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레스 웨이스트부터 시작하자 | 캠페인 “쓰레기를 줄이자”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레스 웨이스트부터 시작하자

김회경
광주 금호고등학교 철학 교사


내가 어려서 살던 시골 고향에는 조부님 형제분들이 운영하던 서당이 있었다. 언젠가 어린 날 한 번은 우물에 가서 물을 떠오라는 훈장님의 지시에 따라 주전자에 물을 가득 떠 조심조심 걸어왔더니, 훈장이신 종조부님이 3분의 1가량의 물을 다시 쏟아버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냥 흘러넘치는 물도 항상 아끼고 절약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욕심을 절제하는 가르침을 받은 덕분에 평생을 화두처럼 받들며 깨어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나는 나이에 비해 조금 늦게 교편을 잡았다. 그때 선물 받은 실내화를 32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신고 다닌다. 물론 실내화만이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골동품처럼 오래된 것들이 많다. 식사 때 사용하는 식판은 다시 써도 될 만큼 깨끗하게 사용하고,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그 많은 식판들 또한 언제나 깨끗이 정리해놓곤 한다. 그 어떤 것도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없고, 단지 내 이성의 법정에서 옳다고 판단되는 것만 실천한다. 사물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모든 사건에는 핵심이 있고 사물들에는 원리가 있어 그 결을 따르는 것이 입법자의 길이고, 그래야만 모든 존재들에게까지 온기가 전해져 각자 자신들이 가진 이데아 값을 성취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단지 그 원리를 체득하고 따르기만 하면 행복의 주체자가 된다.

최근 우리 집에 찾아온 가족 친지들이 더운 여름에 주인에게 음식 준비할 노고를 지우지 않으려고 중국 음식 배달을 요청했는데, 모두가 다 일회용품들이었다. 환자가 있어 유명 회사의 죽을 시켰더니 그릇들이 여섯 개나 되었다. 크고 작은 그릇들을 보면 정말 예쁘게 담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졌으나, 그것들을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버리지 않고 싶었으나 그런 일회용품들의 공간 배치와 용도의 다양화가 우리 집에서는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족 형제들은 그런 일회용품들을 싼티 난다고 핀잔을 주니 주체성 강한 나까지도 눈치가 보였다. 진정 가족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향해 간절하고 절실하게 외친다. ‘그 버려진 일회용품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인류와 지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온 세상이 플라스틱 천국이라 우리가 섭취하는 과정에서 흡수된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우리가 섭취한 플라스틱은 자그마치 1주일에 카드 하나씩에 해당된다. 놀랍지 않은가? 그것도 이미 지난 통계이니, 갈수록 양이 더 많아지고 있는데,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많은 흡수 경로는 식수(수돗물이 아닌 물)이며, 그다음이 어패류와 젓갈류, 맥주, 소금 등이니, 이미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지난 것 같다. 이대로 가면 2050년도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플라스틱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그것에 수반된 가소제, 안정제, 염료, 충전제, 난연제, 촉매제 등도 같이 흡수되기 때문에 더욱 안 좋다. 수많은 화학물질의 독성물질이나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이 함유되어 더더욱 심각성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흡수되어 1시간이면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위와 장에서는 적시에 변을 볼 경우 하루 만에도 배출되지만, 혈관이나 폐와 비장에서는 이틀 정도면 줄어들고, 심장과 신장, 방광 등에서는 이틀 후가 되면 다소 늘어난다. 뇌에서는 이틀이 지난 다음에 50%가 배출되나, 생식기에서는 이틀 뒤면 세 배가 축적되고, 간에서는 이틀 후에 다섯 배가 축적된다는 의학적 통계가 있으니 조심하고 조심할 일이다.

플라스틱 오염의 원천적인 차단을 위한 순환 체계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 모두 심각성을 깨닫고 동참해서 실천하면 해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끼리만 한 구호보다 개미같이 작은 실천이라도 직접 이루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들의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먼 훗날에 살아갈 후손들의 자연을 우리가 오늘 빌려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파괴될 것’이라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충고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안들은 『무소유』에서 법정 스님이 간디의 사례를 제시하며 ‘가급적 적은 욕심으로 절제하는 삶’을 권하듯 경계하는 글이 우리가 가야 할 최고의 이정표이다. 가능한 아나바다 운동을 통해 재사용하고, 종이컵이나 물휴지나 일회용 휴지 같은 것들은 개인 컵이나 수건, 행주, 걸레 등으로 대체해가야 한다. 모든 부분에서 우리의 의식을 바꿔 조금 불편하더라도 의식의 변화와 함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가 어려운 분들이라면 가능한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라도 동참할 것을 충심으로 권해본다. 진정으로 위정자들이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김회경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울산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전남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광주 금호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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