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방해하는
세 가지 마음 작용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과 교수
행복의 획득을 방해하는 세 가지 요소, 탐냄,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
붓다는 우리의 삶을 괴롭게 만드는 요인과 거기서 벗어나는 길을 면밀히 관찰해 열반 혹은 해탈로 불리는 확고부동한 행복을 성취했다. 인류에 대한 연민이 가득했던 그는 모두가 이러한 행복을 획득하길 바랐다. 그래서 그는 확고부동한 행복의 획득을 방해하는 세 가지 요소를 ‘폴더’로 구분해서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바로 탐냄,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이고 이러한 요소들을 독약과 같다는 의미에서 삼독(三毒)이라고 했다. 삼독에 대해 스리랑카의 알루보물레 스마나사라 스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심은 나를 거만하게 만들기도 하고 콤플렉스도 생기게 한다
첫 번째 폴더인 탐냄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현대인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잘난 척’을 의미하는 만심(慢心)이다. 우리는 ‘나’와 ‘나의 것’에 대해 엄청나게 완고한 집착과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만심은 나와 타인을 끝없이 비교하게 해서 나를 거만하게 만들기도 하고 내가 못났다는 콤플렉스도 생기게 한다. 현대인은 콤플렉스로 인해 많은 힘든 일을 겪게 되는데 남과 늘 비교를 하니까 만족할 수 없고, 그러니 한순간도 행복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이라는 것도 평소 만심에 기반한 콤플렉스가 있다 보니 자신보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면 갑질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금강경』에서는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라는 유명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의 가르침이 있다. 비록 좋은 일을 했더라도 거기에 마음이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그 행위를 드러내고 보상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상이 없으면 자신이 도움을 준 사람을 향해 화내고 험담하고 미워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을 괴롭게 만든다.
평소에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지 않으면서도 선거 때만 잠깐 ‘착한 일’을 한다고 기자들 불러놓고 사진 찍고 알리는 정치인을 너무 자주 본다. 이것 역시 자신에 대한 지독한 애착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탐냄의 결과이다. 우리가 가진 마음의 병은 만심의 본질만 알아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붓다는 이러한 마음을 행복을 방해하는 독약으로 꼽았다.
질투, 후회, 인색함도 모두 성냄이니 마음을 잘 살펴야 한다
두 번째 폴더는 성냄이다. 흔히 ‘성냄’이라고 하면 과격한 성격이나 행동을 떠올리는데 고대 인도말로 성냄을 뜻하는 말은 ‘프라티가(pratigha)’이다. 그 의미는 무언가에 반대하는 것, 거부하는 것, 싫어한다는 것이 마음에 녹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늘 무언가에 부딪쳐 거부당하면 그 사람의 마음은 어두워지고 자신감과 적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실패했다’, ‘인정받지 못했다’, ‘비판당했다’라는 부정적 에너지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들은 망상으로 번져 좋지 않은 선택과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성냄이다. 현대인의 정신적 아픔은 이러한 성냄이 발전한 망상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질투, 인색, 후회도 모두 성냄이다. 왜냐하면 질투가 생기면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면서 마음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색함은 타인이 내 것을 함께 공유함에 화가 나는 것이지 탐냄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마음이 있으면 누가 베풀어달라고 하면 바로 화를 낸다. 그래서 붓다는 늘 자신의 마음이 밝은지 어두운지도 잘 살피라고 했다.
어리석음이란 세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
마지막 세 번째 폴더인 어리석음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모름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이 세상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어리석음이란 세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려고 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마음이 어둡고 밝은 것과는 상관없이 모른다는 것을 이해해보려는 자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따라서 의문을 갖지 않고 무조건 믿는 맹신은 어리석음의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붓다는 자신의 가르침조차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고 가르쳤다.
이와 같이 붓다는 확고부동한 행복의 획득을 가로막는 세 가지 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누구든지 이 세 가지 마음 작용에 주의하며 나아간다면 확고부동한 행복을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금강대 불교인문학부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대학 불교학과-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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