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를 찾는 자아실현으로서 깨달음 | 깨달음

참나를 찾는
자아실현으로서 깨달음

노부호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깨달음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그러나 깨달음의 논의가 현실의 삶과 유리되어 진행됨으로써 깨달음이 신비화되어 일반인에게는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간화선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일상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깨달음에 대해서 논의 해 보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깨달음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지, 깨닫기 위해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이다. 그러나 깨달음과 관련된 논의에서 이러한 현실적인 질문에 대해 답을 얻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서 『테라가타(장로게경)』은 깨달음을 성취한 장로들의 오도송을 모아 놓은 것으로 깨달은 마음의 평온과 즐거움을 노래했다. 그러나 이 오도송들에는 어떻게 깨달음을 이루었는지,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불교에서는 자기를 찾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을 찾아라”라는 경봉 스님의 법문을 보면 ‘주인공을 찾아라, 본성을 찾아라, 나를 찾아라’는 결국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를 찾는다는 것은 자아실현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조각가가 자기의 조각은 자기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이미지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듯이 이 경우에 찾아간다는 것은 창조한다는 것이다. 나를 찾는다는 것은 나를 창조하는 것이고 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아는 성품과 재능이다. 우리는 성품과 재능을 개발함으로써 자아실현하게 된다. 여기서 성품은 아름다운 마음씨, 순수한 마음씨를 말한다. 그런데 성품은 어떻게 개발되는가? 성품은 가치에 기초를 두고 개발되고 가치는 믿음에 기초를 두고 확립되고 믿음은 성찰에 기초를 두고 형성된다. 성찰은 인생의 근본 문제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가, 일이란 무엇인가, 사람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우리의 삶에는 다섯 가지 믿음의 대상이 있고 그래서 다섯 가지 종류의 가치와 성품 특성이 있다. 성찰을 통해서 일이란 자기의 창조적 표현이다라는 믿음을 가진다면 일의 결과를 가지고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데 아무렇게나 일을 해서는 안 되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업적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 사업적 가치로부터 일을 할 때 나를 완전히 몰입해서 하는 열정의 성품 특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애정, 정의, 허정, 성찰 등 다른 성품의 개발에 대한 설명은 표를 참조).

이상의 다섯 가지의 가치와 성품 특성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영향을 주고 있다. 정의는 열정과 애정의 기초이다. 정의가 없다면 열정과 애정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위장된 탐욕이다. 열정, 애정, 정의는 허정으로 강화된다. 허정은 자기를 초월할 때, 즉 마음을 비울 때 나오는 것으로 강한 소신과 결단을 가지게 한다. 이 소신과 결단이 다른 성품을 강화하는 것이다. 모든 성품은 성찰에 의해 개발된다.

열정, 애정, 정의, 허정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는 성품 특성이다. 열정은 일을 최고로 잘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근면, 성실, 의지, 용기, 도전, 끈기 등과 같은 성품 특성을 포함하고, 애정은 하나 되는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마음가짐으로 나눔, 배려, 감사, 겸손, 협력 등과 같은 성품 특성을 포함한다. 정의는 인간으로서 올바른 도리와 원칙을 지키고 항상 바르게 행동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정직, 의리, 약속, 공정 등과 같은 성품 특성을, 허정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것으로 무욕, 초연, 인내, 결단, 소신 등과 같은 성품 특성을 포함한다.

성찰로부터 시작해서 믿음을 형성해 가치를 확립하고 성품을 개발하는 일련의 과정은 사람이 자기를 찾아 변화되는 것이므로 의식 개혁이라고 부른다. 의식 개혁의 과정이 수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의식 개혁에 대해서는 노부호. 2017. 『V이론에 의한 제3의 경영』, 서울: 21세기비즈니스. 122~138 참조).

재능은 어떻게 개발되는가? 재능은 성품이 개발될 때 자연적으로 개발된다. 따라서 자아실현은 성품의 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재능의 개발에는 특히 열정과 애정이 중요하다. 우리가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다른 사람과 애정을 가지고 협력할 때 재능은 개발될 것이다. 정의와 허정도 재능의 개발에 도움이 된다.


성찰은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므로 의식 개혁의 결과 성품이 개발되지만 그와 동시에 꿈도 수립하게 된다. 꿈은 자아의 구체적 형태로써 꿈을 실현하는 것이 자아실현이 되는 것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기회를 추구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 변화를 시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정은 다른 사람의 인정도 있지만 자기 인정도 중요하다. 꿈, 자율, 인정의 삶 속에서 단련될 때 우리는 의식 개혁을 하면서 성품을 강화하게 된다(꿈, 자율, 인정의 삶에 대해서는 노부호. 2022. 「자본주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자아실현 공동체 경영」, 월간 『불교문화』 1월호 참조). 자아실현이 심화되는 것이다. 깨달음을 자아실현이라고 하면 깨달음에는 의식 개혁에 기초한 성품의 개발이 중요하다. 또한 자아실현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구이고 욕구의 충족이 행복이므로 자아실현은 최상의 행복이다. 따라서 깨달음은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생멸심과 진여심
연기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기는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존재는 연기적 조건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생성, 변화, 소멸해간다는 것이다. 즉 모든 것이 영원한 실체가 없고 변화하는 현상이다. 연기에서 나온 개념이 무상, 고, 무아이다. 모든 사물과 존재는 실체가 없고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므로 그것에 집착한다면 괴로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대승기신론』에는 사람의 마음에는 생멸심과 진여심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생멸심은 탐진치의 마음이고, 진여심은 순수한 마음인데 자아실현을 위한 다섯 가지 성품을 진여심으로 제안한다. 생멸심의 삶은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돈, 권력, 명예를 추구한다. 이런 삶은 남과 비교하는 삶이고 남의 삶을 사는 것이다. 대립, 갈등, 고통의 삶이고 아무 보람이나 의미를 느낄 수 없는 삶이다. 진여심의 삶은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자 하는 이타적 마음을 지니고 자기 가치와 꿈을 추구한다. 자기 삶을 사는 것이다. 진여심은 고귀한 목적 의식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고귀한 목적 의식이 사명감이 되어 내 한 인생을 여기에 바치겠다는 봉사지향적 서원을 할 때 진여심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삶은 조화, 협력, 기쁨의 삶이고 보람 있는 삶이 된다. 생멸심으로 살아가는 것은 우리 인간이 보통 살아가는 것이므로 잘 알고 있는데 진여심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인지 지금까지 제시된 적이 없다. 의식 개혁을 통해서 성품을 개발하고 꿈, 자율, 인정에 기초한 자아실현하는 삶을 진여심의 삶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진여심의 삶이 깨달음을 향한 삶이다.

깨달음과 열반
깨달음에는 성품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사람이 깨달았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꿈이 수립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왜냐하면 꿈이 수립되었다는 것은 삶의 방향이 정해졌다는 것이고 꿈이 자아의 구체적인 형태를 나타내고 꿈이 있을 때 꿈, 자율, 인정의 삶을 살면서 성품을 강화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의사가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봉사 활동’이라는 꿈을 수립하고 “국경없는의사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아실현의 관점에서 열반은 무엇인가? 성품이 완성되었을 때, 즉 인격이 완성되었을 때를 열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꿈, 자율, 인정의 삶 속에서 성품이 강화될 때 완성이란 없고 점근적으로 완성에 접근한다. 깨달음의 과정에서 인간은 항상 향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향상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를 열반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깨달음: 개인적인 노력, 집단적 추진
깨달음은 자아실현이라고 했는데 자아실현은 혼자 이룰 수 없다. 자아실현의 한 부분인 성품의 개발은 개인적 노력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성품이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주위에 많을 때 우리의 성품은 좋아질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아실현과 깨달음은 개인적 노력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집단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거의 모두 조직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깨달음은 조직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직에는 리더가 있고 비전, 문화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은 성품을 유지, 강화하도록 동기부여할 수 있다. 깨달음에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이 모두 좋은 성품을 강화하면서 깨달음을 지향해갈 때 조직은 공동체가 되고 모두가 함께 협력하면서 성장 발전하는 조화로운 조직이 될 것이다.

깨달음을 자아실현이라고 했을 때 깨달음은 개인적으로 최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고 조직은 공동체가 되어 모든 구성원이 갈등 없는 조화 속에서 함께 성장 발전하게 될 것이다. 깨달음은 결국 개인이 행복하고 사회적으로 조화롭게 성장 발전하는 이상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관점에서 깨달음을 자아실현이라고 제안해보는 것이 이 글의 초점이다.

노부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21세기비즈니스포럼 공동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V이론에 의한 제3의 경영』, 『통제경영의 종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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