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한 현대적 불교

호감도 1위 종교, 불교가 희망이다

MZ세대 불교 포교,
디지털 세계에 길이 있다

김경회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영역 중첩되는 지점에서 자기 정체성 드러내는 MZ세대
안사람과 함께 맛집이라 소문난 레스토랑에 도착해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옆자리에 젊은 부부가 영유아(아직 엄마와 말이 안 통하는)를 데리고 자리에 앉는다. 젊은 엄마는 잠시 레스토랑 분위기와 자기 아이의 상황을 살피고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아이 앞에 놓아준다. 그러자 칭얼대던 아이는 레스토랑의 조용한 분위기에 맞춰 얌전하게 있는다. 젊은 부부의 테이블에 음식이 나오자 엄마는 아이로부터 스마트폰을 회수한다. 그러자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는 엄마와 심하게 몸싸움을 시작한다.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장면으로, 이 영유아는 이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호적에 등록된 것이다. 영유아에게 TV(79.8%), 스마트폰·태블릿 PC(70.2%) 등 미디어 사용을 허락하는 목적은 ‘보호자의 일을 아이의 방해 없이 하기 위해’인 경우라 한다.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소위 MZ세대는(시기상 동년배라고 볼 수 없는 1981년생부터 2010년생까지 통칭)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어머니보다 디지털 기기로부터 더 많은 어휘를 배우면서 그들 자신에게(특히 Z세대 이후) 새로운 종류의 감각을 발달시키고 있다. 단세포의 출현으로부터 긴 진화 과정을 거치며 인간의 영유아는 언어를 학습할 때 시각, 청각뿐 아니라 단어의 정서적 의미로 자신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눈빛과 따듯한 포옹에서 체온, 촉각, 냄새와 같은 신체적 감각을 경험한다. 이때 어미와 아기란 두 생물체는 서로 “공감(共感)”하게 되며, 이를 대뇌변연계 “공명(共鳴)”이라 부른다. 주인과 애완견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변연계 공명이다. 아기는 어미와의 공명을 통해 생리작용을 조절하며, 교정까지 할 수 있다. 타인(他人)의 감정 신호가 신피질을 통해 상대방의 변연계를 자극하고, 변연계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표정과 몸짓, 말 등을 통해 감정을 나타낸다. 서로 공명을 확인하게 되면 두 사람의 변연계는 상호 조절 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상대방 마음에 접근하는 교정 과정을 갖는다.

그러나 이제 100년도 안 지난 정보화 시대의 MZ세대는 디지털 기기 화면의 영상과 소리만으로 언어를 학습함으로써 그들의 언어는 신체적 감각과 공감으로부터 분리되어가고 디지털 기기의 설명서처럼 기계적이며 메마른 것이 되고 있다. 아주 긴 진화적 시간과 비교해 급격한 디지털 시대의 변화는 MZ세대에게 충분한 공감 능력을 주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현실 세계(physical reality, 오프라인)에 있지만 신체 접촉이 사람보다 디지털 기기에 더 친숙하므로 타인에 대한 공감 없이 가상적 세계(virtuality, digital, 온라인)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그들은 피지털(physical + digital)이란 현실 세계와 가상적 세계의 경계가 모호한 세상에서 이중적으로 행동한다. “같이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라는 책 제목처럼 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영역이 중첩되는 그 어느 지점에서 자기 정체성을 나타낸다.

기성세대와의 갈등 심하고 뉴노멀 시대에 적응 못하며 정신 건강에 위기 겪어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MZ세대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이중적 태도를 지닌 세대로 판단된다. 비정규직, 고용 불안, 미친 집값 등에 짓눌린 그들의 삶 때문에 “헬조선”이라 부르는 한국은 2023년 IMF 기준 세계 경제 규모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똑같은 경제구조 속에서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인식 차이는 크다. 기성세대의 기존 질서를 준수하기보다는 그들만의 새로운 가치나 기회를 선택한다. 기성세대를 존경하기보다는 꼰대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기호에 편향되는 개성을 추구한다. 이렇듯 기성세대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으며, 비대면과 부동성(immobility) 등 과거에 비정상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표준이 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식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이 단숨에 파괴되고 새로운 현실이 일상화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MZ세대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정신 건강에 많은 문제점을 보인다. 이런 문제점들은 2022년 5월 『동아일보』의 단독 취재로 보도되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 1,686명을 대상으로 최근 다면적 인성 검사를 실시했는데 709명이 ‘위기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꼴이다. 위기군 중 절반이 넘는 361명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확인되었다.

MZ세대 위한 참선·명상, 상담·지도 양방향 콘텐츠와 앱 제작 필요
이런 상황에 있는 MZ세대의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직장과 학교의 삶에서 큰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들은 법회와 같은 전통적인 신행 프로그램에 만족도는 낮지만, 자신들이 선호하는 참선·명상, 상담, 사회 활동의 경우엔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따라서 포교는 참선·명상, 상담·지도 등에 혁신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참선·명상을 그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현대적으로 짜임새 있게 운영해야 한다. 그런 방향성과 운영을 위해 불교적 품성과 자격을 갖춘 재가 전문가와 종단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기수의 한국교수불자연합회와 종단은 ‘법회 강사 POOL 공동 운영’을 위한 인력 조사를 마치고 그 시행 단계에 있다. 교수 불자의 한 사람으로 전국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마다 느끼는 자괴감이 하나 있다. ‘이 좋은 위치, 이 좋은 시설로 프로그램 운영을 이렇게밖에 못할까?’이다.

디지털 원주민과 함께 사는 이 첨단 과학 시대에 승가의 내전(內典)만을 고집하며 일차원적 교육을 강행하는 종단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없다. 1989년 달라이 라마가 노벨 평화상 수상 당시 “과학과 불교 모두 우리에게 우주의 근본적인 조화에 대해 가르쳐준다” 했고, 이미 성철 스님이나 청화 스님도 법문에 세속 외전(外典)의 과학적 내용들을 인용하셨다. 실질적 체험과 수행 방편이 쉽도록 온·오프라인이 병합된 참선·명상 세션 및 디지털 상담·지도 프로그램을 접근이 편리한 양방향 콘텐츠로 제작하고 모바일 앱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김경회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 석사,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대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 요업기술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구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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