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을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하여 | 정여울 작가의 책 읽기 세상 읽기

중독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현대인에게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刊, 2022

중독은 사회적 문제
“먼저 당신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결국 술이 당신을 삼켜버린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유명한 문장이다. 이는 ‘중독’의 원리를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 자신이 술이나 담배 같은 자극을 선택하지만, 점점 더 그 술이나 담배가 우리를 점령하고, 결국에는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끝장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토록 중독에 노출되기 쉬운 우리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붙들어야 하는 것일까. 『도파민네이션』은 수많은 중독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건강하게 중독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알코올, 쇼핑, 게임, 일, 약물, 니코틴 중독까지. 일일이 언급하기에도 바쁜 많은 중독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인. ‘유해한’ 온갖 중독과는 거리가 멀다고 믿어온 모범적인 사람들도 알고 보면 ‘일중독’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는 이 모든 중독이 ‘도파민 중독’의 일종임을 간파한다. 사람이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의지박약이나 도덕성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쾌락과 고통을 지휘하는 신경물질, 즉 도파민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중독의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기보다는 중독성 물질의 급증, 자본주의의 격화, 디지털 미디어의 급성장과 긴밀하게 연관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견딤의 힘’, ‘견딤의 시간’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
고통과 지루함 견뎌야 깨달음의 시간 찾아와
인간이 각종 중독성 물질에 유혹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조금만 아파도 진통제를 찾고, 조금만 힘들어도 술을 찾는 습관이 몸에 붙으면, 아주 작은 불쾌감에도 술이나 담배는 물론 각종 약물, 도박, 쇼핑 등의 ‘중독적 행위’에 의존하게 된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참을 줄 아는 ‘견딤의 힘’이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 그 속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아이들과 청소년이 겪고 있는 각종 중독이다. 어른들은 중독성 물질에 몸이 축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술과 담배와 약물 등으로 인해 내 몸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커다란 문제로 의식하고, 치유의 노력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지니고 있다. 몸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까지는, 20세 이전의 젊은 육체는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약물을 비롯한 각종 중독성 물질에 대한 의존을 멈추지 못한다.

소피라는 내 환자는 한국에서 온 스탠퍼드대학교 학부생이었다. 우울감과 불안감 때문에 도움을 받으러 나를 찾아왔었다. 그녀는 자신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팟캐스트와 플레이리스트 등 기기에 의존한 상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수업을 받으러 걸어가면서 아무것도 듣지 말고 생각이 수면 위로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해보라고 권했다. (…) “그게 자신과 친해지는 방법이거든요. 자신의 경험을 통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펼치는 거죠. 전자 기기만 붙잡고 지내는 게 소피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을 거예요. (…)” “지루함이란 지루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끔찍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죠.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게 될 거예요.” - 『도파민네이션』 중에서

바로 이것.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어른의 임무다. 그리고 지루함을 견뎌내고, 고통을 이겨내며, 마침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을 찾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지향점을 발견하고, 하루하루 더 나은 삶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 ‘어른스러움’의 본질이 아닐까. 중독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도파민 사용을 멈추면 처음에는 고통과 지루함이 온몸을 감싼다. 그러나 그 고통에서 굳이 벗어나려 하지 말고, 그 아픔 자체를 인내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 마음챙김의 메시지이다. 견딤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침내 깨달음의 시간이 찾아온다. 고통은 그 자리에 있지만, 고통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어떤 쾌락을 즐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쾌락을 향한 유혹을 이겨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견뎌내는 힘을 기를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정여울
KBS라디오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살롱드뮤즈> 연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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