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혜문 한의사가 말하는 맑은 의식 만들기

해독을 통해
맑은 의식 만들기

왕혜문
한의사


한의사로서 음식을 이야기할 때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한의학에서 인간을 소우주라고 보고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보는 것,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때는 이런 의미들을 그저 이론의 바탕으로만 경험했을 뿐이었다.

어느덧 한의대를 졸업하고 아버지 밑에서 환자를 보면서 의문점들이 점점 커져갔다. 의술이 몸에 미치는 영향과 생활 습관과 식습관으로 다시 돌아오는 병들, 끊으려고 해도 끓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들을 보게 되었다.

과거에는 병이 주로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생겼는데 하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서 생긴 병이고, 또 하나는 육체에 과부하가 걸려 생긴 질병이었다. 때문에 비교적 단순한 질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질환의 폭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지금 우리 현대인은 어떠한가?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고 또는 육식을 많이 하고 채식을 적게 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식습관으로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숙제를 평생 안겨주고 있다. 고혈당, 고지혈, 고혈압. 우리가 너무 흔하게 말하는 스리고다. 대사 장애로 모든 신체기관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는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들만 급급하게 해결하려는 의료의 현실 역시 안타까울 뿐이며 전체를 바라보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도 인간은 자신의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보는데 이때 의료인들은 사명감을 갖고 환자의 인생에 개입해 그들이 삶의 방향을 건강하고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건강하고 올바른 길을 안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다양한 식이요법을 통해 스스로 몸을 관찰하고 그 느낌과 과정을 알아가는 것을 중시한다. 이러한 식이요법을 통해 효과를 보기도 하는데, 실제로 어떤 식이요법을 했을 때 목표와 설정이 분명했기에 더욱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즉 마음의 요소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본 토대가 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영양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영양소를 채우기에 앞서 우리는 비우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요즘 트렌드이기도 한 해독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한동안은 해독 식단이 열풍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음식을 통해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먹던 과한 것을 내려놓고, 우리 몸의 간과 대장을 통해 해독과 대사가 잘 이루어지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다.

해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세포에 불필요한 노폐물을 정화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의식의 정화, 생각의 정화, 마음의 정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몸과 마음의 정화가 가장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상 음식과 아주 관련이 깊다.

‘육식을 줄이자’ 캠페인이 중요한 것은 현대인은 이미 지나친 육류 섭취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동물성 단백질이라는 성분을 넘어 육류의 다양한 조리법과 함께 한국인의 주식인 탄수화물까지 우리 식탁은 점점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육체 활동이 적고 정신적 에너지를 주로 쓰는 현대인에겐 몸에서 미처 다 소비하지 못한 이러한 잉여 에너지가 노폐물로 쌓여 염증으로 발현되고, 시간이 흘러 대다수 질병의 잠재적 원인이 된다.

다시 말해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인 만성 염증이 고지방, 고탄수화물로 인한 식단 때문이라면 이것을 정화하고 비우기 위한 식단으로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곡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채소와 과일, 곡류에 들어 있는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소는 간의 해독 기능을 향상하고, 식이섬유는 대변을 만들고 장에서 노폐물을 배출할 뿐만 아니라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식이섬유가 장내에서 소화, 분해, 발효하면서 단쇄 지방산이 만들어지는데, 이 단쇄 지방산이 장벽을 튼튼하게 만듦으로써 외부로부터 방어 작용을 강화해 내 몸의 면역을 키워주고 항염 작용을 해 만성 질환을 예방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육류를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이유도 식이섬유를 통해 장내 환경과 면역 기능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인 뇌와 신경세포 등을 활성화해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 또는 의식을 맑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육류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곡류 등을 섭취해 건강을 챙길 필요가 있다.

왕혜문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안이비인피부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SBS』 <좋은아침>, 『JTBC』 <에브리바디> 등의 방송에 출연해 건강 상식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는 주식회사 헬스리더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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