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행복으로 들어가는 첫걸음이란?|10분으로 배우는 불교

고통과 행복에 대한
붓다의 통찰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과 교수


문명의 발전만큼 인간은 행복할까?
인류는 오랜 기간 수렵·채집을 위한 이동 생활을 하다가 약 1만여 년 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정착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인류의 삶을 근본부터 바꾸어놓아 ‘신석기 혁명, 농업 혁명’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이후 인류는 너무도 짧은 시간 안에 지구상 어떠한 생명체도 이루지 못한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오늘날 인류는 교통 통신의 발달로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함은 물론 이제 본격적인 AI 시대를 알리는 챗GPT가 출시되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현대인은, 불과 50년 전 사람들이 봤다면 신화 속 이야기라고 여길 정도로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눈부신 ‘문명의 발전’만큼 우리들은 나날이 더 ‘눈부신’ 행복을 향유하고 있을까? 우리는 24시간 내내 전 세계와 연결된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됨과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소비할 수 있는 세상 속에 편입되어 살게 되었다. 그렇게 축적된 자본은 다시 과학기술에 투자되고, 과학기술은 끝없이 소비를 유발하는 상품을 만들어 자본주의라는 자전거를 넘어지지 않고 달리게 해주고 있다.

단순히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산속으로 들어가자는 말이 아닙니다. 인류가 이러한 시스템을 역사의 ‘진보와 발전’이라고 믿고 만들어나갈 때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지를 묻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지고 스마트폰 기능이 더 좋아지고, 우리가 더 빨리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이 모든 변화들이 우리들을 ‘스마트’하게 ‘더 빨리’ 진정한 행복으로 데려가는 것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에서, 이러한 중요한 질문을 간과한 인류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의 참된 행복을 가르친 진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교’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참된 행복으로 들어가는 첫걸음이란?
부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참된 행복을 잘못된 것에서 찾기 때문이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즉 사람들은 즐거운 느낌을 행복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즐거운 감정을 갈망하고 그것의 지속을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느낌은 곧 바로 소멸하는데 그로 인해 사람들은 괴로운 느낌을 경험하게 되어 근심하고 상심하고 슬퍼하고 가슴을 치고 울부짖고 광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와 같이 즐거운 느낌은 다시 사라지니까 사람들은 늘 불만족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또 다른 즐거운 느낌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늘 먹이를 쫓는 맹수처럼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이러한 긴장 상태가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고(苦)의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챗GPT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우리의 일을 대신해준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가진 불만족과 긴장 상태의 본질적인 제거와는 다른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곧 사라져버리고 늘 변하는 어떤 특정한 감정, 그것이 비록 지금 즐거움을 줄지라도 그에 대한 추구를 경계하는 것이 참된 행복으로 들어가는 첫걸음이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이러한 가르침이 공허한 선언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부처님께서 수행을 통해 감정과 마음 활동의 본질을 체득할 수 있게 가르쳐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특정 감정에 대한 욕망의 불꽃이 사라졌을 때 천둥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가는 니르바나(nirvāṇa), 곧 열반(涅槃)에 도달하게 됩니다. 불교는 이와 같이 열반, 즉 확고부동한 행복을 추구하는 가르침입니다.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금강대 불교인문학부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대학 불교학과-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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