 붓다 열반 3개월 후에 마가다국왕 아자타샤트루의 후원으로 라자가하에서 이루어진 1차 결집에서 법(아난다)과 율(우빨리)을 함께 외워(合誦) 그 가르침을 전했고, 이후 약 200년 후 아소카왕 때까지 초기 승단의 전통은 이어졌다.
고타마 붓다의 전생부터의 보살행을 알고 있는 테라와다 불교도들은 붓다가 되는 길보다는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아라한이 되는 길을 주된 수행의 길로 삼아왔고, 현재도 팔리어 문헌으로 전해지는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해, 괴로움의 완전한 소멸인 열반에 이르는 길을 추구하고 있다. 붓다의 출현과 붓다의 친견, 가르침을 듣는 인연은 특별한 기회다. 현재 우리는 붓다를 친견할 수 없지만, 붓다의 무여열반 이후 법과 율을 스승으로 삼으라는 유언에 따라 수행을 통해 도달하는 아라한이 되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테라와다 불교에서 보살이 되어 붓다가 되는 길은
수메다 수행자가 갔던 10바라밀 실천하는 길 따라가면 될 것
테라와다 불교에서 붓다는 한 겁에 한 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한 붓다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다른 붓다가 출현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떤 붓다가 출현해도 사성제를 깨닫고, 사성제를 가르쳐,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도록 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사성제를 깨달으면, 누구나 열반을 성취할 수 있다. 붓다가 되고자 하는 길을 초기 불교 문헌에서 직접 제시되지 않은 이유는 붓다의 가르침의 목적이 아라한에 이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리어 문헌으로 전해지는 삼장과 주석 문헌 등의 테라와다 불교 문헌에 의하면, 붓다가 스스로 선택했던 붓다가 되는 길을 가고자 한다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붓다의 말씀이 아닌 붓다 자신의 삶을 본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라와다 불교의 붓다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붓다를 직접 만나서 붓다로부터 예언을 받아야 한다. 붓다를 직접 만날 가능성은 도솔천에서 수행 중인 미래의 붓다인 미륵불이 지상에 내려와 성불할 때, 태어나 직접 만나 예언을 받으면 된다. 대승불교가 아닌 테라와다 불교에서 보살이 되어 붓다가 되는 길은 이렇게 수메다 수행자가 갔던 10바라밀을 실천하는 길을 따라가면 될 것이다. 이처럼 테라와다 불교의 붓다의 길은 이렇게 우리에게도 열려 있다. 붓다가 되기 위한 열 가지 덕목의 완성(10바라밀 pārami), 즉 베풂(dāna 布施), 규범(sīla 持戒), 욕망을 멀리함(nekkhamma 出離), 지혜(paññā 智慧), 노력(viriya 精進), 참음(khanti 忍辱), 진실(sacca 眞實), 굳은 결심(adhiṭṭhāna 決意), 자애(mettā 慈愛), 평온(upekkhā 平穩)을 현생부터 닦아간다면, 언젠가 미래에 붓다를 만나 예언을 받아 스스로 붓다가 되는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김재성
서울대학교 철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능인대학원대 명상심리학과 교수, 자애통찰명상원 대표로 있다. 초기 불교 및 부파불교 수행론 전공, 불교심리학과 명상 연구, 실천, 지도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불교의 이해』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붓다의 말씀』, 『위빠사나 수행』,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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