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불안의 시대, 관세음보살에게 자존감을 묻다 『관음경』 | 원빈 스님의 경전 이야기

혐오와 불안의 시대,
관세음보살에게 자존감을 묻다
『관음경』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혐오와 불안의 시대
내면의 관세음보살을 깨워야 하는 시대이다. 동물을 사냥하던 시대, 국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의 시대와 비교한다면 현대 사회는 외부적 상황이 안전한 시대가 되었지만, 이 편안함 속에서도 번뇌로 인해 안심하지 못하고 혐오 그리고 불안이란 키워드로 정의되고 있다. 혐오와 불안은 맞닿아 있다. 내가 세상을 혐오하는 만큼 세상이 나를 혐오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무학 대사가 태조에게 던졌던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라는 유명한 농담은 이에 대한 예시라 할 수 있다. 내가 상대를 돼지로 보면서 혐오한다면 이에 대한 반작용은? 당연히 혐오의 대상인 돼지가 될 테니… 이 얼마나 불안한 일인가!

혐오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차이로부터 비롯되기에, 먼저 대상에 대한 다름을 이해하는 지혜와 인정하는 자비가 필요하다. 불안은 자력으로 번뇌를 해결하거나 보호받아 안전이 보장된다는 느낌이 있으면 해결된다. 불자라면 자력 수행을 통해 혐오와 불안을 지혜와 자비로 전환해야 하고 불보살에게 의지해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지혜와 자비를 갖추어 중생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호해주시는 분은 관세음보살이다. 중생 내면의 지혜와 자비가 바로 관세음보살의 씨앗이고, 이 선함이 꽃피울 때 우리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 되어 중생이 혐오와 불안에서 벗어나 안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관음경(觀音經)』의 배경 사상
한국 불교에서는 불교가 처음 유입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관음신앙이 이어져왔다. 관음신앙에 대한 인기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불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심은 모든 불보살 중에서도 으뜸이다. 중생은 왜 관세음보살을 좋아할까? 모든 불보살에게는 공통으로 중생을 아끼는 마음이 있지만, 유독 관세음보살이 중생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관음신앙의 중심 교재가 되는 경전은 『천수경(千手經)』과 『관음경』이 있다. 이 중에서도 관세음보살이 적극적으로 중생을 돕는 모습을 잘 표현한 경전이 『관음경』이다.

“무진의여, 이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고 갖가지 형상으로 모든 국토에 노닐면서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나니, 그러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에게 공양할지니라. 이 관세음보살마하살은 두렵고 위급한 환난 중에도 능히 두려움을 없애주느니라. 그러므로 이 사바세계에서 다 그를 일러 무외(無畏)를 베푸는 이라고 하느니라.”

사실 이 경전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이하 법화경)』 28품 중 제25품인 「관세음보살보문품」이다. 대중에게 정말 많이 유통되었던 『법화경』 중에서도 신앙적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었기에 단독 경전으로 분리가 되었다고 예측한다. 『관음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화경』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법화경』을 정의하는 표현은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 “모든 사상을 통일하는 가르침”, “모든 경전의 왕” 등 화려하다. 그러나 『법화경』이 전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가르침은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다. ‘일대사인연’이란 좁게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의미한다. 이를 넓게 적용하면 모든 중생은 알든 모르든 결국 성불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를 ‘회삼귀일(會三歸一)’, ‘구원실성(久遠實成)’, ‘행보리심(行菩提心)’의 세 가지 사상적 기둥을 세워 설명하고 있다.

‘회삼귀일’은 삼승(三乘)을 넘어 모든 중생의 차별적인 현실은 오직 하나의 방향성인 성불의 길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사상이다. ‘구원실성’이란 만 중생이 성불할 수 있는 근거로써, 중생은 모두 먼 옛날 이미 성불했던 부처님이었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행보리심’이란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성불을 다시 되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보살 수행에 대한 롤모델(role-model)을 제시하는 것이다. 『관음경』은 이러한 ‘회삼귀일’과 ‘구원실성’의 사상을 바탕으로 보살 수행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법화경』과 자존감
혐오와 불안은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드러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자존감은 혐오와 불안을 포함한 대부분의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열쇠이다. 『법화경』은 자존감 향상을 위한 최고의 텍스트이기에, 『관음경』 역시 자존감의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자존감 수업』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윤홍균은 자신을 포함해 다양한 환자들이 품고 있는 문제에서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를 찾았다고 고백한다. 이고득락(離苦得樂)은 자존감의 회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존감의 정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self-esteem)’인데, 이 자기평가는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정감인 세 가지 항목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 효능감이란 한마디로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다. 자기 조절감이란 ‘내 삶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가?’와 관련 있다. 자기 안전감은 ‘내 삶은 안전한가?’에 대한 느낌이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주관적 답을 근거로 자존감은 형성된다.

『관음경』은 이 자존감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답변하고 있다. 우선 효능감에 대한 답변을 살펴보면 중생 모두는 성불의 길을 걷고 있는 고귀한 존재라고 한다. 비록 현실에서는 중생이 거지처럼 존재하더라도 이미 탄생할 때부터 고귀한 신분인 법왕의 아들로서 법왕자이다. 우리 모두 존재 자체만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관음경』에서는 또한 자기 조절감을 키우는 구체적인 수행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선남자여, 만약 한량없는 백천 만억 중생이 있어 온갖 고뇌를 받는다 해도 이 관세음보살의 공덕을 듣고 일심으로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즉시 그 음성을 듣고 모두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관음경』에서는 모든 수행 중 가장 단순하고 쉬운 칭명염불 수행을 제시하고 있다. 칭명염불 수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고 내면의 관세음보살을 꽃피운다면 자연히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효능감과 조절감이 높아지더라도 근간이 되는 안전감이 흔들리면 자존감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피할 수 없는 범죄, 자연재해 등의 압도적 폭력 앞에서 평정심과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는 중생은 단연코 없다. 『관음경』을 공부하고 있는 우리는 고귀한 신분의 법왕자이지만, 아직 힘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관세음보살은 충분히 자력으로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온갖 위험에 빠진 중생들을 보호해줄 것임을 서약하고 있다. 『관음경』의 본문을 살펴보겠다.

“만약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호지하는 이는 설사 큰불에 들어가도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하리니 이것은 보살의 위신력(威神力) 때문이니라. 만약 큰물에 표류하더라도 그 이름을 부르면 곧 얕은 곳에 닿게 되리라. 만약 백천 만억의 중생이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진주 등의 보배를 구하기 위하여 큰 바다에 들어갔을 때, 가령 폭풍이 그 배에 불어닥쳐 나찰귀국(羅刹鬼國)에 표류해 닿게 되더라도 그 가운데 만일 한 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모든 사람이 다 나찰의 난을 벗어나게 되리니 이러한 인연으로 이름을 관세음이라 하느니라.”

혐오와 불안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생 모두는 자존감이 낮아질 때 이 두 가지 번뇌에 시달리며 고통에 빠진다. 눈동자에 비친 이들을 부처님으로 바라보며 존중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부처님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존감이 필요하다. 이는 무작정 덮어두고 믿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사상적 근거가 충분해야 하고 이를 반복해 실천해야 한다.

만약 너무 불안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다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간절히 불러보자. 분명 관세음보살은 어머니가 외아들을 보호하듯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불안하지만 여력이 있다면 『관음경』을 읽어보자. 자존감이 향상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안정된 상태지만 불안과 혐오를 뿌리 뽑고 싶다면 『관음경』을 롤모델로 삼아 자비행을 실천해보자. 어느 순간 눈앞에 있는 중생을 돕고 있는 관세음보살의 얼굴을 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언컨대 『법화경』 그리고 『관음경』은 낮은 자존감을 부처님의 수승한 자존감으로 혁신하는 최고의 가르침이자 혐오와 불안의 시대, 인류의 교과서가 될 보물이다.

원빈 스님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