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걷기, 면역 증강제이자 항우울제

뼈와 근육,
마음까지 키우는 운동

걷기

이경미
차움푸드테라피클리닉,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2023년이 시작되었다. 새해를 맞아 새롭게 다짐하는 목록에 매년 빠짐없이 들어가는 목표가 있다면 아마도 운동일 것이다. 그런데 의기양양하게 운동을 시작했다가 발목이나 무릎, 어깨 관절과 인대에 무리가 와서 오히려 한참 동안 운동을 못 하게 되는 경우들이 의외로 흔하다. 그동안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쓰다 보니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살이 더 찌고 건강이 악화된다. 운동에 있어서 의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운동 초보자는 걷기부터
그래서 운동 초보자의 경우 그동안 굳어 있던 근육을 깨우기 위한 워밍업으로, 운동을 계속해왔던 분들의 경우에는 기초 운동으로 ‘걷기’만 한 운동이 없다. ‘걷기’는 인위적인 무게를 더하지 않고 자신의 체중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과한 운동이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신 유산소 운동으로 체지방을 태우는 대표적인 다이어트 운동이면서 별도의 도구가 필요하지 않아 간편하고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걷기’는 헬스장 러닝 머신 위에서 걷거나 달리는 것과 달리 오르막과 내리막길, 나무와 풀, 꽃, 바람, 온도와 습도 차이 등 계절의 변화무쌍함, 다양한 사람들로 인해 다채로운 거리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덜 지겹다. 운동을 지속하는 데 있어 매우 좋은 점이다.

간혹 그냥 걷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에 해야 할 일이나 해결할 문제를 습관처럼 머릿속에 가득 담고 걷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걷기를 통한 이득을 최대한 얻으려면 되도록 머리를 비운 채 아무 생각 없이 호흡과 발걸음에만 집중하며 걸어보라고 하고 싶다. 걸으면서 들이마시는 숨과 내쉬는 숨을 살피고 땅에 닿는 발뒤꿈치, 발을 디딜 때 힘이 들어가는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의 변화를 섬세하게 느끼며 오롯이 걷는 동작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을 할 새가 없이 걷고 있는 동작, 호흡과 하나가 된다. 그렇게 자연스레 지금 여기, 이 순간(Here&Now)에 충만하게 머물러 있게 되기 때문에 일종의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틱낫한 스님과 ‘걷기 명상’
작년에 열반하신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 또한 불교의 마음챙김을 대중적으로 설파하면서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걷기 명상’을 제시했다. 명상이란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한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하는 형식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100%를 다해 마음을 깨어 있게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명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명상법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 특히 걷기 명상은 머리는 많이 쓰되, 운동량이 적은 현대인에게 일석이조의 매우 좋은 방법이다.

흥미롭게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하면 딱히 결실이 없는 반면, 아무 생각 없이 걸음에 집중했을 때 오히려 문득 생각지도 않던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걷는 동작과 걷는 순간에 충실할 때 명상에서 나타나는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뇌 영상 연구에 의하면 명상을 하는 동안 고차원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는 뇌의 전 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감정 및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 대상 피질 부위(anterior cingulate cortex)가 활성화된다. 그래서 오히려 머리를 비우고 걷는 행위에 온전히 전념할 때, 의도치 않던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창작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산책을 했던 것도 바로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렇게 걷기는 신체의 뼈와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키우는 운동이다.

걷기는 면역 증강제이자 항우울제
이뿐만 아니라 ‘걷기’는 효과적인 면역 증강제이자 항우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데 면역력 증진 효과가 가장 많이 입증된 영양소인 비타민 D가 한국인의 80%에서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타민 D는 햇볕을 쬐었을 때 피부에서 합성되며 영양제로 복용하는 것보다 효과적이고 비용도 들지 않는다. 비타민 D 합성을 위해서는 자외선을 피해 11시부터 2시 사이를 제외한 시간에 15분 이상 햇볕을 쬐면 충분하다. 또한 평화롭고 행복한 기분과 관련된 세로토닌도 빛을 쪼이는 것으로 생성될 수 있어서 빛 치료가 우울증의 의학적 치료 용도로 사용될 정도이다. 세로토닌을 높이려면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 흐린 날조차도 실외의 빛은 밝기가 1,000룩스 이상인데 이것은 실내에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밝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우울한 기분을 털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부수적으로 비타민 D와 세로토닌을 높이는 효과까지 따라온다.

이렇게 ‘걷기’를 통해 일반적인 운동의 효과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키우고 기분을 좋게 하며 자연스레 명상의 이점도 얻을 수 있다. ‘걷기’만 제대로 해도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겠다. 2023년에는 언제 어디서든 밖으로 나가 걷는 것이 습관이 되게 해보자. 하루 5분이라도 일단 바로 시작하고 조금씩 늘려나가며 올 한 해 걷기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한 해가 마무리될 때 전혀 다른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경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대 통합의학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차움푸드테라피클리닉 및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하루 한끼 면역밥상』, 『음식이 약이 되고 약이 음식이 되어야』 등이 있고, 역서로 『암, 그들은 이렇게 치유되었다』가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