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뇌: 명상과학 공유랩 이야기 | 깨달음

명상하는 뇌
명상과학 공유랩 이야기

김은미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연구부교수


공부하는 사람이 마음 쓰기를 산과 같이 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하고
지혜로 불법(佛法) 생각하기를 해와 달같이 하고 (경허 스님 「마음공부」 중에서)

이런 마음 상태를 뇌파를 찍어서 알 수 있을까.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운 느낌일 때 뇌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때 뇌파에서는 알파파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한다. 인지 작업을 더 많이 하는 때에는 베타파의 비율이 증가하고, 조금 더 이완되고 느른하니 졸린 상태에서는 뇌가 더 느긋하게 작동하면서 초당 4~7번 정도 움직이는 세타파의 비율이 증가한다.

명상과학 연구는 명상이 어떻게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 사회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뇌과학으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현대에는 뇌파를 비롯한 뇌 영상 장치가 연구의 중요한 도구이다. 『명상하는 뇌』의 저자 다니엘과 리처드는 명상하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알고 싶어 했다. 본인들도 명상을 하면서 일상과 다른 명상으로 인한 의식 상태를 경험해보았다. 이런 상태를 뇌파를 찍어서 알 수 있을까, 뇌 영상 장치로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 하는 40년 이전의 의문을 평생 풀어온 사람들이다.

이러한 과학적 질문을 안고 모인 카이스트(KAIST) 친구들이 있다. 명상과학 공유랩 구성원들이다. 명상이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들었는데 명상할 짬도 내지 못하는 학부생들이 대부분이다. 전공도 국적도 제각각이다. 랩 미팅은 영어로 진행한다.

‘선정 연구’에서 심박 변이도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학부 2년 차가 논문을 읽고 분석한 결과를 이야기한다. 글로벌 연구진들에게 공유할 데이터라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여름방학 한 달간 공부 많이 했군요. 데이터 분석 구간을 조금 더 세분화해보면 어때요?” 피드백을 잠깐 해주고는 “세 살 반 된 막냇동생은 잘 있느냐”고 물어본다. 갑자기 얼굴이 환해진 친구. 옆 친구들이 “오오~!” 하는 탄성을 터뜨리니 동생 사진을 돌려 본다. 얼굴이 환해지고 숨이 편해진다고 말한다. 호흡 명상을 몇 번 함께 하고는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

이번 랩 미팅을 통해 심박 변이도 결과가 명상의 패러독스라고 한다는 걸 공유랩 학생 연구원들은 알게 되었다. 뇌는 고요하고 이완되어서 알파파의 비율이 올라가는데, 심박의 변이도는 커진다. 주변 환경이나 생체 내부의 변화에 더 능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뜻이니 회복탄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명상이 효과가 있구나. 나도 명상을 해야겠는걸’이라는 표정이다.

오랜 시간 명상과학 연구를 했던 『명상하는 뇌』의 저자 리처드도 정기적으로 명상을 한다. 명상과학 콘퍼런스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는 늘 잠깐의 명상 가이드를 해준다. 차분하고 따뜻한 리처드의 명상을 따라 하고 나면 발표 내용에 주의가 오롯이 모아지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뇌파를 찍어서 명상하는 의식 상태를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있었다. 참선 중에 델타파가 증가한다거나 티베트 자비 명상가에게서 감마파가 증가했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선정 연구에서 뇌파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가 발표할 차례이다.

학부 3학년인데 공유랩 연구도 하면서 본인 전공랩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새벽 한두 시까지 논문을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돼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단다. 그러더니 눈물을 떨군다. 옆에 앉아 있는 친구들도 착잡한 얼굴이다. 내가 양팔을 벌렸더니 내게로 다가와 포옹을 깊게 한다. 눈물과 한숨이 범벅된 순간.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라는 말을 우리 모두 나누니 잠시 후 웃으면서 제자리로 돌아간다. 허공처럼 마음을 쓴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감마파 비율이 자비 명상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친구들은 머리로도 몸으로도 체득한다.

리처드는 명상가들의 뇌 영상 특히 fMRI를 가장 많이 촬영한 연구자이다. 뇌에 병변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해부학적 MRI는 병원 진료에 많이 사용된다. fMRI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뇌의 어느 부분과 연관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선정 연구에서 fMRI를 담당하고 있는 학부생이 데이터를 이리저리 보더니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한다. 카이스트에서 평생 MRI를 연구해오신 교수님을 공유랩에 모셨다. “이 사람은 소뇌가 특별히 크네요. 이 사람은 뇌가 젊은데요. 몇 살이지요?” 54세 여성 선정 수행자라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저도 명상 좀 해야겠는데요. 이런 데이터를 많이 모아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 명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어요.” 옆에서 듣고 있는 학생 연구원들이 서로 쳐다보며 의미심장하게 눈길을 주고받는다.

명상이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는 이야기 정도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안다. 명상할 짬을 내는 게 어렵다는 게 문제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잠시잠깐의 짬이 있으면 쪽잠이라도 자려고 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런 친구들에게 정규 학점으로 명상 시간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게 2008년도였다. 미얀마 파옥센터에서 ‘사마타와 위빠사나 전체 과정’을 마친 후 나의 원력이 무엇인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내가 힘들었듯 지금도 마음자리 잡기 어려운 후배들, 동문들, 교직원들에게 명상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후 10년 만에 명상과학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명상하는 뇌』의 저자 다니엘과 리처드가 1970년대 하버드 초기 명상과학 연구자들이었다면, 우리 공유랩 친구들은 카이스트 초기 명상과학 연구자들이다. 그들은 대학원생이었으나, 우리 학생 연구원들은 꼬꼬마 연구자들이다. 이 친구들이 메디테이션 수강생들에게 심리 척도를 돌리고 분석해서 논문을 쓴다. 스스로를 명상 초보자라 생각하면서 본인의 뇌 영상을 찍어가며 룸메이트의 뇌 영상과 비교해보는 연구를 한다. 이번 여름에는 ‘뇌 영상 분석 여름 캠프’를 하고 있다.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물어보고 안 되면 전문가를 모셔서 슈퍼비전을 받는다.

올해 5월에는 학생 연구원들이 연구하고 명상하는 ‘명상과학 공유랩 연구 모델’을 정리해서 하버드 의과대학 콘퍼런스에 발표도 했다. 학부생으로서 그런 자리에 선정된 것만도 영광인데 의사, 간호사들의 교육용 유료 콘텐츠로도 쓰이게 되었다. 필자가 가장 고마운 것은 어려운 준비와 발표 과정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본인들의 학업으로 돌아온다. 회복탄력성이 참 좋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일에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뭔지 몸으로 배워가는 모습이다. 글머리 경허 스님 「마음공부」의 다음 구절이 연상된다.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지 그르다고 하든지 마음에 두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하여 참견 말고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을 당하여도 마음을 평안히 하며 무심히 가져서

아나파나사티. 들숨-날숨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가. 들숨-날숨을 놓쳤는가. 놓친 것을 깨달았을 때 바로 호흡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는가. 놓친 것에 대해 자책하고 있는가, 다음번에 놓치지 말아야지 계획하고 있는가. 호흡 명상 한 번에 마음 한 자락이 있다는 것을 배워가는 친구들. 명상과학 공유랩 학생 연구원들.

하버드에서 시작한 명상과학 연구가 이미 서구에서 하드 사이언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상하는 뇌』의 저자 리처드는 필자가 연구 책임자로 진행하는 선정 연구에 협업 연구자로 들어와 있다. 200페이지가 넘는 리처드의 이력서에는 최상급 뇌과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과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수주한 연구 프로젝트로 빼곡하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 연구는 기본이다.

세대를 넘는 명상과학 연구 결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의과대학에서도 명상을 가르치고 각종 세미나와 자격증 교육으로 수입을 내고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는 의료진 교육에 마음챙김과 자비 교육, 의료 현장 적용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정기 세미나를 개설한다. 일주일 강의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수강료를 받는데도 수강 신청이 금방 마감된다. 주로 사마타, 위빠사나, 자비 명상을 잠깐 알려주고 뇌파, fMRI 등 과학적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그리고 각자 전문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까를 논의한다.

경허 스님의 「마음공부」 마지막 구절에 ‘마음에 절로 망상이 없어진다’는 의식 상태는 명상과학 연구로 규명 가능할까. 서구의 명상과학 연구가 아직까지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카이스트에서 시작한 명상과학 연구가 우리를 그곳까지 데려갈 수도 있다. 선정 수행자가 연구를 리드하는 특별한 형태의 선정 연구가 어쩌면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김은미
카이스트에서 화학 및 IT경영학 석사 학위를,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심신통합치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의과대학 명상과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 등을 지냈다. 현재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 연구부교수로 있으면서 차드멍 탄의 후원을 받는 ‘선정(jhana) 연구’의 연구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명상하는 뇌』(공역), 『가지 않은 길, 마인드풀니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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