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건강법은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다 | 일상 속 건강 지키기

관찰자 스스로
물음표가 돼라

손영기
제주 관자재 한의원 특진의


자기 관찰력과 표현력이 뛰어난 환자가 치료율도 높다
나는 불교와 인연이 깊다. 대학 시절에 불교 동아리 활동을 했고, 군에선 불교 군종병이었으며 한의사가 되어선 서울 조계사 인근에서 관자재 한의원을 운영했다. 현재는 제주에 위치한 관자재 한의원에서 진료 중이다. 내가 한의원 이름을 ‘관자재’로 지은 것은 중생의 고통을 살펴 구재하는 관자재보살의 가피력을 기원하면서 자유자재로 환자를 관(觀)하고 싶어서이다. 올바른 진단으로 속히 치료하기 위함이다.

‘관자재’라는 명칭대로 자재롭게 관찰하고자 환자마다 1시간 넘게 진료하지만 부족한 경우가 많다. 내 능력으로 관(觀)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환자의 도움이 요구된다. 환자 스스로의 관찰 말이다. 환자가 자기 자신을 관찰한 정보는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내가 환자의 하소연을 경청함은 환자의 말 속에 스스로를 관찰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관찰하는 힘과 그것을 전달하는 표현력을 지닌 환자는 치료율이 높다. 자연 치유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기 관찰력이 뛰어난 환자는 의료 도움이 부족해도 자가 치유되는 경우가 많고, 표현력 우수한 환자는 의료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므로 치료 속도가 빠르다. 그러므로 관찰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노력이 그 어떤 건강법보다 효과적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건강법이 존재한다. 서로 상반되는 경우까지 있다. 다양한 건강법들이 대중에게 주목받음은 각기 나름의 효과가 있어서인데 이는 환자마다 생리적, 병리적 특성이 나뉘어 각각에 적절한 건강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절대적인 건강법은 없다. 환자마다 맞는 건강법이 따로 있다. 환자를 관찰해 이것을 찾아내는 것이 의료인의 일이지만 환자 스스로의 관(觀)을 능가할 수 없다. 내가 1시간 관찰한 것보다 환자 자신이 평생 관찰해온 정보가 치료에 더 도움이 된다.

관자재는 의료인의 진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환자에게도 관자재가 필요하니 평소에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관찰하고 어떤 음식이나 환경, 생활 그리고 상황에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항상 살펴야 한다. 이러한 관찰이 능숙해지면 수많은 건강법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데 이는 의료인의 권유에 무작정 따르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아울러 의료인과의 인연도 이러한 관찰로 맺어진다. 인연이 맞는 의료인이 환자마다 따로 있는데 이는 의료인의 선택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의 관찰로 이루어지니 관자재할 수 있는 환자가 관자재하는 의료인을 만나면 난치병일지라도 치유된다.

관자재(觀自在)가 곧 문자재(問自在)다
자유자재로 관찰하는 힘은 물음표에서 나온다. 관(觀)은 물음을 던지는 행위이다. 의료기관에서의 진찰은 의료인이 환자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고, 환자 스스로의 관찰은 자기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다. “내가 왜 아플까?”, “나의 아픔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서 관찰이 시작된다. 따라서 자재롭게 관찰하려면 물음표가 쉼 없이 이어져야 한다. 물음을 멈추면 관찰 역시 끊어지기에 관자재(觀自在)는 곧 문자재(問自在)이니 자유자재로 관찰하기 위해선 자유자재로 물음을 일으켜야 된다.

던져진 물음에 답이 얻어지면 질병이 치유된다. 의료인이 던진 물음의 답은 진단을 거쳐 치료로 이어지고, 환자 자신에게 던진 물음의 답은 섭생을 통해 자가 치유의 바탕이 된다. 그런데 정답이 없는, 물음표 그 자체가 가장 큰 치유력을 발휘하니 궁극의 치유를 희망하는 관찰자는 물음표 중에서 가장 큰 물음표인, 답 없는 물음 자체를 관(觀)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생로병사의 고해에 왜 놓이는가?” 이처럼 답 없는 물음표 말이다. 정답이 없어서 계속 매달릴 수밖에 없는 물음표는 번뇌와 망상을 멈추게 만들어 최상의 치유력을 발동시킨다. 번뇌와 망상에서 비롯된 질병은 그것이 잠시라도 멈추어야 치유되기 때문이다.

중생에게 가장 큰 물음표 던진 석가모니가 제일 큰 치유자
어둠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초에 불을 붙여서 빛을 내는 것이다. 어둠을 붙잡으려는 노력으론 밝아지지 않는다. 우리의 번뇌는 어둠과 같아서 그것을 잡으려 애쓸수록 번뇌의 어둠이 오히려 더 깊어진다. 어둠을 그냥 놔두고 빛만 내면 아무리 깊은 어둠이라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처럼 빛내는 방법이 삼매(三昧)이다. 마음과 정신을 하나에 집중하는 삼매 말이다. 삼매로 불붙어서 선정(禪定)이란 빛이 나오면 번뇌의 어둠은 바로 없어진다.

답 없는 물음표는 관찰자를 삼매로 이끈다. 답 없기 때문에 온전히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그래야 삼매에 이른다. 답이 있다면 답 나오는 순간에 삼매가 끊어지므로 선정에 다다를 수 없다. 따라서 선가(仙家)의 화두(話頭)는 애당초 답 없는, 매우 큰 물음표다. 엄청나게 큰 물음을 품고, 그것에 죽도록 매달리는 삼매를 통해 관찰자가 물음표 자체가 되어야 선정을 얻어 번뇌가 끊어진다. 생로병사로부터의 자유가 여기서 얻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최상의 건강법은 항시 물음표를 던지는 관(觀)에 있고, 그 궁극의 목표는 관찰자 스스로 물음표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생로병사의 고통을 일으키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나는 가장 큰 물음표를 중생에게 던진 석가모니가 우리 인류사에서 제일 큰 치유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아픈가?”

손영기
노장(老莊)의 자연주의 사상에 환경문제를 접목한 마이너스 건강법(일명 먹지마 건강법)을 제시하며 음식과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한 자연 치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제주 관자재 한의원 특진의로 있다. 저서로는 『별난 한의사 손영기의 먹지마 건강법』, 『나는 풀 먹는 한의사다』, 『한의학,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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