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절대 시간과 아인슈타인의 상대 시간

뉴턴의 절대 시간과
아인슈타인의 상대 시간

장회익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


뉴턴의 절대 시간 개념은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에 바탕을 두고 있다.1)

“절대적이며 진정한, 그리고 수학적인 시간은 그 자체 안에 그리고 그 자체로서, 그리고 그 자신의 성격에 의해, 그 밖에 있는 어떤 것에도 무관하게, 균일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 절대적 공간은 그것 자신의 진정한 성격에 따라 밖에 있는 어떤 것의 간섭도 없이 항상 균등하며 움직임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뉴턴의 절대성 언급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말하는 상대성 언급이 지니는 현실적 차이는 우리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기준으로 보느냐 혹은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보느냐에 따라 두 가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먼저 특수 상대성 이론의 입장에서 보면 뉴턴이 시간과 공간을 서로 독립적이라고 생각한 데 반해 아인슈타인은 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졌다고 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시간은 공간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연결되어 네 개의 성분을 지닌 하나의 4차원 ‘시간-공간’을 이루게 되는데, 이 가운데 세 개의 성분은 공간 부분이고 나머지 한 성분이 시간 부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말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 개의 성분이 3차원을 이룬다는 것, 더 간단히는 두 개의 성분이 2차원을 이룬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차원의 한 사례로 야구장 안에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생각해보자.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수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루수가 서 있는 방향을 X축으로, 3루수가 서 있는 방향을 Y축으로 잡으면 “X축 방향으로 3m, Y축 방향으로 5m”라는 식으로 공이 떨어진 위치를 지정하게 된다. 이러한 X축 방향으로의 값과 Y축 방향으로의 값들을 각각 X성분, Y성분이라 하며, 이들을 흔히 (x,y) 형태로 표기한다. 그러나 기준 방향을 꼭 이렇게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X축을 1루수가 서 있는 방향과 15도 각을 이루는 방향으로 잡고 Y축을 3루수가 서 있는 방향과 역시 15도 각을 이루는 방향으로 잡아, 이들을 기준으로 위치를 표현해도 된다. 이렇게 한다면 위에 지정된 위치가 (x,y) 곧 “3m, 5m”가 아니라 조금 다른 수치, 즉 (x',y')로 표현될 것이다. 즉 위치는 동일하지만 이를 나타내는 성분의 값들은 좌표축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것은 이상할 게 전혀 없다.

이와 비슷하게 “언제, 어디서”라는 것도 한 평면상에 표현할 수 있다. ‘언제’를 나타낼 시점을 T축 방향으로, 그리고 ‘어디서’를 나타낼 위치를 X축 방향으로 나타내보자. (여기서 편의상 대상의 위치는 X축으로 표기된 한 직선상에만 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면 예를 들어 어느 특정 시점과 위치를 원점으로 할 때, “3초 후에 4m 되는 지점”, 즉 (t,x)에서 무슨 일이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T축과 X축으로 이루어진 평면, 즉 시간 성분과 공간 성분이 합쳐져 2차원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좌표축들을 각각 15도 각도로 바꿀 때, 본래의 시간 공간점 (t,x)를 새 좌표축에 맞는 값 (t',x')로 나타낼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뉴턴의 절대 시간 관점이며, 그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시간 관점이다. 좀 더 엄격히 말하면, 상대 시간 관점에서 이것이 2차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 변수t 대신에 τ=ict로 정의되는 새 변수 τ(‘타우’라고 읽음)를 도입할 때, (τ,x)로 표현되는 공간이 진정한 2차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c는 빛의 속도를 나타내는 상수이며, i는 i제곱=-1의 관계를 만족하는 허수 단위이다. 그러나 t의 값을 알면 τ의 값을 아는 셈이며, 또 τ의 값을 알면 t의 값을 아는 셈이기에 가 곧 시간을 나타내는 변수라고 보아도 된다.

우리가 흔히 3차원 공간상의 한 위치를 세 개의 변수를 도입해 (x,y,z)로 나타내는 것과 같이 4차원 시간-공간상의 위치 곧 “언제, 어디서”를 지칭할 때도 τ를 포함한 네 개의 변수를 도입해 (τ,x,y,z)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이렇게 나타낸 변수들의 값 t,x,y,z는 좌표축의 방향을 바꾸면 위의 야구장 사례에서 보았듯이 새로운 값들인 t',x',y',z'로 바뀌게 된다. 특히 시간을 나타내는 T축과 공간을 나타내는 X축으로 구성된 평면에서 T축의 방향을 약간 회전시켜 T´축을 만들면 T´축은 처음 기준계에서 볼 때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기준계가 된다. 이 경우 T´축을 기준으로 관측된 시간의 값τ' 곧 는 τ와 달라지게 되는데, 이는 곧 시간의 값 t'가 처음 기준계에서 본 시간의 값인 t와 달라짐을 의미한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하나의 기준 시점에서부터 하나의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이 관측계 T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와 관측계 T´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서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시간이 공간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얽혀 4차원을 이루는 이른바 “시간-공간”의 한 ‘성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2차원 야구장에서의 위치 성분들에서 본 것과 같이 좌표축들의 방향이 달라짐에 따라 그 성분의 값 또한 달라지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4차원 시간 개념은 뉴턴의 절대 시간 개념에 해당하는 우리의 일상적 시간 개념과 너무도 달라서 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일단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 경험 속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놀라운 현상들을 예측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두 물체 사이의 상대 속도를 말해주는 다음과 같은 관계식이다.2)


이 식은 각각 속도VA 와 속도VB 로 움직이는 두 물체 A와 B가 있을 때 물체 B에서 본 물체 A의 속도, 즉 이들 간의 상대 속도 VA'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특히 놀라운 점은 물체 A의 속도 의 값이 가 되면 c의 값은 의 값에 무관하게 항상 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관측자 B가 속도 의 99.99%로 달리면서 앞서 속도 c로 달리는 대상 A를 보더라도 이 대상 A는 여전히 대상 B로부터 속도 c로 멀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음에는 대상 A가 속도 의 90%로 달리고 관측자 B는 반대 방향으로 속도 의 90%로 달리면서 자신에게 보이는 A의 속도를 관측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B를 기준으로 한 대상 A의 상대 속도는 1.8c가 되어 광속도 를 초과하리라는 것이 기존의 시간 개념에 따른 판단이다. 그러나 위의 공식에 따르면, 가 되어 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이는 곧 A는 의 99.45%의 속도, 곧 여전히 광속도 를 초과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만일 속도 와 속도 가 광속도 에 비해 매우 작은 값들일 경우에는 위의 식에서 분모의 값이 1에 매우 가까워지므로 그 상대 속도는 가 되어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 잘 일치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이 말해주는 결과로서, 4차원 시간-공간에서 시간 성분이 공간 성분과 관련을 맺음으로써 그 절대성을 상실하고 상대성을 지닌다는 이야기였는데,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물질의 분포가 있는 경우 4차원 시간-공간은 일정한 방식으로 휘어진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이를 시간에 관해 풀이한다면 시계가 중력장 안에 놓이면 더 더디게 간다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상대성 이론의 이해를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수학적 논의가 요구되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그 상세한 논의를 생략한다.

1) J. Gleick, Isaac Newton, Vintage (2003) p.125
2) 이 식의 도출 과정은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청림출판, 2019) 제3장을 참고할 것.

장회익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물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원 등을 거쳐 30여 년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삶과 온생명』,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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