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K-불교문화의 중심이 되다

현대인의 마음 치유와
템플스테이

전병길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


문화 콘텐츠로서 템플스테이가 지니는 힘
수행과 신행의 공간이었던 한국 사찰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대중을 위한 문화 향유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덕분에 국민과 외국인은 우리의 사찰이 간직해온 문화적 보고(寶庫)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2021년 말을 기점으로 템플스테이 누적 참가자 수는 연인원 60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23년 5월 기준 전국의 144개 운영 사찰에 참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 콘텐츠로서 템플스테이가 지니는 힘은 무엇일까?

템플스테이가 국민 사이에서 심신의 안식처와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은 만큼 우리는 여기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어떻게 심신 치유가 가능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템플스테이의 체험 가치와 혜택
템플스테이에 대한 관심과 수요 증가의 이면에는 템플스테이가 지니는 독특한 체험 가치와 해당 체험이 참가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존재한다. 참가자들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며 체험의 효과로 마음의 치유, 더 나아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지각이 가능하다. 우선 템플스테이 체험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템플스테이의 핵심 체험으로 자연 교류(동화) 체험, 자기 성장 체험, 휴식 체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이러한 핵심 체험은 사찰 경내·외의 자연환경, 참가자들이 접하게 되는 스님, 불교 의식 및 생활(예불, 108배, 울력, 참선, 발우 공양 등), 그리고 다양한 불교문화 활동으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찰 경내·외 자연적 환경들은 체험을 유발하는 주요 자극 요인이며, 사찰에 체류하는 동안 자연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과 심리적인 교감이 가능하다. 특히 일상 및 도심을 떠나 자연의 매력에 도취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템플스테이 참가의 주요 동기가 된다. 답답한 도심 공간에서 메마른 생활을 하던 참가자들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찰 경내·외의 자연에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자연에 대한 동경심과 포근함을 체험하게 된다. 나아가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과의 일체감을 체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템플스테이의 자연 교류 체험은 자연 정복감이나 자연에 대한 경외감 및 의지와 같은 다른 형태의 자연 교류 체험과는 구분된다. 즉 자연 정복감이 자연에 대한 경외, 그러한 대상에 대한 정복, 그리고 결과로 자기 향상감 등과 관련이 될 수 있는 반면, 템플스테이의 자연 교류 체험은 자연에 대한 친근감, 애착, 일체감 등 정복의 대상이 아닌 교감 혹은 동화의 대상으로서의 자연관으로 볼 수 있다.

자기 성장 체험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템플스테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반성, 회고, 자기 한계의 인식, 깨달음, 자기 성찰, 자기 갱신, 타인에 대한 이해 등은 자기 성장 체험의 하위 요소들이 템플스테이 기간 동안 스님, 불교 의식 및 생활, 그리고 다양한 불교문화 활동 등에 의해서 나타나게 된다. 예컨대 참가자들은 108배나 참선 등 기본적인 불교 의식을 통해 자기의 한계를 인식하고 내면을 성찰하는 기회를 얻고 자신의 성장을 위한 깨달음을 획득하게 된다. 스님과의 차담을 포함한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자아를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이는 템플스테이 체험 과정에서 스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템플스테이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일상의 근심을 잠시 잊게 해주며, 심신의 피로를 풀고 재충전할 수 있는 휴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자는 고향과 같은 친근한 자연환경으로부터 스스로의 마음의 안정과 치유를 얻을 수 있다. 참가자들은 사찰의 절제된 생활로부터 현실과의 단절이 가능하고, 템플스테이 기간 동안 일상을 잊고 심신의 휴식을 찾을 수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가장 주된 참가 동기가 일상 탈출 및 휴식이라는 점에서 휴식 체험은 템플스테이 체험의 핵심 요소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의 정서적 인지적 역량 함양
세 가지 체험은 각각 단절된 것이 아니라 템플스테이 기간 동안 상호작용하는데 결국 시너지를 이뤄 전체적인 템플스테이 체험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체험의 축적은 ‘심신 치유’라는 체험의 효과를 가져오는데 템플스테이 심신 치유는 개인의 정서적, 인지적, 그리고 사회적 역량 증진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가 관광 활동의 단기 효과가 누적되어 삶의 질 향상이라는 장기적 효과로 연결된다는 가정을 고려한다면 템플스테이 체험을 통해 나타나는 심신 치유 효과는 궁극적으로 참가자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정서적 역량의 증진은 평소 개인이 안고 있었던 갈등이나 불안, 우울 등 부정적 정서를 극복하고 즐거움, 행복감과 같은 정(正)적 정서의 충전과 스트레스 해소로부터의 정신적 회복을 경험하는 것과 관련된다. 특히 자기 성찰이나 깨달음을 경험하게 되는 자기 성장 체험은 체험의 단기적 효과로 참가자들의 마음 치유와 정신적 회복 등 정서적 역량을 이끌게 된다. 사찰 경내·외의 자연적 환경과의 교감을 통해 얻게 되는 자연 동화 체험과 휴식 체험도 직접적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하고, 마음의 정화와 안녕감 등의 긍정적 정서를 강화해 참가자들의 정서적 역량의 함양을 이끈다.

인지적 역량의 증진은 템플스테이 체험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자기 인식, 자신감, 자기 존중감, 그리고 자아 향상감의 증진을 의미한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108배, 108 염주 꿰기와 같은 수행, 그리고 칭찬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음 이외에 자기 유능감, 자기 존중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자아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템플스테이 체험 활동은 참가자의 삶의 태도 변화, 소속감 및 공동체 의식 강화, 이타심 증진 등 사회관계의 유지 및 강화에 기여함에 따라 개인의 사회적 역량을 증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가령 칭찬하기나 공동체 프로그램을 체험한 참가자들은 대인관계의 기술 향상감과 타인에 대한 이해심을 통해 개인의 사회화가 함양되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대인관계 기술과 대인 유대감 형성을 위한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모두가 함께 나누는 행복 여행,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의 대표적 슬로건인 ‘나를 위한 행복 여행, 템플스테이’는 아름다운 산사에서 특별한 휴식과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으로 템플스테이가 지니는 개인적 치유 가치를 반영한다. 템플스테이의 개인적 치유 가치는 국민의 여가 문화·관광 확대를 통해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정부의 문화·관광복지 사회 실현과도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 체험이 지니는 치유 가치는 개인적 차원의 행복만이 아니라 사회적 공헌 측면에도 조망되어야 한다.

템플스테이는 현재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사회 및 경제 문제, 갈등으로부터 야기되는 불안, 스트레스 및 각종 병폐들을 치유함으로써 심신의 피폐, 가족 붕괴, 사회 범죄, 집단 갈등 등 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위험과 비용을 감소시키고 긍정적인 사회자본(자비, 화합, 공정 등)의 형성, 건강한 사회로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공헌하고 있다. 나아가 실직자, 독거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등 문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과 지역 문화 소외 주민에게 꿈과 용기, 희망의 ‘나눔 템플스테이’를 제공해 공정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고 있다. 개인의 심신 치유 차원을 넘어 전 국민에 대한 균등한 문화 향유 기회 제공과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긍정적 사회자본 형성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는 측면에서 템플스테이의 ‘사회적 치유’ 성과를 기대해본다.

전병길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F.I.U.)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경기대학교에서 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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