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을 부르는
고혈압 치료법
이승화
의료법인 서해병원 병원장,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자문교수
고혈압(高血壓)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높을 고(高), 피 혈(血), 압력 압(壓)’으로, 혈관 내 혈액의 압력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수돗물의 압력이 높으면 수도관이 터질 수 있듯이, 높은 혈압을 그냥 방치한다면 심혈관 질환, 신부전 및 뇌출혈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고혈압의 원인은 대부분(혈압 환자의 95% 정도) 명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정확히는 본태성(1차성) 고혈압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냥 ‘고혈압’이라 표현한다. 물론 비만, 짠 음식, 흡연, 유전적 요인들이 고혈압의 원인으로 작용은 하나 명확하게 고혈압의 원인으로 대응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히려 위험 인자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살이 찐 사람은 고혈압이 될 확률이 높으나, 살이 쪘다고 반드시 고혈압 환자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원인이 밝혀진 5% 정도의 고혈압을 ‘2차성 고혈압’이라고 하며, 2차성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신장 질환, 내부분비 질환(갑상선, 부신 등), 임신, 약물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심장은 보통 1분에 60회에서 90회 정도 수축하고 확장하는 등 쉼 없이 활동한다. 심장이 확장하면 온몸의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오고, 수축하면 산소와 영양분이 많은 혈액이 전신으로 보내져 모든 장기에 공급된다. 심장이 수축하면 혈액이 나가는 혈관의 압력은 올라가고 확장하면 압력이 떨어지는데 전자를 수축기 혈압, 후자를 확장기 혈압이라 한다. 보통 우리가 혈압을 쟀을 때 “120에 80입니다”란 말을 들었다면, 120/80mmHg라는 수치에서 120은 수축기 혈압, 즉 최고 혈압을, 80은 확장기 혈압인 최저 혈압을 의미한다.
고혈압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혈압이 120/80mmHg면 정상이라고 했지만 고혈압에 대한 기준이 점차 엄격해지면서, 최근120/80mmHg 수치는 ‘고혈압 전 단계(120~139/80~89mmHg)’로 포함되어 환자들에게 식이 요법이나 운동 요법을 통해 혈압을 관리하도록 권한다. 현재 정상 혈압 범위는 120/80mmHg 미만(~119/~79mmHg)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혈압은 140/90mmHg 이상을 말하는데 140~159/90~99mmHg를 혈압 1단계로 정의하며, 160/100mmHg는 혈압 2단계로 정의한다. 최근 고혈압을 진단하는데 있어서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한 가이드라인도 나왔으나, 아직 이 기준을 우리나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담당 주치의의 권고대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한 번 측정한 혈압이 높다고 반드시 고혈압일까? 그렇지는 않다. 일단 최소 두 번 이상 측정한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경우를 혈압으로 진단해야 한다. 이러한 혈압 측정시에는 반드시 흡연과 커피, 녹차 등의 카페인 음료를 삼가고 최소 5분간 휴식 후에 혈압을 측정해 진단한다.
간혹 자신은 저혈압이라고 하는 분이 있다. 저혈압에 대한 기준은 90/60mmHg 미만으로, 마른 체형이나 여성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평상시 일상생활을 큰 불편 없이 지낸다면 본인 혈압이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낮을 뿐이지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혈압을 잴 때 집에서는 괜찮은데 병원에서는 매번 높게 나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를 ‘가면(가짜)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집에서 일주일 정도 혈압을 측정하게 해 평가하거나, 24시간 동안 몸에 차고 다니면서 혈압을 측정하는 ‘24시간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평가 하게 된다.
고혈압을 진단받았을 때 특별한 위험 요소나 기저 질환이 없는 환자가 1기 고혈압이라면 우선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생활습관 변화부터 시도하게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고혈압이 2단계이거나 1단계라도 위험 요소가 많은 경우는 의사의 판단하에 약물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고혈압은 말기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혈압약을 의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중지하는 경우에는 심혈관계, 망막, 뇌혈관 질환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 및 신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목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최근 목표 혈압 수치가 낮아지고 노인에게도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강조되지만, 신속하게 약물 치료로 혈압을 목표 수치 이하로 조절하려는 시도는 기립성 저혈압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약물 치료는 적은 용량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추가 또는 증량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일상 속 실천 방법들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일상 속 실천 방법
① 명상, 불교 경전 낭독 등을 통한 심리적 안정 및 스트레스 해소
② 금연, 절주 : 알코올 제한, 1~2잔/일 이하, 많은 양의 음주는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음
③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조깅, 자전거, 수영 등) : 1일 3~4회, 하루 35~45분 이상
(역도, 팔굽혀펴기 같은 등척성 무산소 운동은 혈압을 높일 수도 있으므로 주의)
④ 체중 감량(비만이 아닌 환자도 효과적)
⑤ 소금(나트륨) 제한(저염식), 야채/과일/잡곡 등을 적절히 섭취(칼슘, 마그네슘, 칼륨 보충 효과), 콜레스테롤/포화지방산은 섭취 제한(식이섬유, 불포화지방산은 섭취 권장), 과도한 카페인 섭취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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