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다스리기 명상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사람들은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것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감정은 유지하려 하고 나쁜 감정은 없애려고 합니다. 감정에 대한 이러한 반응은 고통을 피하고 즐거움을 취하고자 하는 매우 본능적인 것으로 이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러한 시도 모두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뿌리가 깊고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반면 긍정적인 감정들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금세 사라지고 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긍정 정서의 쳇바퀴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불교 수행 전통은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 나쁜 감정을 제거하려는 강박적인 욕망이야말로 모든 고통의 뿌리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심리학 연구는 부정적인 기분이나 감정을 경험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정서 장애를 포함한 많은 정신병리의 원인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불편하고 원하지 않는 감정을 피하면 피할수록 그 감정으로부터의 자유는 점점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고 감정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감정과 싸우지 않고 감정과 친구가 되는 방법이 있을까요? 감정에 휩쓸리지도 억압하지도 않으면서 감정을 다루는 새로운 길이 있을까요? 이 연습은 마음챙김 명상에 토대를 둔 것으로 감정에 휩쓸리거나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자각하면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1. 긴장을 풀고 편하게 앉으십시오. 앉아 있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면서 불편하거나 긴장된 곳이 있다면 천천히 움직여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를 찾아봅니다. 자연스러운 호흡의 리듬을 느끼면서 몸과 마음을 이완합니다.
2. 감정은 파도와 같습니다. 감정은 생명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밀려왔다 흩어지는 물결과도 같습니다. 잠시 자신이 감정의 파도가 물결치는 해변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봅니다. 기쁨, 환희, 즐거움, 만족감, 성취감과 같은 좋은 감정의 물결이 다가올 때도 있지만, 슬픔, 우울, 외로움, 권태, 분노, 질투와 같은 원하지 않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오기도 합니다.
3. 해변에 있는 어떤 사람이 좋은 감정의 파도는 붙잡으려 하고, 원하지 않는 감정의 파도는 밀려오지 못하게 막으려 애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이런 무익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잠시 숙고해봅니다.
4. 감정은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밀려왔다 사라져갑니다. 원하는 감정을 붙잡는 것과 원하지 않는 감정을 막는 것 모두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통제하려는 부질없는 노력이 괴로움을 만들어냅니다.
5. 해변에 있는 사람이 덧없는 집착을 멈추고 바닷가에 편안히 앉아 밀려왔다 흩어지는 감정의 파도를 그저 고요히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는 수고를 멈추고 어떠한 감정이든 흘러오고 흘러가게 허용할 때 상상할 수 없었던 평정과 평화를 얻게 됩니다.
6. 가만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두세 번 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에 어떤 기분이나 감정이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즐거움, 쓸쓸함, 짜증, 우울함, 공허함, 그리움 어떤 것이든 모두 괜찮습니다.
7. 바닷가에 앉아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바라보듯이, 산등성이에 앉아 시시각각 변화하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듯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변화하고 사라지는 감정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감정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집착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또한 알아차립니다.
8.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일어나는 대로 인정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가장 진실하게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해보겠다고 마음먹어봅니다. 광폭한 감정이 몸과 마음을 휘감아버릴 때라도 그것을 그저 허용하고 그 감정에 접촉하고 머물러봅니다.
9. 인내심과 용기를 갖고 일어나고 있는 감정을 마주하고 느껴봅니다. 감정이 느껴지는 신체의 부위를 알아차리고 그곳에 가만히 손을 올려봅니다. 손에서 느껴지는 몸의 감각을 느껴봅니다. 열감, 묵직함, 긴장감, 통증 어떤 것이든 그저 느껴지는 대로 알아차리고 머물러봅니다.
10. 그 감정과 관련되어 일어나는 생각이나 충동이 있다면 그것 또한 알아차려봅니다.
“지금 이 감정과 관련되어 일어나는 생각은 무엇인가?”
“이 감정과 함께 어떤 충동이 일어나는가?”
11. 알아차린 감정이 사라지면,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옵니다. 크게 심호흡을 두세 번 하고 몸 전체의 상태를 살펴봅니다. 몸과 자신이 있는 공간과의 접촉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눈을 뜹니다.
◎ 감정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수용이 중요한 이유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하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정은 무의식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가 눌러놓은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이 갑작스럽게 분출하게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멘털 패러독스(mental paradox)라고 부릅니다. 감정에 휩쓸려 자각 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관계를 파괴하고 죄책감과 수치심을 불러옵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감정에 휩쓸리지도 억압하지도 않는 지혜로운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감정을 자신의 욕망에 따라 좋거나 나쁜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어나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허용하고 경험하는 것입니다. 허공을 나는 새가 자취를 남기지 않듯이 감정이 일어났다가 흘러가는 것을 고요한 태도로 관조할 때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찾아옵니다.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자아초월상담학 교수로 있다. 최근에는 자비 명상을 토대로 한 심리 치료 적용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 『자비의 심리학』, 『자비중심치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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