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뇌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불교와 뇌과학

명상은 뇌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윤희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뇌파는 인간의 특정한 정서, 인지, 행동 상태를 반영하며
이의 다양한 상태의 변화는 뇌파의 변화로 관찰
뇌는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신호에 의해서 활동하기 때문에 그 활동에 따라서 특정한 뇌파가 발생한다. 뇌파(brainwave)는 대뇌피질에 있는 수많은 피라미드 뉴런들의 수상돌기의 시냅스가 흥분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전류이다. 뇌파는 뉴런에서 발생한 전기 활동의 총합을 체외로 도출하고, 이를 증폭해 전위를 x축, 시간을 y축으로 해 두피에서 기록한 것이다. 즉 뇌파는 뉴런들의 복합적 상호작용으로 동기화된 시냅스 이후 활동 전위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뇌파는 뇌의 기능, 즉 활동 수준을 알려준다. 뇌파는 인간의 특정한 정서, 인지, 행동 상태를 반영하며, 인간의 정서, 인지, 행동의 다양한 상태의 변화는 뇌파의 변화로 관찰된다. 심지어 졸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명상을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알파파, 세타파, 감마파 명상과 관련 깊어
인간 정신 활동의 생리학적 근거를 찾던 한스 베르거(Hans Berger, 1873~1941)는 1924년에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최초로 측정한다. 두피에서 측정되는 뇌파는 0.1~80Hz의 주파수와 5~300μV의 전위를 가진다. 뇌파의 주파수가 느린 순서로 보면 델타파(δ, -4Hz), 세타파(θ, 4~8Hz), 알파파(α, 8~12Hz), 베타파(β, 12~30Hz), 감마파(γ, 30~80Hz)가 있다.

델타파(δ)는 나이에 관계없이 깊은 수면 시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뇌파다. 세타파(θ)는 졸릴 때 주로 나타나는 뇌파로, 정상 성인이 깨어 있을 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나, 편안한 각성 상태(relaxed wakefulness), 예술적인 창의성이나 자발성과 관련된 상태에도 출현한다. 이러한 세타파는 잠재의식과 관련이 있다. 알파파(α)는 정상 성인이 두뇌 활동 없이 눈을 감고 있을 때 후두엽에서 발생하는 뇌파다. 베타파(β)는 의식이 완전히 깨어서 활동하고 있는 상태의 뇌파다. 감마파(γ)는 대뇌피질 신경세포의 활동으로, 공간적으로 분산된 네트워크상에 감각이 입력될 때의 신경세포의 반응으로, 고도로 복합적인 정신 기능을 능동적으로 수행할 때 나타난다. 이러한 감마파는 주의 깊고 섬세한 인지 과정 중에도 발생한다.

이 가운데 알파파, 세타파, 감마파는 명상과 관련이 깊다. 알파파와 세타파가 명상의 기제 가운데 이완(止)에 가깝다면, 감마파는 인지(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명상과 관련해서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지배적인 효과는 알파파(α)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명상 과정의 가장 기본적인 변화이고 명상의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휴식 상태나 이완된 상태에서 출현하는 알파파가 이 과정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명상에 대한 다른 다양한 연구는 세타파(θ)가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 세타파는 알파파가 증가하고 난 이후에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세타파는 이완이 증가된 상태에서, 특히 알파파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으로 설명하면 세타파는 보다 더 고급 과정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타파는 깊게 내면화된 상태와 연관되어 있고, 신체, 감정, 사고의 고요함과 연관되며, 일반적으로 듣지도 못한 것들이 얕은 잠 상태의 이미지로 의식에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선 수행을 하는 스님의 뇌파를 연구하면서, 명상의 가장 깊은 단계에서 세타파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알파파 상태로 들어간 이후 바로 더 느린 세타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20년 이상 수행해온 선승들은 깊은 세타파 상태에서도 잠들지 않고 정신적으로 매우 깨어 있고, 세타파 상태로 빠르게 자기 뜻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명상 경험이 많을수록 세타파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티베트 닝마파와 까규파 전통에서 15년에서 40년 정도, 1만 시간에서 5만 시간 정도 수행한 8명의 티베트 스님을 대상으로 무조건적인 자비 명상을 실시했을 때, 스님들의 뇌파에서 감마파가 발견되었다. 무조건적인 자비 명상 상태에서 감마파 영역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과 장거리에서도 상이 동조화하는 것(long-distance phase-synchrony)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명상과 같은 깊은 의식 상태 유도하는 뉴로피드백 방법으로는
알파·세타 뉴로피드백과 감마 뉴로피드백 있어
명상 시 나타나는 뇌파의 특징은 알파파와 세타파가 강해지면서 진동이 느려지고 감마파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명상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세타파와 감마파가 강해진다. 느린 파인 세타파와 빠른 파인 감마파가 동시에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는 명상이 추구하는 목표와도 연관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완되는 동시에 깨어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지관(止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태이고, 이러한 상태를 성성적적(惺惺寂寂)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뇌파를 통해 깊은 이완의 상태에 있으면서 깨어 있는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뇌의 상태와 기능이 변화하면서 뇌파가 변화된다면, 반대로 뇌파를 변화시키면 뇌의 상태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전제로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 성립하게 된다. 특정 뇌파를 강화하거나 억제하며 뇌 기능을 향상시키고, 특정 뇌 상태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명상과 같은 깊은 의식 상태를 유도하는 뉴로피드백 방법으로는 알파·세타 뉴로피드백과 감마 뉴로피드백이 있다.

알파파와 세타파를 활성화시키면 깊은 명상에 들어갈 수 있고
감마파 증가는 주의각성 상태에서 통합적 인지 작용한다는 의미
1970년대 명상과 알파파의 관계를 연구하던 엘머 그린(Elmer Green) 박사는 다년간 인도 요가 수행자들의 뇌파를 연구하면서 깊은 명상 상태에서는 알파파와 함께 세타파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뒤 박사는 뉴로피드백을 이용해 알파파와 세타파를 활성화시키면 깊은 명상 상태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눈을 감은 상태에서는 알파파가 지배적인 뇌파가 되는데, 알파·세타 뉴로피드백 훈련을 받으면 세타파가 알파파보다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결과 마치 명상 상태처럼 깊은 안정과 평화로움, 치유 효과가 일어난다. 또 세타파의 증가로 나타나는 몰입과 창의성, 기억력, 인지 능력의 증가는 뇌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최적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편 감마파는 뇌의 여러 부분에 흩어져 있는 단편적인 정보를 서로 통합해 인지하도록 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숙련된 명상 수행자들에게서 보이는 감마파의 증가는 인지 작용과 주의각성 상태의 강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공간적으로 분산된 네트워크상에 감각이 입력될 때 신경세포가 고도로 복합적인 정신 기능을 능동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주의각성 상태에서 통합적 인지 작용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간의 뇌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최적화시키는 방법론으로, 뉴로피드백이 뇌파 발견 이후의 최신 방법론이라면, 명상은 전통적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과 뉴로피드백 모두 뇌는 신경망을 발달시키면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에 기반하고 있다. 뇌의 신경망을 새롭게 발달시키고 뇌 조직 전체를 재정비해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론으로 명상과 뉴로피드백은 상보적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Fell, J., Axmacher, N., & Haupt, S. (2010). “From alpha to gamma: electrophysiological correlates of meditation-related states of consciousness”. Medical hypotheses, 75(2), 218-224.

2. Green, E., & Green, A. (1977). Beyond biofeedback. New York: Delacorte.

3. Kasamatsu, A., & Hirai, T. (1966). “An electroencephalographic study on the Zen meditation (Zazen)”.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 20(4), 315-336.

4. Lutz, A., Greischar, L. L., Rawlings, N. B., Ricard, M., & Davidson, R. J. (2004). “Long-term meditators self-induce high-amplitude gamma synchrony during mental practi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1(46), 16369-16373.

5. 전경희, 원희욱, 정문주, 전병현, 강형원. (2023). 『뇌파와 뉴로피드백의 이해』. 경기: 아카데미아.

윤희조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석·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동 대학 불교와심리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불교심리학연구』, 『불교심리학사전』, 『불교의 언어관』 등의 역저서와 불교 상담 관련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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