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 대한 과학적 이해,
건강한 삶의 첫걸음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왜 ‘자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가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는 ‘자존감(self-esteem)’이라는 개념을 생물학적 용어로 재정의함으로써 ‘자기’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시도하는 책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자기(self)’에서 출발한다. ‘자기’를 과학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격변하는 시기에 ‘자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삶을 견실하게 살아내는 데에 시사점을 제공하므로 중요하다.
‘환경’과의 관계에서 정립되는 ‘자존감’과 ‘자기감’
저자는 “자기의 형성은 타인과 나와의 관계를 인식하는 첫 번째 조건”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자기’가 ‘관계’에서 촉발되는 인식이라는 점과 타인과 나의 적절한 구분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조건임을 상기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감(sense of self)’은 “내가 생존하기 위해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존감’은 사회적 환경, 즉 타인을 나의 생존을 위해 적절히 활용하는 느낌이다. 자존감과 자기감은 공통적으로 ‘환경’과의 관계에서 정립되는 개념이다. ‘환경’에 대한 조정의 정도에 따라 자존감은 균형과 불균형 상태를 이룬다. 그런데 불균형 상태는 환경, 즉 타인을 무리하게 바꾸려는 과정에서 폭력이 행사되거나 타인에 대한 기대를 스스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추정해 우울증, 불안증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외부 환경 활용하는 생체 기능인 알로스테시스에 주목
이러한 자존감의 불균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은 알로스테시스(allostasis) 기능을 소개한다. 알로스테시스는 항상성(homeostasis)의 불균형을 더 효율적으로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 환경을 활용하는 생체 기능으로 자존감의 형성과 발달 과정, 불균형에 빠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 책은 알로스테시스 개념을 토대로 자기감이 어떻게 자존감으로 이어지는지, 자존감 불균형 해소를 통해 건강함 자기감을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 노력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자기의 과학적 이해가 자기 감정이 반사회적 폭력으로 번지지 않고
사회적 차원에서 통제될 수 있길 기대
이 책이 ‘자기’에 관심을 갖고 이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의 감정이 반사회적 폭력으로 번지지 않고 이를 과학적 접근 방법을 통해 사회적 차원에서 적절히 통제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시’, ‘차별’, 등의 부정적인 경험에서 ‘인정’, ‘수용’ 등 긍정적인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다. 여러 경험에 대한 노출은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어떠한 행동을 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특정한 개인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최근 ‘묻지마 범죄’의 동기는 대부분 ‘무시’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무시의 경험과 거기에서 촉발되는 부정적 감정들은 누구나 겪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저자는 “무시당한다는 감정은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생겨나고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걸까?”라는 뇌과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이 현재 유효한 이유는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과 위태로운 사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11월의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의 저자인 김학진 교수를 초청해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생물학 용어로 어떻게 재정의할 수 있는지, 뇌과학이라는 새로운 탐색의 언어를 통해 ‘감정’을 어떻게 살펴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청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감정 영역의 문제를 뇌과학에서 바라볼 때 생겨나는 시사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김선우|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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