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가 찰리 호그가 말하는 내 안의 두려움에 관하여

세상의 두려움,
그보다 두려운
내 안의 두려움에
관하여

상담 중인 명상가 찰리 호그(오른쪽)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명상가 찰리 호그는 유럽에도 가고 중동에도 가고 아프리카에서도 시간을 보냈는데,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길거리는 안전하지 않았으며 가정조차 그러했다. 어디를 가나 세상은 엄청난 폭력과 두려움,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여행하며 본 것은 사람들 삶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이었다.

“그건 세상이라는 큰 그림으로 볼 때 그렇고, 각자의 내면에도 큰 두려움이 있죠. 물론 제게도 있습니다. 남들 앞에서 강연할 때인데요, 대중 앞에서 강연할 것인가 아니면 상어가 우글거리는 탱크 안에서 수영할 것인가를 택하는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의외로 후자를 택한 사람이 많았다고 하네요.(웃음)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제 친구에게도 그런 두려움이 있다고 해요. 유럽을 주로 여행하면서 연주하는 친구인데, 그의 말이 이 세상에서 최고의 피아니스트는 대중이 잘 모르는 사람일거라고 하더군요. 대중 앞에서 연주할 때 느끼는 긴장과 두려움이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없게 한다는 거죠. 그만큼 남들 앞에 서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큰 두려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이 뭔지 아세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사랑받지 못하는 두려움일까?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두려움일까? 찰리의 질문에 선재는 이런저런 유추를 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삶엔 정말 많은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한 지인은 남들에게 자신이 거부당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하더군요. 참 좋은 사람인데도, 그분은 누구와 조금만 가까워지는 관계가 되면 상대방이 나를 받아들일까, 좋아할까, 혹은 거부할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면서 불안해진다고 해요. 그건 말하자면 남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인데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흔한 두려움일 겁니다.”

선재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두려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째서 느끼는 걸까? 친절한 찰리는 마치 선재의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듯 “그 두려움의 정체는 뭘까요?”라고 물으며 곧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어떤 위험이나 고통에 직면할 때 느끼는 마음 상태인데, 그것이 실질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상상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과학적으로 두려움이 유전적이라서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고도 얘길 했는데, 요즘 영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은 모든 두려움이 과거에 기반한다고 말합니다.”

찰리 호그는 얼마 전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보낸 비디오 내용과 함께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덧붙여 들려주었다. 그 비디오에는 18개월쯤 된 아기와 머리가 큰 킹코브라가 함께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물론 아기의 안전을 위해 코브라의 독이 든 이빨은 제거한 상태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이 펼쳐졌어요. 18개월 된 아기는 코브라를 보며 웃고 있는데, 코브라는 자기 머리를 이용해서 아기를 쳤죠. 그런데도 아기는 계속 웃으며 코브라를 잡으려 했고, 결국 코브라는 도망가고 아기는 쫓아가는 그런 상황이 벌어졌죠.(웃음) 정말 놀라운 장면이었어요.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 아기에게는 코브라에 대한 학습이 없고, 그래서 코브라는 무서운 존재라는 데이터가 없는 거죠. 사실 두려움은 학습하는 겁니다. 배우는 거예요. 제가 남아공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우리가 갖고 있는 두려움이 얼마나 실질적인지, 얼마만큼이 상상적인지를 물었죠. 그때 전 잘 모르지만 90%는 상상에 의한 것 같다고 답했는데, 그분이 곧 답을 알려줬죠. 구글에서 조사해봤더니, 93%가 상상에 의한 것으로 나오더라고요. 요즘은 구글이 신(God)입니다. 구글이면 모든 게 해결되잖아요.(웃음) 아무튼 정말 놀랍지 않나요?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의 대부분이 상상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세 가지 두려움, 그 상상 어린 실체
찰리는 좀 더 논리적으로 두려움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두려움을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 첫 번째는 신체에서 오는 ‘외적인 두려움’이라고 했다.

“이것은 자신의 신체나 소유물 등 물질적인 것을 잃어버릴까 봐 걱정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에요. 노령으로 건강을 잃어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되는데, 신체적인 궁극적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죠. 물질적 두려움의 핵심에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단지 내 몸을 잃어버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기만 한 게 아니라, 내가 살면서 ‘나’라고 정체성을 구축해놓은 많은 이미지들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죠. 내 평판을 잃어버릴까 봐 두렵고요, 내 명예를 잃어버릴까 봐 두렵고, 또 내가 이룩한 성공을 잃어버릴까 두려운 거죠. 그 상실감이라는 것은 우리가 평생 내 정체성에 대해 구축해놓은 많은 것들을, 죽음을 맞이하며 1초 만에 잃어버리게 되는 그 상실감을 말하는 겁니다.”

찰리의 이야기는 논리적이기도 했지만 깊이 공감 가는 내용이라서 선재는 그가 말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두려움은 무엇인지, 그 두려움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궁금한 것이 점점 많아졌다. 찰리는 곧 두 번째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해주었다.

“저는 그 두려움을 ‘심리적인 두려움’이라고 하는데요, 무언가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그렇고 내가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너무 좁은 공간에 있을 때 느끼는 폐소공포증이나 높은 데 올라갈 때 느끼는 고소공포증도 여기에 속합니다. 심리학에서도 공포증에 대해 얘기하는데, 이 같은 두려움을 전문 용어로 ‘비합리적인 두려움’이라고도 하죠. 말 그대로 논리적이지 않은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찰리는 심리적 두려움을 더욱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만난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명상가인 찰리는 호주에서 명상 수련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은 나라에서 국가유산으로 지정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곳을 찾은 한 남자가 “여긴 정말 아름답네요. 그런데 살고 싶진 않아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제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거미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호주의 거미들이 무척 크긴 합니다.(웃음) 하지만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진 않아요. 바로 이 같은 두려움이 비합리적인 두려움에 속하죠. 그렇다면 세 번째 두려움은 무얼까요?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두려움입니다. 이 두려움을 ‘영적인 두려움’라고 하는데, 불확실한 것에 대한 두려움, 신에 대한 두려움, 과거에 대한 두려움, 실수에 대한 두려움, 어떤 슬픔에 대한 두려움 등이 여기에 속하죠. 우리 삶속에는 물리적으로도 통하지만 영적으로도 적용되는 삶의 법칙이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내가 무언가를 내보면 그것이 다시 내게 돌아온다는 거죠. 그래서 어떤 보편적인 법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게 되면, 그 결과가 내게 올 거라는 두려움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찰리는 이번에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 두려움에 대해 좀 더 쉽게 설명해주었다.

“한번은 제가 어떤 나라에 가서 정부 관료들과 세미나를 했는데, 거기 참석한 한 분이 저와 개인적으로 얘길 하고 싶어 했어요. 그 사람은 자신의 자식들을 영국으로 유학 보내고 싶어서 뇌물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죠. 그래서 결국 자식들을 유학 보내 좋은 교육도 받게 해서 잘 성장했는데, 내적으로는 자기가 자신의 삶을 망쳤다는 느낌과 함께 큰 죄책감과 두려움이 있다고 했어요. 그건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진실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을 때 그 내면에는 크나큰 두려움이 자리 잡게 된다는 거죠.”

찰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세상에는, 우리 안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두려움의 대부분이 자기 스스로 상상과 학습, 경험에 의해 만들어낸 것들이라는 사실이 선재는 더욱 놀라웠다. 이쯤에서 선재는 찰리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많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친절하고 지혜로운 찰리는 아마도 그 답을 알지 않을까. 선재는 찰리의 답을 기다리며 허브차가 담긴 텀블러를 입에 가져다댔다. 그런데 어느새 바닥이 났는지 차가 남아 있지 않았다. 선재는 물이 필요했다. 시원한 향의 허브차를 다시 우려낼 뜨거운 물이.

함영
‘생각 없이 글쓰기’와‘생각 없이 사랑하기’를 꿈꾸는 글쟁이다. 『빅이슈』편집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밥맛이극락이구나』, 『인연으로밥을짓다』, 『곰탕에꽃한송이』, 『공양간노란문이열리면』이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