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정서 조절
양현정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항노화장생연구소 소장
정서(情緖)는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感情)이다. 즐겁다, 기쁘다, 불안하다, 우울하다, 슬프다, 행복하다…. 이제 나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을 생각해보자. 나의 뇌는 하나인데 서로 다른 종류의 감정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뇌에서 어떠한 신경회로가 활성화되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 우리는 다른 종류의 감정을 경험하고, 이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우리 뇌는 좋은 감정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 이것이 삶의 원동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우리 뇌에서 감정은 어떻게 처리될까?
우리 뇌에서 감정 처리와 관련이 깊은 대뇌변연계에서는 대상피질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신피질과 교류하며 감정을 인식 처리하기도 하지만, 편도체 등의 피질하 구조에서 반사적으로 감정 처리와 표출이 일어나기도 한다. 건강한 뇌에서는 이 피질하 구조들이 대부분 전전두엽의 통제하에 놓여있어서 반사적인 분노나 공포의 반응이 무분별하게 일어나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뇌에서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약화되어 편도체가 과활성화되고, 뇌간에서 과다한 카테콜아민이 분비되어 이것이 편도체를 다시 활성화시키고 전전두엽을 억제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전전두엽이 수행해야 하는 작업 기억, 주의 조절 등의 고차적 기능이 둔화되고, 반사적이며 빠른 감정 반응, 습관적 반응, 두려움 행동이 일어나게 된다.
명상은 정서 조절에 효과있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 뇌를 건강하게, 정서를 조절하는 전전두엽을 건강하게 활성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2013년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에 의해 수행되고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 지(誌)에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명상이 복내측 전전두엽, 안와전두피질, 내측 전전두엽 등 전전두엽의 회색질·백색질 두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이것은 명상이 긍정 정서의 증가, 불안·우울의 감소를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명상의 정서 조절에의 효과 및 뇌 구조적 변화를 뒷받침한다.
책상 앞에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천문 명상
현대인은 바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어렵다. 그런 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바쁜 이들이 효과적으로 명상을 시작하는 좋은 방법은 몸의 물리적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중 한 가지 책상 앞에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천문 명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무게감이 있고 바닥이 평평한 돌 또는 책 등의 적당한 물체를 준비한다. 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허리를 곧게 세운 후, 준비한 물체를 정수리에 올려놓고 손은 편안하게 무릎 위에 올린다. 이 자세를 유지한 채 눈을 감고 자신의 뇌와 몸에 집중한다. 머리를 지그시 누르고 있는 물체의 무게감을 느껴본다. 무게감이 머리에서 가슴을 지나 아랫배까지 내려오는 것을 느낀다. 정수리에서 아랫배까지 에너지의 기둥이 만들어지고, 계속 집중하면 그 느낌이 더 강해진다. 천천히 두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해서 무릎에서 10cm 정도 들어 올린다. 척추를 바르게 펴고 호흡에 집중한다. 외부에 집중되어 있었던 의식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느껴본다. 입 안에 침이 고이고 호흡이 깊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짐을 느낀다. 머리에 올려놓았던 물체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대로 눈을 감은 채 호흡을 하면서 집중을 유지한다. 천문 명상을 하기 전과 비교해서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느껴본다. 몸과 마음에 중심이 잡히고 기운이 안정되는 것이 느껴진다. 물체를 내려놓은 뒤에도 정수리에 묵직한 느낌이 계속되고, 천문에서부터 전신에 연결된 에너지의 기둥을 느끼기도 한다. 머리는 맑고 시원하고, 아랫배는 따뜻하고 중심이 잡힌 느낌이 든다.
하늘이 맑고, 마음은 바쁜 봄 날, 큰 마음먹고 책상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천문 명상으로 자신의 호흡과 크고 맑은 하늘과 하나 되어보자. 그러고 나서 조금 달라진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자.
● 천문 명상 참고 문헌 : 『더 큰 나와 만나는 명상의 힘, 커넥트』 (2019) 이승헌 저, 한문화 刊
양현정
일본 동경공업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생명전공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과 Faculty member를 지냈으며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융합생명과학과·뇌교육학과 교수와 항노화장생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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