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게스트하우스 홍대선원을 운영하기까지 | 나의 불교 이야기

포교와 수행은 다르지 않다

준한 스님
홍대선원 대표


불교 수행을 통해 마음이 바뀌다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부터 불교와 친숙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워싱턴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는 학생회 회장을 맡아 장학금도 받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1999년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나는 어깨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고, 함께 탔던 친구 ‘M’은 중태에 빠지게 되었다.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삶이 절망스러웠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힌 듯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답답한 마음에 한국에 잠시 돌아와서 우연히 서점에서 현각 스님의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을 발견하고 단숨에 읽었다. 이미 1999년 봄방학에 숭산 스님께서 미국에서 처음 설립한 관음선종의 본사 ‘프로비던스 젠 센터’를 방문했었고, 그해 여름방학 때 한국에서 우연히 현각 스님을 뵀다.

중태에 빠진 친구 ‘M’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지옥 같은 삶이 계속되었다. 그때 현각 스님이 떠올랐고, 수행을 하고 싶다고 스님께 연락을 했더니 화계사 국제선원 스님들과 여름 안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여름 안거는 새벽 3시부터 기상해 108배를 시작으로 하루 9시간 좌선, 2시간 예불의 일정이었다. 교통사고로 인해서 완전히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무조건 앉아서 버티면서 처음으로 수행을 했다. ‘오직 모를 뿐’에만 집중했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힘든 지경에서 딱 포기하려고 일어선 순간, 마음이 열리고 마음속의 모든 생각들이 다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안거 수행을 통해서 마음이 바뀌었고,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친구 ‘M’도 기적같이 살아나게 되었고, 절망적이었던 모든 일들이 저절로 잘 풀리게 되었다. 수행을 통해서 부처님의 가피를 받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하면서 앞으로 삶을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의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출가 전 도전과 청년 수행
안거 수행을 한 이후부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 후 하심 수행 그룹 ‘험블 마인즈 그룹(Humble Minds Group)’을 만들어 한국에서 1년간 운영했는데, 800명의 인원이 모이게 되었다. 청년들이 모인 하심 수행 그룹은 매주 만나서 수행하고, 절에서 봉사하고, 한 달에 한 번 삼천 배를 하고, 큰스님들을 친견해 법문을 들었다.

재가자로서 부처님의 제자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까 고민했다. 그 화두를 가지고 6개월간 세계 일주를 했다. 세계 일주를 통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니, 환경 파괴의 주범이 육식 문화인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채식 공부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사찰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사찰 음식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찰 요리 위주의 채식 뷔페와 수행자가 운영하는 험블 마인드 하심수행센터를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2005년, 『불교방송』에서 현각 스님의 <살아 있는 『금강경』> 법문 영상 번역을 의뢰받았다. 그때 『금강경』을 처음 접하고 ‘지금은 사업을 할 때가 아니구나, 나의 지혜와 힘을 기르는 게 먼저다’라고 느껴서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출가, 그리고 포교와 수행
부처님의 가피에 지혜롭게 회향하는 것과 포교에 원력을 세우고 출가했다. 숭산 스님과 현각 스님의 인연으로 현각 스님을 은사 스님으로 모시고, 수덕사에서 행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전통 수행을 위해 6년 동안 해인사 강원과 율원을 졸업하고 외국인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소임을 맡았다.

이후 1년 6개월간 구법 순례를 떠났다. 다시 돌아와 2011년부터 소백산 양백정사에서 봉철 스님을 시봉하면서 수행했고, 스님의 입적 때까지 간병했다. 봉철 스님께 물려받은 양백정사 주지 소임을 맡아보면서 천일기도와 수행을 계속했다. 마지막 3년, 두문불출 천일기도를 회향하는 날, 서울 홍대선원(영문 브랜드명은 ‘Just Be Temple’)에서 본격적인 불사를 시작했다. 지금 나는 도반 스님들과 청년 스태프들과 함께 리모델링을 하고, 수행 게스트하우스인 홍대선원을 운영하고 있다.

수행 게스트하우스 홍대선원을 운영하기까지
포교와 수행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교의 원력은 내 마음의 빛을 더 깊고 밝게 비추는 것이다. 같이 함께 수행하는 것이 나의 포교의 방향이다.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적이고 재미있고, 다이내믹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불교로 이끌게 하는 것이 원력이다. 더 깊은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재가자들을 위한 수행터를 만들어서 외국인들과 함께 더 깊은 수행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국제적인 리더들이 양성되고, 출가자들이 나오게 되었다. 뜻에 맞는 청년들과 1,7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불교의 사찰들을 잘 활용해서 우리의 수행 문화유산을 지켜나가고자 한다.

사부대중이 다 같이 모여서 함께 수행하고 일하는 포교를 하고자 수행(명상) 게스트하우스 불사를 원력으로 하고 있다. 외국인과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수행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서 청년들과 스님들이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명상과 게스트하우스는 청년들이 다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게스트하우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새로운 청년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이점은 성향이 비슷한 선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면서 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행, 기도, 명상, 여행을 함께하기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모이게 된다. 그동안의 수행 방법이 정적이었다면 동적인 수행을 접목해 새로운 수행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자기 마음의 본성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를 생각해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현하고자 한다.

준한 스님
2006년 수덕사에서 출가했다. 해인사승가대학과 해인사 율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해인사 외국인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를 지냈다. 현재 비구수계산림 교수사, 국제전법단 지도법사, JustBe 108 성지순례단 지도법사를 맡고 있으면서 서울 홍대선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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