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도가 줄어드는 이유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최근 한국 불교가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상월결사(霜月結社)가 중심이 된 조계종 스님 100여 명이 43일 동안 인도 불교 성지를 도보로 순례한 것이다. 거리도 무려 1,167km에 이른다. 이러한 결기는 1947년 성철 스님과 청담 스님을 중심으로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쇠락한 한국 불교를 개혁하고자 했던 ‘봉암사 결사’를 연상케 한다.
급변하는 종교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려면 불교도가 줄어들고 출가자마저 감소하는 냉엄한 현실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종교 호감도는 1위라지만
불교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호감 가는 종교다. 한국리서치가 작년 12월 발표한 ‘2022 종교 인식 조사’에 따른 결과다. 불자들이 스스로 매긴 호감도에서 이웃종교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자신의 종교에 제일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자기만족도는 객관적 수치에서는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점에서 호감도와 만족도 1위라는 상대적 평가 결과에 안주할 수는 없게 되었다.
더구나 종교가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질문에서 가톨릭 신자의 63.9%, 개신교 신자의 6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지만, 불자들은 45.0%만이 동의했다. 절반이 넘는 불자들은 불교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본 셈이다.
탈종교의 경향과 맞물려 무종교 인구가 최근 63% 이상으로 솟구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불자로서의 정체성 약화에 따른 불교신자와 출가자의 감소추세에 반전을 가져 올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불교도가 줄어든다, 왜?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산 국가로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의 자연 감소가 발생한 2020년부터는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라 신자와 출가자가 줄어드는 문제는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 전반의 공통된 난제라 할 것이다.
불자나 출가자 숫자가 줄어드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젊은이들이 종교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의 등장, 혼밥 문화와 독신주의의 증가, 그리고 고품격의 여가 생활이 주는 즐거움,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한계 상황에서도 자신의 판단을 믿는 삶의 태도 등으로 종교의 개인적·사회적 기여와 직업적 매력이 크게 낮아진 것이 그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출가하고자 산문에 든 경우에도 그중 30%의 예비 출가자가 중도 포기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동등한 불제자이자 도반 교육생으로 존중해 줄 필요성이 대두된다. 여기에 한국 불교가 전통과 교리를 중시하는 보수적 경향에 머물다 보니 이러한 미래 신자들의 새로운 성향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젊은 불자와 출가자들의 현실적 고민에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종교를 문화로 받아들이는 청년들
최근 BTS 등 연예인들이 사찰을 찾거나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서 대중들은 기존 느껴왔던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호감이 가는 이미지로 불교를 재인식하고 있다. 자신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하고 자신의 취향과 가치 실현에 삶의 의미를 두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이러한 개인적 취향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지지할 수 있는 종교에 대해서 호감을 가질 공산이 크다.
앞에서 언급한 ‘2022 종교 인식 조사’는 불교가 자신을 변화시키는 종교로서 작용하기보다는 삶에 있어 단지 하나의 문화로 인지되고 향유되고 있다는 분석도 담고 있다. 특히 경제적 풍요를 기반으로 문화적 취향을 그 어느 세대보다 넓게 향유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종교보다는 문화로 대하기가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불교가 전통 사찰 보존과 불교문화 유산의 계승자로서 그 역할과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해 온 것도 이러한 인식변화에 크게 한 몫하고 있다.
MZ세대 불교와 게이미피케이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란 대상을 ‘게임처럼’ 만드는 현상을 지칭한다. 여기서 게임이란 ‘재미있는 것’을 말한다. 엄숙한 이미지를 지닌 종교 역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보다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즐긴다’ 혹은 ‘재미’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려면 자신에 대한 존중과 편익 그리고 스스로 몰입하는 기분을 받아주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한국 불교는 청년 불자들을 부처님같이 존중하고 청년 세대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 될 필요가 있다.
한국 불교가 지금껏 공들여 온 역사와 전통문화를 이제는 청년들이 호기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로 개발하고 이를 이고득락(離苦得樂)의 즐거움으로 잘 버무려 내놓는 것은, 젊은이들은 새것만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한국 불교의 장점을 잘 살려가는 전법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출가자로서 치열한 현대적 종교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재가자로서의 신앙심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부여할 수 있다면 흥미와 재미와 전문성을 아우르는 한국 불교의 중흥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와 평등 원리가 작동하는 승단과 신도회로 변화해야
우리 사회도 어느덧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가 현실이 되었다. 갈등과 분열과 대립, 물질주의의 팽창은 군중 속 인간의 고독과 인간 존재의 상실 등 온갖 고통을 강요한다. 불교는 인간 세상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종교이다. 객진번뇌(客塵煩惱, 외부에서 비롯된 번뇌)로 인한 고통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갖게 한다. 이러한 방편을 통해 고통의 근원과 내 마음의 주인으로서 생각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무종교로 이탈하는 종교인 가운데 불교도가 그 비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사찰에서의 법회와 각종 의식, 신도회 운영 등 부처님 법을 전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한다. 일체중생을 부처님으로 대하는 인간관과 원력에 부응할 수 있도록 승단(僧團) 역시 수직적 위계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보편화된 민주와 평등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상훈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에서 경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찰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 대전대 불교학생회(유심회) 지도교수,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치분권특별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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