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 | 일상 속 건강 지키기


미세 먼지 완전 정복하기

최천웅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우리 몸은 호흡을 할 때 이물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기능이 있다. 코털이나 점막이 몸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물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보통은 머리카락의 1/10 크기까지 걸러낼 수 있다. 그보다 더 작은 미세 먼지(10㎛ 이하)는 일단 흡입하면 상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대부분 폐의 말단 부위인 폐포까지 들어와서 염증을 일으키고 가스 교환을 방해하게 된다.

미세 먼지는 전신 건강을 위협한다
일단 몸에 들어온 미세 먼지는 너무 작아 몸속 어디든 침투할 수 있다. 특히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처럼 크기가 작을수록 흡수가 잘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몸에 쌓이면서 염증 반응을일으키게 된다.

눈에 닿으면 각막에 상처를 주게 된다. 눈은 깜빡일 때마다 표면을 씻어내는 작용을 하는데, 우리 눈의 자정작용을 넘어서면 각막이 손상될 수 있다. 특히 수용성 초미세 먼지는 각막 안쪽으로 파고들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데, 그 안에 독성 물질이 있다면 안구에 심한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피부에는 표면의 털구멍과 땀샘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피부가 예민하다면 먼지가 닿는 것만으로도 염증 반응이 생길 수 있으며, 피부에 달라붙으면 피지샘이나 땀샘을 막아서 표면을 거칠게 하고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들이마신 미세 먼지가 혈관을 타고 돌다 뇌로 침투하면, 뇌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뇌졸중과 혈관성 치매의 위험성도 있다. 뇌 전반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행동장애가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는 것이다. 심혈관도 염증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독성물질을 포함한 미세 먼지가 혈관에 들어오면 염증을 일으키고, 그것이 뭉쳐서 굳으면 혈전이 되는데, 이렇게 생긴 혈전이 혈관을 타고 돌다가 심장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을 일으키게 된다. 주로 심장과 뇌혈관의 위험성이 높지만 신체 어느 부위든 혈관을 막으면 경색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미세 먼지가 호흡기로 침투하게 되면 특히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에서는 심한 호흡기 증상 악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 먼지가 기도로 들어가서 점막을 자극하면 정상적인 사람도 목이 아프고 호흡이 곤란해지며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기관지 천식 환자의 경우 미세 먼지 중의유발 물질에 의해 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차고 숨 쉴 때 쌕쌕거리며 발작적인 기침 등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새벽에 잠에서 깨는 등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이러한 증상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약자 등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만성 호흡기 질환의 악화뿐 아니라 비흡연자 폐암의 원인으로도 미세 먼지가 주목받고 있어, 다양한 염증 질환과 더불어 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도 인식되고 있다.

미세 먼지에 대한 대책
미세 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는 특히 호흡기로 들어오는 양이 많기 때문에 미세 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스크를 고를 때 기준이 되는 KF는 코리아필터(Korea Filter)를 뜻한다. KF80이면 공기 중 미세 먼지의 80% 정도를 차단할 만큼 촘촘하다는 의미로, KF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물이 너무 촘촘하면 오히려 활동하면서 숨쉬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KF80 정도면 미세 먼지를 방어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세 먼지 마스크는 원칙적으로 1회용이다. 세탁해서 쓰면 먼지를 잡는 정전기 기능이 떨어지고 필터가 망가지기도 하며, 세탁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사용하면 먼지가 쌓여 성능은 떨어지고 그 안에 습기가 차면서 세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눈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틈새가 별로 없는 선글라스를 쓰고, 피부를 통해서도 흡수될 수 있으므로 긴소매 옷과 긴바지를 입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세 먼지가 많은 날 외출하고 돌아왔다면 그 즉시 물로 씻어내야 한다. 초미세 먼지는 호흡으로 입안과 피부에 달라붙기 때문에 손 씻기, 입안 헹구기, 눈 씻기 등으로 제거해줘야 한다.

미세 먼지에 좋은 생활 습관과 음식
미세 먼지 등으로 바깥공기가 나쁠 때는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기관지가 건조하면 점막이 말라 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세균의 침투에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몸 안의 수분 양을 늘려서 미세 먼지와 외부 물질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체내 수분을 유지해주면 몸에서 점액이 충분히 나와 기관지가 촉촉해져서 먼지를 걸러내고 배출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커피, 카페인, 녹차, 홍차 등 탈수를 일으키는 음료는 피한다.

미세 먼지는 한번 몸속에 들어가면 자연적으로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며, 아직까지 미세 먼지를 배출한다고 밝혀진 음식이나 약물도 없다. 조금이라도 미세 먼지를 내 몸 안에서 정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거나 기관지 염증을 낮추는 것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미세 먼지 속의 유해 물질을 희석하고 중화시키기 위해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중금속과 독성 물질을 해독할 수 있도록 과일과 채소로 섬유질과 항산화 물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살코기나 생선, 두부 등 단백질이 많은 음식들을 매일 빼놓지 말고 섭취하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도라지, 배, 해조류 모두 기관지 건강과 염증 방지에 효과가 있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도라지와 배는 폴리페놀 성분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염증을 방지하고 기관지를 포함한 신체의 세포손상을 막아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다만 이러한 폴리페놀 성분은 변색되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먹었을 때 효과가 크기 때문에 즙이나 진액보다는 생 재료를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음식으로 중금속을 완전하게 배출할 수는 없지만 불용성 섬유소가 많은 질긴 채소류, 펙틴 등 수용성 섬유소가 많은 과일류, 점액 다당류 물질이 풍부해서 배설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조류와 마, 연근 등 뿌리채소 등이 자정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식, 기관지염, 비염, 기침 등이 있다면 호흡기의 면역력을 올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사포닌 성분이 풍부한 뿌리채소류(더덕, 도라지, 인삼 등)가 좋다. 저온으로 오랫동안 서서히 끓여서 연하게 물처럼 꾸준히 먹으면 고온 조리나 고압 추출 방식에 비해 영양 성분 손상이 적고, 수분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하는 상기도 질환에 효과적인 음식이 될 수 있다.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의 유익한 균을 섭취하면 장내 유해균의 번식을 막고 장 세포의 건강을 도와 장에서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몸의 항상성이 좋아지면 호흡기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늘의 경우 알리신 함량이 높아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다만 김치의 유산균, 마늘의 알리신 모두 열에 약하므로 가급적 고온 조리는 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최천웅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수료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임상교수, 동수원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미국 미네소타 메이요클리닉 방문교수를 지냈고, 현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이자 강동경희대의대병원 호흡기센터 센터장 겸 호흡기내과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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