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시계 늦추기 프로젝트 - 자발적인 가난과 나눔이 필요한 때 | 2023년 캠페인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

탄소 시계 늦추는
나만의 환경 실천법

유정
방송작가


“보살은 평등한 마음으로 자기가 지닌 물건을 남김없이 모든 이웃에게 널리 베푼다.
베풀고 나서 대가를 바라거나 명예를 구하거나 자기 이익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모든 이웃을 구제하고 이롭게 할 뿐이다.”
(『화엄경』 「십행품」)

“보살이 정토를 얻으려면 그 마음을 청정하게 가져야 한다.
그 마음이 청정해야 그 국토가 청정해진다.”
(『유마경』 「보살품」)

비움의 미학, 텅 빈 충만
텅 빈 방에 놓인 방석 하나, 바라보기만 해도 단순하고 소박한 풍경에 마음이 쉬어지고 휴식이 되는 이유는 빈 공간이 주는 넉넉함과 여유로움 덕분이다. 가끔 사찰이나 명상 마을을 찾아가 좌복 위에 앉아 열린 창문으로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번잡한 생각이 끊어지고 자연과 하나 되는 순수함을 경험한다. 선사들은 굳이 화두에 몰두하지 않더라도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자연에 눈과 귀를 열고 있으면 그대로가 현성공안이라고 했던가. 우리가 산과 들로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런 비워짐을 체험하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 속에서 주인공 줄리아 로버츠는 삶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워 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자신의 짐을 보관소에 맡긴다.

“내 인생이 박스 몇 개로 정리되네.”

혼잣말을 하는 주인공에게 직원이 한마디를 건넨다.

“그 얘기 매일 들어요. 그런데 나중에 자기 인생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인생의 전부라고 여기며 간직했던 물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오히려 내 삶의 공간을 거꾸로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책상과 서랍장, 옷장과 신발장 등 주변을 돌아볼 일이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라는 마음은 비우고 나눌수록 풍요롭고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외면하며 살아가는 이유, 아마도 허기진 마음을 달래려는 집착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묵은 감정의 찌꺼기를 훌훌 털어내듯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필요한 이웃과 나누는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여행 갈 때 짐 가방에 넣을 수 있는 양이 있는 것처럼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도 생존적 소유만 남기려는 자발적인 가난이 우리를 소유로부터 자유롭게 해방시킬 것이다.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은 지구온난화의 시계를 가속화하고 마침내 기후위기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상이 되어버린 폭염과 가뭄, 홍수와 물 부족, 태풍과 산불은 재앙이 되어 생태계 교란과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지난 5월, 캐나다에서 시작된 산불은 두 달 넘게 지속되어 그 연기가 국경을 넘어 흡사 재난 영화처럼 뉴욕의 맨해튼을 붉게 물들였다. 파키스탄의 대홍수, 멕시코와 마다가스카르의 극심한 가뭄 등 먼 나라의 이야기일 것 같았던 기후 재난은 우리에게도 찾아왔다. 강남 한복판이 물바다가 되었던 작년에 이어 올해 7월, 경상북도 예천에서는 산사태가 마을을 덮쳐 주민들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충청북도 청주에서는 미호강 범람으로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우리의 이웃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참사가 되풀이될 때마다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 있는 이유는 단지 운이 좋아서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전 세계의 기후 지표는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도의 가르침, 자발적인 가난으로 탄소중립 실천해야 할 때
사람은 평균 체온인 36.5℃에서 1.5℃ 오르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1.5℃ 온도 상승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한계선,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독일 연구 기관이 운영하는 탄소시계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토대도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의 온도가 1.5℃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지구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전법의 시간, 45년 동안 인도 전역을 맨발로 걷고 또 걸으며 가르침을 펼치셨다. 우리도 부처님과 같이 그 위대한 발걸음을 따라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노력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 즉흥적이고 분수에 넘치는 소비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자멸하는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 한쪽에서 너무 많이 누리고 차지했기에 상대적으로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웃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께서 설하신 중도적인 가르침은 무심코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중도적인 균형감각을 일깨우는 자발적인 가난과 나눔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새것만 좋아하는 우리의 묵은 습관을 바꾸고 바꿔 쓰고, 나눠 쓰고, 재활용하는 일에도 수고로움을 아끼지 말 것이다. 차가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누는 이웃과의 따뜻한 눈인사로 마음을 나누는 일도 물건을 나누는 것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맑힐 수 있다. 우리는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드라망 생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환경 프로젝트 실천하기>
◦ 자가용 사용 횟수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하기
◦ 걷거나 달리거나 자전거 타기
◦ 계절마다 옷장을 열어 이웃과 나누기
◦ 냉장고나 저장고에 식료품을 쟁여두지 않기
◦ 에어컨을 틀기 전에 샤워를 하고 선풍기를 먼저 돌리기
◦ 건조기 사용을 줄이고 빨래를 햇볕에 말리기
◦ 하나의 텀블러를 5번 이상 사용하고 남는 텀블러는 이웃과 나누기
◦ 장바구니를 챙기고 비닐봉지 적게 사용하기
◦ 플라스틱 대신 스테인리스나 유리그릇 사용하기

유정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방송작가에서 가끔은 요가 강사, 바리스타 재능 기부로 삶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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