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의식과학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불교와 의식과학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


과학자들에게 의식의 기원은 아직도 답할 수 없는 문제
2023년 여름 의식과학연구협회(ASSC)의 연례 회의에서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는 25년 전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와 했던 내기에서 졌음을 시인했다. 의식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코흐 박사는 지난 1998년에 뇌의 신경세포(neuron)가 의식을 생성하는 메커니즘을 25년 안에 밝혀낼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차머스는 코흐의 생각을 좋아했지만, 그것을 이론적으로 밝히기에는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내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25년이 지난 후 코흐 박사는 뇌의 뉴런이 의식을 생성하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차머스에게 고급 와인 한 상자를 선물했다. 젊은 시절의 코흐 박사는 의식과 뇌의 신경 활동 사이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만만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뇌의 활동이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믿음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고, 결국 뇌는 단지 의식을 수용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에게 의식의 기원은 아직도 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우주에 중력이 작용하듯 우주에는 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작은 크기의 뇌가 어떻게 의식 세계의 풍부함과 깊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것은 의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난제로 알려져 있다. 토니니와 코흐, 차머스와 네이젤 같은 저명한 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결국 ‘뇌의 활동이 의식을 직접 만들어낸다’라는 가설을 포기했다. 대신에 그들은 의식이 우주의 근본적인 요소라는 대안적인 견해를 채택했다. 이 말은 우주에는 중력이 작용하듯이 우주에는 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는 말이다.

“전자(electron)의 전하는 다른 것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전하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가 공간, 시간, 질량, 에너지, 그리고 복잡한 체계들에서 비롯되는 의식의 우주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라고 코흐 박사는 말한다.

의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이러한 접근을 택한 이유는 의식이 우주의 근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많은 과학적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뇌와 의식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뇌는 의식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근본적인 의식을 “수집”하고 그것을 우리 자신의 존재로 “전송”하는 일종의 수신기 역할을 할 뿐이다. 인간의 뇌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므로 매우 강렬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의식을 받아들이고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대부분의 다른 동물보다 더 강렬하고 광범위하게 의식 활동을 한다. 뇌가 의식을 생산한다고 가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뇌가 손상되면 의식이 손상되거나 변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 뇌가 의식의 수신자이자 전달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틀린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라디오는 음악을 생성하지 않지만 손상되면 음악을 전송하는 능력이 저하되듯이 의식의 수신기인 뇌가 손상되면 의식이 손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심리학의 영역에서도 의식이 우주의 근본적 특성이라고 가정한다면, 인간의 의식이 더 높은 차원으로 확장될 때 경험하는, 다른 사람과 자연 그리고 세상 전부와 일체로 느끼는 상태는 의식이 좁은 개인적인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영역의 의식과 합일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의식 연구의 선두에 있는 학자들의 생각은 의식에 대한 불교적 관점과 매우 유사
의식 연구의 선두에 있는 코흐와 같은 학자들은 과학의 세계에 새로운 의식 이론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각은 의식에 대한 불교적 관점과 매우 닮아 있다.

코흐 박사는 2013년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에서 불교의 가르침이 많은 놀라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달라이 라마께서 ‘의식은 어디에나 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가장 놀랐다고 말했다. 현대 과학에서는 무시했던 이 주장을 코흐는 토니니와 협업하면서 정교화했고, 통합정보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이라고 불렀다. 간단히 말해 “의식은 세계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속성이다”라는 전제를 명시적으로 만드는 이론적 접근이다.

의식에 관한 불교적 논의는 역사가 매우 깊다. 의식에 관한 불교의 가르침을 보면, 먼저 부처님은 사물이 나타나는 방식과 존재하는 방식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려고 했다. 부처님이 깨달은 진실은 말로 표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의식의 본성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을 제시했고 그 길을 따라가라고 가르쳤다. 현시대 불교 스승의 한 분인 달라이 라마는 의식을 영적 성장의 중요한 측면으로 여긴다. “깨달음을 향해 수행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정신적으로 발전하고 높은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는 의식이 연속적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식의 연속성에 대해 강조한다.

의식은 시작이 없고 무한하다는 것은
인도 불교에서부터 전해오는 의식에 관한 불교의 공식적인 가르침
불교의 가르침에서는 모든 의식적 순간은 직전의 순간 일어난 의식에 의존해 생긴다고 한다. 이 말은 의식은 직전 순간 의식의 결과이고, 다음 순간의 의식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의식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의식은 시작이 없고 무한하다는 것은 인도 불교에서부터 전해오는 의식에 관한 불교의 공식적인 가르침이다.

우리가 깨달음이라는 궁극적인 상태에 도달할 가능성은 우리의 불성과 동일시되는 의식의 연속성에 기초한 것이다. 또한 달라이 라마는 연기법과 의식의 관계를 강조한다. “의식에 관한 불교적 이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인과의 이론(연기법)입니다. 인과의 이론은 마음이 물질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을 거부합니다. 인과의 이론은 오랫동안 불교 수행자에게 탐구의 중심이었습니다.”

코흐 박사의 통합정보이론은 의식에 관한 불교적 이론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의 통합정보이론에 따르면, ‘의식(주관적으로 어떠한가)’은 ‘인과적 힘(객관적으로 어떠한가)’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어떤 물리적 시스템의 완전한 ‘인과적 힘[속성]’을 전개함으로써 물리적 시스템의 의식적 경험을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이렇게도 볼 수 있다. “미약하더라도 인과적 힘이 있다면 의식이 있다. 인과적 힘을 복제하면 의식이 뒤따라 나온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종교를 우주에 대한 합리적 이해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신념 체계일 뿐이라 여겼다. 그러나 의식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이 현대의 과학적 의식 연구의 핵심이자 기반이 되고 있다. 의식은 불교와 과학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그리고 의식에 관해서는 불교가 훨씬 더 앞선 이론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불교는 의식의 과학적 연구에 방향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심리대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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