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인드풀니스 명상 | 특집, 미국 불교

미국의
마인드풀니스 명상 현황

이종복
스톡턴대학교 철학과 교수


필자는 이 글에서 미국의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명상의 역사와 마인드풀니스가 기업과 정치계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마음챙김이라는 용어 대신에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사용하고자 한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불교의 명상과는 그 목적이 명확히 다르다. 불교의 명상은 사마타(선정, 지止)와 위빠사나(지혜, 관觀)의 균형 잡힌 수행을 통해 윤회를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거나 윤회와 열반 사이에 머무르며 중생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비해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불교에서 비롯되었지만 선정 수행에 집중하고 있고, 그 목표는 아래에서 말하듯 스트레스 완화, 질병 통증의 완화 등을 그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간략한 역사
미국에서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시작은 1970년대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의 분자생물학자인 존 카밧진이 “마인드풀니스 명상 기반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이하 MBSR)”를 개발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존 카밧진과 그의 명상 스승인 잭 콘필드 등의 명상 MBSR은 8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에게 판단 없이 현재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카밧진은 MBSR이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전국의 병원과 클리닉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또한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미국에서 마인드풀니스 명상 붐이 일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달라이 라마는 어릴 때부터 기계와 과학에 관심이 지대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부터 신경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해왔다. 특히 1987년 명상과 마인드풀니스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촉진하는 데 전념하는 “생명과 마음 연구소(The Mind and Life Institute)”를 설립해 지금까지 집중력 향상, 올바른 의사 결정, 스트레스 관리 등 비즈니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 등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이점을 입증한 수많은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다. 1991년에는 다수의 강연을 통해 미국을 방문해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이점에 대해 강연했다. 또한 2007년에 만들어진 에모리대학교의 에모리-티베트 과학 이니셔티브(Emory-Tibet Science Initiative)는 달라이 라마의 후원하에 현대 과학을 티베트 사원 교육에 통합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나의 종교는 단순하다. 나의 종교는 자애이다”라고 말하며 열린 자세를 보여주는데, 개방적인 태도는 불교의 명상이라는 종교적 한계를 넘어 명상 자체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마인드풀니스 명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마인드풀니스 명상 수행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생명과 마음 연구소가 지원한 연구들의 결과에 따르면 명상은 주의력, 감정 조절, 자기 인식과 관련된 뇌 영역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명상을 규칙적으로 수행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같은 영역의 회백질 밀도가 증가한다. 또한 명상 수행이 방황 및 자기 참조적 사고와 관련된 “기본상태회로(Default Mode Network, DMN)”의 활동을 감소시켜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본상태회로란 공상이나 자기 성찰과 같이 정신이 깨어 있고 휴식 상태에 있을 때, 그리고 외부 세계에 집중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상호 작용하는 대규모 뇌 영역 네트워크이다. 이와 더불어 자애와 연민의 명상의 경우 뇌의 구조를 긍정적으로 바꾸며, 더 나아가 스트레스를 완화해 면역력을 향상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대중들이 명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불교 명상뿐만 아니라 마인드풀니스 명상이 점점 더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마인드풀니스 명상과 비즈니스
구글의 마음챙김 명상 기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기업의 마인드풀니스 명상에 대한 관심의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2003년 구글의 엔지니어였던 차드 멍 탄(Chade Meng Tan)의 제안으로 시작한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인 자기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 SIY) 프로그램일 것이다. 구글은 앞서 간략하게 나열한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긍정적인 효과들에 집중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며, 보다 정확한 결정을 내리고, 사원들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해 협업을 원활하게 하며, 직원들의 복지를 도모하기 위해 마인드풀니스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마인드풀니스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은 생산성이 10% 올랐고, 이직률이 35% 줄었으며, 고객 응대 서비스 역시 향상되었다고 한다. 또한 사원의 스트레스가 20% 감소했고, 집중력과 창의성이 각각 30%와 50% 올라갔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는 기업의 마인드풀니스 명상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 차드 멩 탄은 2017년 자기내면검색리더십연구소(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 이하 SIYLI)를 세워 본격적으로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상업화하는 길에 합류했다. 구글을 비롯해 애플, 애트나, 제너럴 밀스, 나이키, 프로 미식축구연맹 등이 직원들을 위해 마인드풀니스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의 마인드풀니스 명상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가하면서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들 역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구글에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운영한 차드 멍 탄은 2012년 자기내면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22년을 기준으로 SIYLI는 500개 기업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1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마인드풀니스 산업의 시장은 현재 크게 성장했다. 2017년 전 세계 마인드풀니스 시장의 가치는 10억 5,000만 달러였는데, 2025년에는 2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마인드풀니스 명상 전망
글로벌 뉴스 네트워크에 의하면, 2023년 현재 미국에는 2,450개의 명상 센터가 있다고 한다. 필자의 모교인 버지니아대학교는 명상과학센터(Contemplative Science Center)를 세워 산하에 버지니아대학교 의과대학과 함께 마인드풀니스 센터를 두고 마인드풀니스를 환자 치료 등에 집중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브라운대학, 애리조나주립대학, UCLA 등 유수의 대학들이 마인드풀니스 센터를 세워 연구뿐만 아니라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미 정부의 재향군인회(Veterans Affairs) 역시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마인드풀니스 센터를 세워 전쟁 참가 후 외상 후 장애를 앓고 있는 예비군들을 돕고 있다. 민간 마인드풀니스 명상 단체들인 디 아트 오브 리빙 리트리트 센터(The Art of Living Retreat Center), 스피릿 록 메디테이션 센터(Spirit Rock Meditation Center), 샴발라 마운틴 센터(Shambhala Mountain Center), 인사이트 메디테이션 소사이어티(Insight Meditation Society) 등 많은 명상 센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다양한 맥락에서 유익한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그 한계와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명상은 수준이 높아질수록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늘 경험자의 안내가 절대적이다. 필자의 친구는 명상 중에 상기병에 걸렸는데, 수덕사 설정 스님의 조언을 받아 고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2017년 6월 필라델피아에 살던 메건 보트(당시 25세)는 고엔카 센터에서 열흘 동안 하루 10시간의 집중 수행을 하고 나서 10주 뒤에 자살했다. 그녀는 명상 후에 우울증이 악화되었는데, 당시 그곳에는 명상을 지도할 만한 지도자가 없었다고 한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비종교적 명상 기술이기 때문에, 적용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불교 전통의 명상이라고 하더라도 수행의 경지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지도할 경우 분명히 위험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23년 7월 16일자 미국 공영방송 NPR의 기사는 『ABC 뉴스』의 아나운서인 댄 해리스가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통해 삶을 바꾼 이야기를 싣고 있다. 2004년 6월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를 진행하던 중 공황 발작을 겪었던 그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면서 견디기 위해 복용했던 모든 약물을 중지하고 명상을 시작했으며, 불교로 개종해 2014년 『10% 더 행복해지기』라는 책을 썼다. NPR의 이 기사에서 댄 해리스는 마인드풀니스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네. 불교의 특징 중 하나는 불교가 어떤 문화권에 들어가든 적응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아시아 전통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지른 실수 중 하나는 과학자들과 서양인 교사들에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이 관행의 아시아적 뿌리를 경시한 것인데, 이는 제 커리어가 발전하면서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인이 지배하는 불교 공동체에서 백인들이 불교의 뿌리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바로 살펴봐야 할 사각지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후 그는 마인드풀니스 비즈니스를 맥도널드식 프랜차이즈에 빗대어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고 비판하면서도 “더 많은 마인드풀니스 명상이 보다 적은 마인드풀니스 명상보다는 낫다”고 했다. 마인드풀니스의 기업화가 가지고 있는 유용성에 주목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때때로 모든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선전되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전문적인 치료를 대체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마인드풀니스 명상 수행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심각한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개인에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일부 비평가들은 기업이 과도한 업무량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직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피상적으로 마인드풀니스 명상 프로그램을 남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지나친 상업화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앱들과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 강좌 등 마인드풀니스 명상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그 품질과 진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자본화 및 산업화는 경계해야 할 과제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앞으로도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종교와 문화의 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코로나 19를 겪는 동안 사람들이 느낀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들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고 스트레스 및 고통의 완화와 주의력 향상, 면역력 향상, 뇌의 변화 등 명상의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과학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인드풀니스 명상 및 불교 명상에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경제 사정과 교육 정도에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명상의 부작용에 대한 대처법의 미비,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자본화 및 산업화 등에 따른 명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종복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저지에 있는 스톡턴대 철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며 12세기에서 14세기 명상 중의 부정의 대상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데풍 고망 사원의 교육사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감정 공부』, 『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 『달라이 라마의 입보리행론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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