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명상 하는 법
이필원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명상과 수행의 차이점
세상에는 수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수행이라는 표현보다는 명상이라는 말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수행이나 명상이나 같은 의미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수행과 명상의 사용 용례를 보면, 그 목적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행은 깨달음을 지향하지만, 명상은 치유적 효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명상에 깨달음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례에서 이러한 경향성이 짙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이러한 경향은 먹기 명상, 걷기 명상, 스트레스 해소 명상 등의 말은 있어도, 먹기 수행, 걷기 수행, 스트레스 해소 수행과 같은 표현은 쓰이지 않는 것을 통해서도 우리는 이를 짐작해볼 수 있다.
수행은 고대인도 팔리어로는 브라와나(bhāvanā)라고 한다. 이 말은 말 뿌리가 브후(√bhū)이다. 브후는 ‘~되다’란 의미이다. 결국 수행이란 ‘어떤 특정한 상태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명상도 이러한 의미로 파악하면 명상의 의미가 더욱 또렷하게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본 글을 이러한 의미 맥락에서 일상에서의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명상
그런데 우리가 수행이나 명상이란 말을 들으면 떠올리는 하나의 선입견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일상의 삶을 떠나 한적한 산속이나 고요한 사찰 등을 찾아서 하는 것이란 선입견이다. 이른바 세속적 삶을 떠나 탈속적 삶을 추구할 때 ‘어떤 특정한 상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명상이란 우리의 삶과는 유리된 것으로, 일상의 삶과는 무관한 것이 되기 싶다. 일상의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 어른들이 ‘수행 아님이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말은 ‘명상 아님이 없다’라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이 말은 우리의 모든 행위가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행위가 곧 명상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행위를 명상이 될 수 있도록 할 수는 있다. 흔히 먹기 명상, 걷기 명상, 스트레스 해소 명상, 불안이나 우울에 효과적인 명상, 생각 비우기 명상, 나아가 공부 잘하는 명상, 수면 명상 등 정말 많은 명상들이 있다. 일상이 수행이라고 하듯이 정말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 이 모든 것이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행위가 명상이 될 수 있게 하는 기제는 무엇일까? 먹기 명상의 행법이 따로 있고, 걷기 명상의 행법이 따로 있는 것일까? 명상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들 명상법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제가 있다. 이것만 제대로 알고 적용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우리는 명상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단초를 찾거나 어려운 상황을 생각보다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먼저 명상의 핵심 기제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새겨야 할 경전의 내용을 소개한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물러설 때에 그는 분명한 앎으로 행동한다. 앞을 향해 보거나 눈을 돌리거나 할 때에 그는 분명한 앎으로 행동한다. 팔다리를 굽히거나 펼칠 때에 그는 분명한 앎으로 행동한다. 옷을 입을 때 그리고 겉옷과 그릇을 들 때에 그는 분명한 앎으로 행동한다. 먹을 때에, 마실 때에, 맛볼 때에 그는 분명한 앎으로 행동한다. 배변을 할 때에도 소변을 볼 때에도 그는 분명한 앎으로 행동한다. 걸을 때에, 섰을 때에, 잠에 들 때에, 깨어 있을 때에, 말할 때에 그리고 조용히 있을 때에도 그는 분명한 앎으로 행동한다.(MN.I, Satipaṭṭhānasutta)
위 경문에서 가장 핵심은 ‘분명한 앎으로 행동한다’이다. 그런데 이것은 신체적 행위와 관련한 것이지만, 마음의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 흥분, 후회, 자책, 게으름, 멍함 등’이 마음에 일어날 때에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소리, 냄새, 보이는 대상, 느낌, 맛 등에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명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이제 우리들의 일상에 적용되는 여러 명상에 대해서 알아보자. 명상을 한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세일까? 아니면 명상의 구체적인 정보일까? 자세도 중요하고 각 명상의 구체적인 행법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부차적인 것이고, 위의 경문에서 보았듯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관찰자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힘이다. 이것이 ‘분명하게 아는 것’의 출발이다.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에 대해서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몇 가지 명상법을 간단히 소개해보자.
일상에서 하는 명상법
① 먹기 명상 : 음식을 앞에 두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욕구나 감정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음식에 대한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 없이, 음식을 입 안에 넣고 그 음식의 맛을 온전하게 느끼려 노력한다. 짠맛은 짠맛대로, 단맛은 단맛대로, 쓴맛은 쓴맛대로 그 맛을 온전하게 느끼되, 결코 맛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입 안의 음식을 온전히 씹으면서 맛의 변화를 느끼려 집중하고, 알갱이가 남지 않도록 다 씹은 뒤에 음식을 삼킨다. 입 안에 음식이 남지 않았을 때, 다음 음식을 입 안에 넣는다. 이것을 반복한다.
② 스트레스 해소 명상 : 심호흡을 열 번 하면서 호흡을 느끼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경험하는 감정에서 자연스럽게 분리되도록 한다. 호흡을 느끼며 감정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의 압박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심호흡을 할 때는 들숨을 조금 강하게 날숨을 길게 내뱉는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에 대해 분명히 자각하되, 감정을 따라가지 않고 호흡에 집중한다.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에 대한 자각력이 높아져서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갖게 된다.
③ 생각 비우기 명상 : 명상은 어떤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생각을 비우려고 하는 것은 명상이 아니라 망상이 되기 쉽고, 그렇게 해서는 생각을 비울 수 없다. 생각을 비우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만약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고 한다면,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생각이 일어날 때, 그 생각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올바로 자각하고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에 집중하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생각의 내용을 확인한 뒤, 생각을 따라가지 말고 생각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며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생각의 내용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면 안 된다. 그 순간 생각에 사로잡혀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그저 나는 호흡에 집중할 뿐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비워지게 된다. 따라서 생각 비우기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집착을 내려놓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상 우리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명상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러한 명상의 핵심은 나의 생각, 말, 행동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다. 알되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앎이 깊어져 자연스럽게 지혜로운 생각, 말,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명상을 하게 되었을 때 얻게 되는 이익이다.
이필원
청주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했으며, 일본 북쿄(불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성제 팔정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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