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아닌 나를 돌보는 방법 | 정여울 작가가 들려주는 치유 메시지

그럼, 당신은 누가 돌보나요?

『나는 왜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쓸까』

낸시 콜리어 지음, 정지현 옮김, 현암사 刊, 2023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그럼, 당신은 누가 돌보나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심리학자 낸시 콜리어는 남들을 보살피고 돌보느라 정작 자신을 돌봐주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만났고, 그들이 진정한 자신의 욕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를 해왔다. 남편과 자녀, 양가 부모들, 친지들과 이웃과 심지어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까지. 현대 사회의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에 드는 존재’가 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우선 적극적으로 여성들 스스로가 나서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나만의 시간을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가지고 싶은지,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철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을 것이기에. 나부터 나를 보살피고 이해해야 한다.

먼저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낸시 콜리어는 ‘남을 돌보느라 녹초가 되어버린 여성들’의 공통점이 바로 ‘호감성의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라 지적한다. 호감성(likability)이란, 남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말한다. 호감성의 감옥에 갇히면, 남들의 마음에 드는 존재가 되기 위해 나의 의견을 감추고, 나의 욕구를 억누르게 된다. 남에게 매력적이고 순응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나의 생각과 감정을 끊임없이 숨기다 보면, 자기 자신조차도 스스로의 욕망을 잊어버리게 된다. 자기 돌봄은 일단 알아차림(self-awareness)을 필요로 한다. 웃기지 않으면서도 상사의 말에 억지로 웃어 보일 때는 ‘아, 내가 지금 아첨을 떨고 있구나’라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 아이가 장래 희망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온갖 학원에 다 보내면서도 정작 ‘내 꿈은 무엇인지’ 잊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이런 것이 알아차림의 순간이다. ‘나는 좋은 것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것, 나는 엄마에게 인정받는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나의 약함을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기 돌봄’의 훈련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다. 당신은 좋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 우리는 가장 좋은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 시작할 권리가 있다. 그 깨달음이 바로 알아차림의 궁극적인 목표다.

자기 마음과의 관계 맺음으로 자기 돌봄하는 방법
이제 알아차림의 단계를 지나면 구체적인 ‘자기 돌봄’의 솔루션을 시작해야 한다.
자기 돌봄은 마사지를 받거나 샤도네이를 마시거나 최고급 화장품을 사용하는 ‘소비’의 욕구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역시 일시적인 충족감에 그치기 때문이다. 자기 돌봄의 궁극적인 몸짓은 ‘내 안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돌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보는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생각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고의 책들을 읽는 것이 나의 자기 돌봄 방법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귓속에 흘려 넣고,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눈 안에 담는다. 아름다움을 일상으로 초대하는 것이 내가 발견한 ‘나를 돌보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독립심’과 ‘자기 돌봄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들에게 ‘엄마의 시간’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부모님께는 ‘이젠 부모님이 원하는 딸이 아니라 그저 나답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희생하는 기분, 늘 이용당하는 기분으로 가족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행복해지고, 내가 행복해진 뒤 그 넘치는 힘으로 타인을 돌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미 소진되어버린 마음으로 간신히 하는 희생이 아니라 넘치는 사랑과 열정과 에너지로 타인을 돌볼 수 있을 때, 그 돌봄 또한 아름다운 관계 맺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결국 자기 마음과의 관계 맺음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죄책감이나 수치심 없이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쟁취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새로운 일도 일어날 수 없다.” 정말 그렇다. 진정으로 새로운 삶을 꿈꾼다면,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내 욕망을 인정하고, 표현하고, 실천해야 한다. 가장 원하는 것을 바로 오늘, 지금부터 시작하는 용기. 그것이 자기 돌봄의 가장 강렬한 몸짓이기에.

정여울
작가, KBS제1라디오 <이다혜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저서로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문학이 필요한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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