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으로 하는
운동과 신체 건강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동 한의학정신건강센터 센터장
조화와 균형, 순환과 교류 이루어지는 동적 평형상태가 건강
한의학에서 신체적 최적의 상태는 “두한족열(頭寒足熱)”로 요약될 수 있다. 머리는 시원하고 다리는 따뜻한 것으로, 신체 전체로 본다면 상반신은 시원하고 손발과 하반신은 따뜻한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가 되려면 인체는 조화와 균형, 그리고 순환과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화와 균형을 만드는 것은 몸의 동적(動的)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연현상의 상반된 음(陰, -)과 양(陽, +)의 조화를 통해 성질이 따뜻한 기운은 하반신에 있고, 차가운 기운은 상반신에 있는 상태로 수화기제(水火旣濟 : 물의 기운이 위에 있고, 불의 기운이 아래에 있어 서로 섞이면서 균형이 잡힌 상태)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순환과 교류를 만드는 것은 음양의 기운이 각각의 성질에 맞춰서 작동하는 것으로 상반신과 하반신의 기운이 서로 순환할 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더구나 인체 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또 밖으로 내보내는 교류가 원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한 상태라는 것은 동적 평형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움직임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행위에 충실하면서도 조화와 균형, 순환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활동량의 저하는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하루에 평균 3만 보 정도를 걸었다고 한다. 3만 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대략 4~5시간 정도를 걷는 데 할애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움직임이 생존을 위해 습관화되었다. 그런데 교통수단이 발달한 이후 우리의 일일 평균 보행 수는 3분의 1, 심지어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결국 활동량의 저하는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대사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회식을 하고 나면, 젊은 사람들은 즉각 소화시키고 다음 날 아침에도 거뜬하게 다시 밥을 먹을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소화와 대사 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축적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결국은 하복부 비만과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나이 든 사람 입장에서는 대사 능력이 줄어드는 것을 활동량을 늘려서라도 확보해야 한다.
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식욕이 있는가? 이것은 욕구와 재미에 관한 질문이다. 세상을 살아갈 때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우울증이 없는 것이다. 활동은 유지되고 있는가? 활동을 통해 몸의 움직임도 있지만, 활동을 통해 외부와 지속적인 접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활동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활동량 확보 위한 걷기뿐만 아니라 주위 환경과 교류하는 마음챙김 걷기
일단 활동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활동량만 늘린다고 해서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활동량만 늘리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고, 건강이 확보되기보다는 피로가 축적되는 것이고, 즐거움보다는 고통만 쌓이게 되는 것이다. 건강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활동에 “마음챙김”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단순하게 움직이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움직임에 전념해 느끼고, 받아들이고, 지속하고, 기뻐하고, 만족하고,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등산이나 달리기, 사이클이나 수영도 좋다. 움직임만 놓고 본다면 이러한 운동이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마음챙김을 고려한다면 걷기가 가장 추천된다. 마음챙김 걷기, 즉 걷기 명상이다. 마음챙김 걷기는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걷는 행위뿐 아니라 마음챙김을 통해 주위 환경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정신 역시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마음챙김 걷기 따라 하기
처음에는 발바닥의 감각을 확인하면서 출발한다. 발바닥의 감각을 관찰하는 것은 뇌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신체 감각을 관찰하는 것이어서 뇌 자체 내의 생각에서 멀어지는 방법이 된다. 일단 뇌를 비우는 작업이 1단계 진행된 것이다.
그렇지만 먼저 해야 할 작업이 하나 있다. 바로 우두커니 서서 자신이 딛고 있는 지구와 교류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는 접지라고 해서 땅과 만나면서 땅의 기운을 받는 행위로, 이전에는 그라운딩(grounding)이라는 용어를 쓰다가 요즘은 어싱(earthing), 즉 ‘지구 활동’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맨발 걷기의 효과나 발바닥을 통한 전신 자극 효과는 차치하고, 중요한 것은 지구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선되어야 할 작업이 느끼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통해 서 있는 순간,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지구의 느낌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구의 기운을 느끼고 받아들인 후에는 자연스럽게 걷는 행위로 이어지도록 한다. 이미 뇌를 비우는 작업을 하고 나서의 걷기는 이제 주위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이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또 손을 스치는 바람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이다. 순순하게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관찰은 주의를 주는 것이고, 주의를 주는 것은 대상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작업이다.
마음챙김과 함께하며 걷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한족열(頭寒足熱, 오른쪽 사진)의 상태가 일어난다. 다리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다리에는 열감이 생기고, 머리는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비어 있는 상태가 된다.
걷기를 끝내고 나면 다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아야 한다. 이것도 마음챙김의 하나이며, 특히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한다. 걷는 시간 동안 느끼고, 받아들이고, 지속했던 상태를 휴식과 이완의 시간에 자신의 에너지로 환원하는 작업이다.
동적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행위이다. 인간은 움직임을 통해 에너지를 느끼고, 얻고, 순환시키고, 소비하며, 교류한다. 끝없는 움직임 가운데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자신의 행위에 기쁨과 의미를 두는 작업을 통해 건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종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육연구부장, 기획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동 한의학정신건강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기와 함께하는 15분 명상』, 『과학 명상 입문』(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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