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뇌를 변화시킴으로써 나를 변화시킨다

진정한 기도는 끝내 이루어진다

기도는 뇌를 변화시킴으로써
나를 변화시킨다
– 뇌과학, 의식, 양자물리학을 중심으로

문일수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의과대학 교수


기도하면 어떤 성취와 변화가 일어나는가
기도는 신성한 초능력적 존재와의 내면적 소통이다. 내면적 소통이 어떻게 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까? 기도는 마음이기에 마음을 연구하는 과학인 뇌과학에 물었다. 우리 뇌의 어떤 부분이 기도할 때 작용할까? 뇌의 어떤 부분이 작용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되면 그 부위가 변하기 때문이다. 활성된 뇌 부위의 기능은 더 강화되고, 반대로 활성되지 않는 뇌 부위의 기능은 약화된다. 그렇게 해서 뇌가 변하고 따라서 마음이 변한다. 그 역도 성립한다. 즉 마음이 변하면 뇌가 변한다. 소위 뇌가소성이라 하는 뇌의 특성이다. 기도가 나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뇌를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는 뇌의 활성을 보여준다. 기도는 뇌의 깊숙한 부분인 안쪽 전전두엽(mPFC)과 뒤 대상피질(PCC)을 활성화시킨다. 각각 뇌의 앞쪽 가운데 부분과 뒤쪽 가운데 부분이다. 이곳은 자신을 성찰하고(self-reflection) 달래는(self-soothing) 마음을 내는 뇌이며, 초월적인 존재와 내면의 대화를 하는 뇌, 즉 기도하는 뇌이다. 기도를 하면 뇌가소성에 의해 이 부위들이 발달한다. 이 부위들이 발달하면 외부 자극이나 떠오르는 생각, 혹은 감정을 자기 성찰로 재평가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충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 더 합리적이고, 지성적이며,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기도는 그렇게 나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뇌는 입력 정보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장치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예측하는 장치이다. 입력되는 정보가 무엇일 것이라고 능동적으로 예측하고, 그 예측에 입력 정보를 끼워 맞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고 들은 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예측한 대로 보고 듣는다. 기도로 변한 마음은 동일한 상황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지성적이며, 신중한 판단이 일어나게 한다. 그렇게 예측하기 때문이다.

자기 성찰의 뇌를 발달시키는 기도의 힘
자기 성찰을 하는 ‘깊은’ 뇌 부위가 활동할 때는 말초적 자극 충동에 반응하는 ‘얕은’ 뇌는 활성이 줄어든다. 자기 성찰의 뇌와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뇌는 동시에 작동하지 못한다. 마치 시소처럼 하나가 활성화하면 다른 하나는 활성이 중지된다. 예로 알코올 중독자에게 음주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보여주면 ‘갈애’의 뇌가 활성화된다. 충동적이고 ‘얕은’ 뇌의 활성이다. 하지만 기도를 하면 성찰의 뇌인 전전두엽[‘깊은’ 뇌]이 활성화되면서 곧바로 ‘얕은’ 뇌의 활성이 줄어든다. 알코올에 대한 갈애를 자기 성찰로 재평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도는 충동적이고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우리의 반응성을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가 조용히 앉아서 기도할 때, 자기 성찰하는 뇌가 발달하고, 반면에 충동적인 뇌는 약화되어, 보다 합리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기도와 사띠(알아차림) 수행
기도의 핵심인 자기 성찰은 내 마음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의 흐름은 의식이다. 내 마음 공간에 떠오르는 의식을 알아차리는 것은 나의 마음이 지금·여기(here & now)에 머무는 것이다. 그것은 붓다의 핵심 가르침인 사띠(sati, 알아차림)이다. 그렇게 보면 기도와 불교의 사띠 수행은 중요한 핵심을 공유한다. 기도와 사띠 수행은 알아차림(sati) 능력을 발달시켜, 정신적 안녕과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킨다. 기도와 신앙에 더 많이 의존하는 사람일수록 우울 수준이 낮고 행복 수준은 높으며 장수한다. 현대 의학은 알아차림에 근거한 인지 치료를 우울증 및 주의력결핍증후군과 같은 정신적 질환 치료에 이용하는데 약물 치료보다 효과가 월등하다. 자기 성찰과 알아차림은 아마도 정신적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기도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지금까지 기도는 나 자신을 변화시킴을 보았다. 뇌를 통해 어떻게 나를 바꾸게 되는지 그 기제도 분명하다. 그런데 기도는 어떻게 남을,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까?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기도는 타인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배려를 표현하는 것이므로, 기도의 목표가 되는 사람뿐 아니라 기도하는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나의 기도가 남을, 그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개체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혹자는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기도를 양자역학의 개념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기도를 하면 에너지의 이동이 생기고 그 에너지가 기도 대상자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가까이에서 함께 상호작용했지만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개체를 상정해보자. 이 두 개체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분리되어 있지만 마치 하나인 것처럼 작동하면 ‘얽힌 상태(entangled state)’에 있다고 한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쪽이 앞면이면 다른 쪽은 무조건 뒷면이다. 이런 ‘얽힌 상태’가 두 개체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두 개체 사이에 이러한 연결이 존재하며, 얽힌 상태에 있는 두 개체 사이의 소통은 즉각적이다. 동전의 한쪽이 앞면으로 판단될 경우 다른 면은 즉각적으로 뒷면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에서도 얽힌 상태가 존재할까? 나와 남과, 세상은 얽힌 상태에 있기에 나의 기도는 남에게, 세상에게 그렇게 즉각적으로 전달될까?

그렇지만 나와 남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연결되어 있기나 할까? 어떻게 남을 위한 자비관과 중보기도가 효력을 가질까? 혹자는 빅뱅 이론을 끌어들인다. 태초에 우주가 탄생할 때, 그 빅뱅의 순간에 우리 모두는 하나로 얽혀 있었을까? 그래서 지금은 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의 마음이 즉각적으로 기도하는 대상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지극히 간절함을 담은 종교적 생각이지, 실험적 증명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계 밖의 영역이다.

또한 혹자는 통일장 이론에 의지한다.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 혹은 세상 만물의 공간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거기에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에너지장, 즉 통일장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세상의 한편에서 일어난 나의 기도가 저 멀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상 전체를 덮고 있는 에너지 담요를 통해서라고 주장한다. ‘신의 마음 담요’라고 묘사되는 우주를 아우르는 통일장에 사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통일장은 아직 이론일 뿐이다. 통일장이 증명된다 하더라도 나의 기도가 통일장을 매개로 기도의 대상에게 전달됨은 다시 증명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로서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믿음의 문제이다.

기도는 새로운 에너지를 통해 지금이나 미래의 상황을 보다 좋게 만들려는 마음 자세이다. 현대 과학이 기도의 영적인 효과를 명확히 밝혀내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진심을 다해 기도하면 그 기도는 나 자신과 세상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은 미래의 과학이 답해야 한다.

문일수
캐나다 UNB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칼텍(CalTech)에서 뇌과학을 연구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의과대학 교수 및 동 서울캠퍼스 불교대학원 객원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오온과 전오식』, 『의근과 의식』, 『붓다 깨달음의 뇌과학: 마음을 만드는 뇌의 구조』(근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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