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노화 속도를 조절한다

명상과 ‘노화 시계’로
불리는 텔로미어의 관계

양현정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항노화장생연구소 소장


노화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
기대 수명(평균수명)은 0세의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이며, 건강 수명은 유병 기간을 제외한 기대 수명을 뜻한다. 기대 수명의 증가는 사회의 균형 잡힌 발전을 함축하고 있어 자랑스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족감을 느낄수만은 없다.

건강 수명을 연장한다는 것은, 노화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과 더 적극적으로는 가능하다면 노화를 멈추거나 회춘한다는 것과 개념을 같이한다. 왜냐하면 노화란 무수한 질병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노화 원인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안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그 세포가 그렇게 되도록 지시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즉 내가 나의 노화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노화의 속도와 텔로미어
우선, 세포 안에서 어떤 현상이 노화를 촉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안에는 유전정보가 담긴 핵이 있다. 유전정보는 DNA 이중나선이 히스톤이란 단백질 주위를 실타래 감듯 감은 형태로 밀집된 23쌍의 염색체에 들어 있다. 염색체의 말단 부위는 텔로미어(telomere)라 불리는데, 염색체를 구성하는 다른 부위와 다르게 단순하고 반복적인 DNA 서열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1975~1977년 예일대에서 연구하던 엘리자베스 블랙번이 발견하게 된다. 염색체 끝 부위에 존재하는 텔로미어는 유전정보가 담긴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원시생식세포(germ cell)나 줄기세포(stem cell)는 텔로미어를 연장시키는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라 불리는 효소를 충분히 발현하지만, DNA 중합효소가 염색체의 끝부분을 충분히 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세포들의 경우, 텔로미어는 매 세포분열 때마다 줄어들게 되며,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거나 손상되면, 세포들은 세포사를 유도하거나 세포 노화에 들어가게 된다. 텔로미어가 짧은 마우스는 수명이 짧고, 줄기세포수가 줄어들며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는 반면, 텔로머레이스가 향상된 마우스는 노화의 속도가 늦추어진다. 인간에게 있어서도 텔로머레이스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기관의 기능 장애와 관련된 질병과 연관이 높거나 암 위험률이 높아진다. 텔로미어 단축의 정도는, 노화와 관련된 질환의 위험 증가 및 사망 위험 증가와 비례한다. 노화와 관련된 일반적 질환들-면역계의 약화, 암, 당뇨병, 심혈관계질환-은 총 백혈구 또는 말초혈액단핵 세포의 텔로미어 길이의 단축에 의해 예상되어지며, 또한 깊이 관련되어 있다. 텔로미어 특징 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블랙번은 2004년 엘리사 에펠과 함께, 건강한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말초혈액단핵 세포의 텔로미어 길이, 텔로머레이스 활성이 심리적 스트레스 레벨과 연관이 있음을 밝혔다. 스트레스가 높은 여성들은, 스트레스가 낮은 여성들에 비해, 적어도 10년 정도 차이 나게 텔로미어 길이가 짧았다.

명상은 텔로미어를 보호한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발견한 블랙번은, 명상이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가 있음에 주목해, 야콥 등과 함께 3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매일 6시간씩 3개월의 명상 수행이 텔로머레이스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 나이, 신체 조건 등을 매치한 일반 그룹의 그것과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명상 그룹의 텔로머레이스 활성이 컨트롤에 비해 30%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외에도 명상과 텔로미어, 텔로머레이스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왔다. UCLA에서, 평균 나이 60세의 39명의 치매 환자 보호자 그룹을 대상으로 ‘키르탄 크리야(kirtan kriya)’라 불리는 챈팅 명상(chanting meditation)에 매일 12분씩 8주간 참가한 그룹과 릴랙싱 음악을 들은 그룹을 비교한 연구에서, 명상 그룹이 릴랙싱 음악 그룹에 비해 텔로머레이스 활성이 43% 증가한다는 점을 발표했다. 또 오리니시는 명상 수행과 텔로머레이스 간의 연관을 최초로 연구해, 전립선암 환자가 3개월간의 명상으로 텔로머레이스 활성의 증가를 증명했고, 요가와 명상을 수반한 12주간의 개입은, 텔로머레이스 활성의 증가 및 텔로미어 길이의 증가를 보였다. 또한 8주간의 MBSR 프로그램을 암 환자에 적용해 텔로미어 길이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컨트롤에서는 텔로미어 길이가 감소했으나, 명상 그룹에서는 텔로미어 길이의 유지가 보여, 명상 수행이 적어도 보호 효과가 있음이 시사되었다.

쉽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명상법
이렇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명상에 의해 텔로미어 길이가 변화하고, 노화 속도를 늦춤으로써 건강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명상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몸의 움직임을 통한 명상이다. 그 방법은 아주 다양한데, 그중 한 가지 ‘접시 돌리기’를 소개한다. 그림과 같이 다리를 벌리고 서서 손으로 무한대를 그리는 것이다. 의식을 관절의 움직임, 근육의 움직임 등 몸이 움직이는 곳에 온전히 집중하고 천천히 움직이면, 금방 전신의 혈액순환이 활발해짐을 느낄 것이다.

두 번째는,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내관 명상이 있다. 이것은 혈액순환이 원할한 상태에서 하면 더 효과적이다. 가만히 누워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신의 몸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얼굴, 목, 가슴, 복부, 다리, 발 순서로 밝은 빛이 몸 전체를 순서대로 밝힌다고 상상하며 마지막엔 몸 전체가 하나의 밝은 빛이 된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감사 명상이다. 자신의 삶에서 아주 조그만 무엇이든 감사를 느낄 수있는 것을 찾아내어 “감사합니다”하고 가슴 깊은 곳이 울릴 때까지 자신에게 마음으로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세상이 감사함으로 가득 차게 하는 감사 명상은 커다란 치유의 방법이 된다.

몸은 마음에게, 마음은 몸에게 이야기한다. 우리의 마음은, 세포핵의 DNA에게까지 이야기를 건네고, DNA는 다시 우리 몸 전체에 이야기를 건네, 우리 개체의 노화 속도를 조절한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 신비가 일어나고 있다.

양현정
일본 동경공업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생명전공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과 Faculty member를 지냈으며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융합생명과학과·뇌교육학과 교수와 항노화장생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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