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 공양은 지구를 살리는 중요한 행동 양식 | 캠페인 “쓰레기를 줄이자”

발우 공양은 지구를 살리는
중요한 행동 양식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사찰림연구소 소장


야생동물이 살아가기 위해 일정한 서식처가 필요한 것처럼, 사람도 살아가는데 일정한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토지 면적을 발자국에 비유해 만들어진 개념이 생태발자국이다. 생태발자국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수요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2017년 글로벌 생태발자국네트워크라고 하는 단체가 생태발자국을 지구 차원에서 측정한 결과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1.7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인류는 이미 지구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소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구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만을 계산했을 경우는 더 심각하다. 우리 국민은 국토 면적의 약 8.5배에 해당하는 소비를 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가까운 일본은 일본 면적의 7배, 미국은 미국 면적의 2.5배를 소비하고 있다. 야생동물과 달리 인간은 무역을 통해 부족한 자원을 수입해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때문에 이렇게 과도한 소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자원의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왔다.

이와 같은 소비를 식품으로 국한해 산정한 것이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이다. 푸드 마일리지는 내가 먹는 식품이 생산자의 손을 떠나 식탁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이동거리를 의미한다. 보통 푸드 마일리지는 곡물, 축산물, 수산물 등 아홉가지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식품 수송량(톤)에 수송거리(킬로미터)를 곱해서 계산한다.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푸드 마일리지는 1인당 약 7,085톤킬로미터이다. 가까운 일본은 약 4,000톤킬로미터, 프랑스는 약 739톤킬로미터로 우리나라가 프랑스에 비해 약 10배 정도의 푸드 마일리지를 기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많은 식품들은 기후위기의 원인 물질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엄청나게 배출하면서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9년 유엔의 환경계획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세계 식품 생산량의 약 17%가 버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일 평균 1인당 약 200g의 음식물이 버려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비용으로 따지면 연간 약 20조 원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해 식품을 운반하고, 그 식품의 상당량을 버리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이렇게 우리가 음식물 쓰레기에 둔감해진 사이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지난 30년간 1.6℃ 상승했다. 또 비가 오는 시기는 약 20일 이상 감소하고 강수량은 증가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가을부터 봄까지는 가뭄에, 여름에는 폭우에 시달리는 일들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태발자국의 크기를 줄이고 푸드 마일리지를 감축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큰 고민 없이 사용했던 탄소 연료를 줄여나가야 한다. 난방과 냉방에너지, 자동차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이산화탄소보다 약 27배 큰 온실 효과를 가져오는 메탄을 줄여야 한다. 메탄은 육식의 증가와 비례해 배출량이 증가했다. 따라서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고기의 양을 줄여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몸과 지구를 위해서는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비싸더라도 탄소 배출량이 적은 우리 농산물을 우선 소비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실천해야 한다.

불교의 오랜 음식 문화 전통에 발우 공양이 있다. 식사를 할 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수행 방법이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빈 그릇 운동이다. 발우 공양은 불자들의 수행을 위한 전통이지만 이제는 지구를 살리는 중요한 행동 양식이 되고 있다. 음식에 대한 교육, 즉 밥상머리 교육이 모든 교육의 기본이라고 하는 옛이야기가 있다. 먹는 것에서부터 실천이 필요하다. 나와 지구를 위해 남기지 않고 먹는 것, 적게 먹는 것, 육식을 멀리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런 행동들이 몸에 익게 되면 다음은 쓰레기 적게 배출하기, 쓰레기 리사이클과 업사이클과 같은 다음 단계의 실천으로 넘어갈 수 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다. 바로 오늘부터 음식을 남기지 않고 소식하는 생활의 실천이 필요하다.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은 교육보다 종교가 훨씬 효과적이다. 불교에서 실천하는 발우 공양의 실천이 불가 전체로 확산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쓰레기 배출 전반에 대해 환경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불교의 오래된 전통이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법이다.

오충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환경생태학 분야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에서 10년 동안 도시녹지 및 도시생태 보전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04년부터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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