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선사, 농구감독 필 잭슨
선불교와 마음챙김 명상으로선수들의 정신을 단련하다
NBA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마이클 조던은 매일 아침 짧은 시간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것은 오래전에 그가 시카고 불스의 선수로 활약할 때부터 가지게 된 아침 습관인데, 선수 시절에 명상은 그가 경기 중에 정신 통일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훈련이었다고 회상한다. “관중이 조용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 바로 그 상태가 시작됩니다. 바로 선정(禪定)의 상태죠. 그 상태에 도달하면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입니다. 반면에 나는 코트의 모든 상황을 잘 볼 수 있게 되고 수비하는 선수가 나를 어떻게 막으려고 하는지 읽을 수 있습니다.”
마이클 조던 다음으로 NBA의 아이콘 계보를 이었던 코비 브라이언트도 명상에 대한 열정적인 팬이었다. 그도 매일 아침 10분에서 15분간 명상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명상을 통해 미래에 일어날 일이 무엇이든 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다고 말했다. 그와 같은 팀의 동료였던 샤킬 오닐도 매 시합 전에 마음챙김 명상을 하던 ‘시합 전 의식(儀式)’을 기억한다. 오닐은 명상이 마음의 태도를 바로잡고 경기에 임하도록 하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을 비판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건강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농구계의 전설로 불리는 세 슈퍼스타의 명상 습관은 모두 똑같은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선수 시절 그들의 감독이자 스승이었던 필 잭슨의 적극적인 명상 포교 덕분이다.
필 잭슨은 NBA에 처음으로 명상 훈련을 도입한 최고의 명장이다. 미국 프로농구 역사에서 감독으로서 가장 많이 우승했고, 70.4%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한 잭슨 감독은 전략적으로도 천재일 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끌어안아 선수 각각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용병술의 귀재였다. 감독으로 일생에 한 번도 하기 어려운 NBA 챔피언십을 11번이나 차지한 데는 남다른 용병술이 있었기 때문인데, 잭슨 감독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고 고집이 센 슈퍼스타들의 에고(ego)를 다룰 수 있었고, 모든 선수가 농구에 대해 진지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진심으로 경기에 임하는 결속력 강한 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도하는 팀마다 성공하는 비결을 묻자 필 잭슨은 선불교에서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별명 ‘젠 마스터(Zen Master, 禪師)’가 말해주듯이 잭슨 감독의 비밀 무기는 선불교(禪佛敎)의 가르침과 마음챙김 명상으로 선수들의 정신을 단련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팀, 하나의 호흡!(One team, One breath!)’은 필 잭슨 감독의 코칭 철학을 한마디로 전달하는 좌우명이다. 호흡에 집중하는 마음챙김 명상은 팀을 하나로 만드는 실천법이었다. 잭슨의 팀은 일제히 호흡 명상을 훈련하고 그 호흡을 하나의 동기로 만들었다. “우리 팀의 좌우명은 모든 선수를 하나로 묶어주는 원이다. 서로를 결집해주는 사랑의 원이다.” 잭슨은 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선수들을 둥글게 원형으로 모아 명상을 했고, 평소에는 선불교와 마음챙김을 가르쳤다. 명상을 통한 마음의 정화가 더 좋은 태도,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팀을 만든다고 설득했다. 이러한 가르침과 훈련의 효력은 팀이 낳은 결과가 보여주었다.
필 잭슨은 1945년 미국 몬태나주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나중에 크면 지위 높은 행정가가 될 것이라는 주위의 기대를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농구를 꽤 잘했던 덕분에 농구선수로 스카우트되어 대학에 진학하는 바람에 운명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에 NBA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마흔셋이 되던 해에 시카고 불스의 보조 코치로 고용되어 NBA로 돌아갔고, 이듬해에 감독으로 승진해 빠르게 팀을 정비해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강한 팀으로 변모시켰다.
어린 시절 잭슨은 기독교의 사랑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한편으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인 부모의 믿음에 영향을 받은 그는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끝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는 성령을 체험하지 못하고 방언을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여겨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잭슨의 형이 그에게 선불교(禪佛敎)를 소개했다. 현재심을 강조하는 선불교의 마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잭슨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불순한 생각을 뿌리 뽑고 제거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전통적인 기독교와 달리, 불교에서는 만사가 우리가 만든 관념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고 말합니다. 결국 더러워진 것은 사물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생각에 맞추려고 하는 욕망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선(禪)을 통한 마음의 정화는 잭슨이 기독교적 가르침이 일으킨 죄책감과 혼란을 가라앉히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했다. 몇 년 후 그는 스즈키 순류(Shunryu Suzuki) 선사의 책 『선심초심』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선 수행을 시작했다.
“내가 불스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팀을 사랑과 자비가 가득한 팀으로 만들어야겠다.’” 1989년 잭슨이 NBA 시카고 불스 팀의 정식 감독이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팀을 위해 이타심과 자비의 원칙에 기반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맹세했다. ‘이타심과 자비’는 팀 전원이 마음 깊이 새기는 지침으로서 잭슨이 기독교를 통해 배운 사랑의 가치와 선불교에서 배운 자비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잭슨의 코칭 스타일은 처음에는 괴상한 것으로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선수들이 자신의 명성과 자존심, 그리고 물질적 풍요를 획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혹자가 말하길 인간 사회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의 하나인, 프로 스포츠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철학이라고 비난을 받았지만, 잭슨 감독은 자비와 사랑이 누구보다 필요한 것이 프로의 세계라고 믿고 자신의 팀 모든 선수가 이것을 실천하도록 했다.
나중에 NBA 선수들이 겪는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잭슨 감독의 이러한 접근이 얼마나 진지한 관찰에서 나온 것인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에 NBA의 유명 선수인 더마 디로잔은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걸렸고 불안과 우울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가 겉보기에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한 전사로 보이지만, 결국 우리도 사람인걸요.”
아무도 프로 선수들의 내적 갈등에 대해 돌보지 않던 30여 년 전에 이미 잭슨 감독은 선수들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을 팀 전원이 배울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잭슨 감독은 마음챙김 훈련을 자비의 실천법으로 채택해 모든 선수가 매일 그리고 시합 전에 이 훈련을 하도록 했다. 명상 훈련과 함께 ‘나’에서 ‘우리’로 관심을 옮기며 우리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헌신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받게 되는 성공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 긴박한 시합 중에 끊임없이 겪는 긴장감 등과 같이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칠 수 있는 해로움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마이클 조던은 잭슨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당시 마이클 조던은 NBA 전체 팀에서 가장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그러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잭슨 감독님이 처음 우리 팀을 맡게 되었을 때,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감독님이 내 손에서 공을 뺏으려 했기 때문이죠. 감독님은 팀의 누구든지 공을 만질 기회가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죠.” 독선적이었던 조던이 후에 그 누구보다 더 잭슨 감독을 따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조던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조던은 뛰어난 신체적 능력과 기술을 겸비한 최고의 선수임은 분명했지만, 챔피언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급한 성격을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급한 성격과 감정을 다루게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필 잭슨이었다. 훗날 조던은 잭슨 감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잭슨 감독은 미국 프로농구(NBA)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등 슈퍼스타 선수 들에게 마음을 가라앉혀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했다. 잭슨 감독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 을 가르쳤고, 긴박한 경기일수록 평화롭게 마음 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필 잭슨 감 독에게 농구는 선 수행의 도량이었던 셈이다. |
“잭슨 감독님은 압박이 가득한 경기 중에 나의 몸과 감정을 고요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주었어요. 감독님이 없었다면 난 불스를 위해 뛰지 않았을 테이고 나의 감정을 진정하는 방법도 몰랐을 것이며, 한층 향상된 수준의 농구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1998년 ESPN 인터뷰 중에서)
잭슨 감독에게서 조던이 배운 것은 마음을 가라앉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르침 덕분에 그는 시합 중에 아무리 압박을 받아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잭슨 감독은 그에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을 가르쳤고, 긴박한 경기일수록 평화롭게 마음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면서도 공격적인 자세를 버리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그가 무모한 플레이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었고 매우 전략적인 선수로 만들었다.
“큰 경기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마음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결국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나는 내면의 고요한 곳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농구 코트 위는 전쟁터이니까요. 그 긴박한 곳에 휩쓸리고 싶지 않아요. 나는 내 감정을 통제하고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초점을 잃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잭슨 감독님이 가르쳐준 것이죠.”
통제하려고 하면 오히려 제어할 수 없다는 선불교의 가르침을 코트 위의 전사들에게 전해준 선사, 필 잭슨. 그에게 농구는 선 수행의 도량(道場)이었다.
“저에게 농구는 인생 전체를 표현하는 하나의 반짝이는 실입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농구도 때로는 예측할 수 없이 복잡합니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복잡한 현실을 통제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현실은 언제나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인생이나 농구 게임을 다루는 비결은 맑은 정신과 열린 마음으로 매 순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게임과 인생이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학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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