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세상, 인간의 신체를 다시 생각하다 | 인터넷 가상현실 속 불교

메타버스 세상,
인간의 신체를 다시 생각하다

보일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월정사 명상 플랫폼 내부 화면에서는 3D로 구현한 강사를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_불광미디어

메타버스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의 자신의 육체를 어떻게 생각할까. 현실 세계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되어가는 최근 과학기술의 혁신 속에서 ‘가상성(假像性)’은 현실 세계는 물론 인간의 몸마저도 탈(脫)경계와 탈(脫)신체화로 가는 행로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개 양상은 트랜스휴머니즘에서 추구하는 소위 ‘인간 향상(enhancement)’이라는 목표와 궤를 같이하면서, 사실상 인간의 영생 혹은 불멸 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몸은 존재의 고유성과 개체성을 확인해준다는 의미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 몸은 그 자체로 생물학적, 생리적 한계를 지닌다. 최근의 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먼 기술은 인간 존재의 공간적 한계나 단일한 신체에서 오는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도전 중의 하나이다. 즉 디지털 휴먼을 매개로 한 ‘탈(脫)육체’ 시도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휴먼을 가상공간, 즉 메타버스에서 활동하게 되는 아바타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휴먼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전에는 단순히 인터넷 공간에서 나를 상징하는 아바타가 활동하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디지털 휴먼 기술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초월해서 두 세계가 상호작용, 즉 상즉상입(相卽相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메타버스 세계가 인간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인간의 일상 또한 메타버스 세계에서 구현되는 상태이다. 디지털 휴먼은 그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 속에서 인간을 대신하거나 혹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디지털 휴먼이란 “3D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간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을 대리하거나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인간 모방형 디지털 알고리즘”이다. 최근 메타버스 공간 속 디지털 휴먼 기술은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의 도입으로 인간의 원본 이미지보다도 더 선명하고 초정밀한 형태의 가공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들은 이 디지털 휴먼을 자사의 상업광고 모델로 삼아 다양한 인간의 고유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기존 인물을 아바타로서 활용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현실 세계의 실존 인간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도 디지털 데이터와 호환될 수 있도록 분석되고, 대체된다. 디지털 공간으로 자아를 확장 내지 확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이다.

신체 정보의 디지털화 ; ‘가상성의 시대’
최근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개념의 공간과 이미지 구현 기술은 기존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인간의 몸에 대해 새로운 이해와 해석을 가져오게 만들고 있다. 메타버스 기술은 상용화 초기 단계에서의 추상적이고 소박한 개념 정의를 넘어서서, 이제는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가 융복합되고 공존하는 공간’ 혹은 두 세계가 초연결되는 공간으로 이해한다. 이 메타버스 기술이 상용화·고도화된다는 것은 인간을 대신하는 ‘아바타(Avatar)’ 혹은 ‘에이전트(Agent)’와 같은 디지털 휴먼들이 활동할 공간이 확대된다는 의미이고, 대중적 수요와 흥미에 부합할 경우 더욱 무한 확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때의 활동 주체와 공간 모두 가상성에 기반하고 현실 세계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세계가 구현될 것이다. 결국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된 인간의 몸은 메타버스 공간으로 확장 혹은 확대되고, 현실 세계의 유보된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법계에서 활동할 수많은 디지털 휴먼을 양산해낼 것이다. 즉 원본인 물리적 신체는 하나이지만,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무한 복제, 혹은 무한 양산되는 형태로 인간의 몸은 어느 곳에나 두루 존재하게 된다. 캐서린 헤일즈는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에서 사이버네틱스 전통에서 인공물의 개념 발전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하면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가상성이 강조된다고 설명한다. 헤일스에 따르면 가상성이란 “물질적 대상을 정보 패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문화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헤일스가 여기서 ‘가상성’이 단순히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개념이라고 하는 이유는 “가상성은 강력한 기술들 안에 그 속성을 두면서, 가상성이라는 개념이 가상 기술의 개발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기술은 개념을 강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대로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욱 정보와 물질 사이에서 정보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면서, 정보가 더 본질적이라는 사고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다. 인공지능 딥러닝의 개발, 빅데이터, 컴퓨터 연산능력의 향상 등의 사실들은 디지털 데이터의 확보와 활용이라는 목표로 수렴된다. 결국 우리는 ‘가상성’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가상성’은 우리의 몸 안팎의 경계를 지워가고 있다.

포스트휴먼의 탈신체화와 새로운 신체
인간을 부족하고 결핍된 존재로 여기고,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 능력을 개선해 인공적 초지능을 갖춘 포스트휴먼을 추구하는 관점, 즉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에 따르면, 포스트휴먼에 대해 디지털 데이터의 가상성을 공유하는 인간의 몸과 메타버스가 만나 더 이상 생물학적 육체가 필요하지 않은 단계라고 이해한다. 완전히 디지털 휴먼화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단계에서 몸이라는 것을 폐기해도 무방하거나 자유로워질까. 여기서 한스 모라벡의 견해는 이 문제에 대한 역설적인 상황을 가늠케 한다. 모라벡은 “특이점이 도래하게 되면, 인간의 마음은 결점 많은 껍데기에 불과한 육체를 벗어던지고, 더 나아 보이는 형상을 갖춘 인공적인 용기(容器)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모라벡이 말하는 ‘용기’는 온라인 공간 속에서 그 개별자로서의 존재를 대내외적으로 확인케 할 수 있는 고유의 형상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탈신체화에 성공한 특정 존재의 의식이 온라인 공간을 부유하다가도 동일성에 대한 신원 확인의 필요에 의해서도 디지털 휴먼과 같은 일종의 의식을 담아낼 그릇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최종적으로 인간의 몸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공간에서 또 다른 몸의 속성, 즉 디지털 기반의 수용체는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가상성을 띠고 있는 메타버스 공간 속의 디지털 기반 존재들도 최소한 “인간이 자기동일성을 구축하고 관계적 소통을 유지하기 위한 근간”으로써 몸을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탈 신체를 기획하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노력은 포스트휴먼을 탄생시키게 되더라도 다시 또 다른 형상을 필요로 하는 모순과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무상(無常)한 인간의 몸에 대해 집착을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몸을 해방 혹은 폐기할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도 극단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더욱 거세져만 가고, 몸 안팎으로 가상성이 관통하면서 모든 주체를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처럼 부유(浮遊)하게 만들거나 원심력에 의해 멀리 날려버릴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 과학기술이 이끄는 대로 끌려만 갈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는 물론 ‘나’와 관계 맺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과의 상호 의존성을 바로 보고, 구심력을 확보하려는 모색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보일 스님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해인사승가대학 학장으로 있다. 저서로 『AI 부디즘』이 있고, 「인공지능 챗봇에 대한 선(禪)문답 알고리즘의 데이터 연구」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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