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보는 메타버스,불교계의 현황
박재철동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강사
4차 산업혁명 전개와 또 다른 삶의 공간 메타버스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IT를 기반으로 전개되고, 슈퍼 지능과 초연결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지능을 융합해 만들고, 이 사물을 네트워크에 연결해 통합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능과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 기반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사람의 건강을 관리하고(U-Health), 거대한 행정망(U-City)을 연결하고,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까지도 복사할 수 있게 되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4,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면서 개인의 삶을 추구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초연결 사회 전개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문화의 고착화로 인간 삶의 형태를 현실과 가상의 융합 공간인 메타버스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불교에서 보는 메타버스, 불교계의 현황
『반야심경』에 색이 공이라 하고, 『금강경』에는 이 현실을 하나의 꿈으로 묘사하고 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이 세상조차도 실체가 없는 공이요 환영일진데, 현실 아닌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천강에 비친 달빛에 불과하다. 그러나 메타버스 공간에서 명상 수행하며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이웃 친구를 사귀고, 경제 활동을 하며 심지어 토지를 거래한다. 메타버스에서 석굴암을 비롯한 많은 사찰 땅이 이미 거래되고 있다. 조금 시간이 흐르면 메타버스 공간에서 종교 활동이 이루어지고, 해인사, 통도사, 조계사 등 사찰이 건립되어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일상이 변화되고 종교 생태계도 급격히 진화될 것이다. 네트워크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기 주도적으로 재구성된 시간과 공간 활용을 원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수반하는 전통적인 종교 활동 형태에 순응하기보다는 불편함을 느낀다. 언택트 문화 고착에 따른 메타버스 시스템 확장은 종교 생태계 변화를 촉진하는데, 불교의 외연 확장을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된다. 메타버스 관련 불교계의 준비와 활용은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 현황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1. 동국대학교 2021년 8월, “명상메타버스플랫폼기획연구단”을 출범시켜 MZ세대를 위한 심신 케어 플랫폼과 디지털 치유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메타버스 기반의 개인 맞춤형 정신 건강 관리·회복 솔루션 개발, 뇌과학 기반의 심신 치유 콘텐츠 제작 및 프로그램 개발, 디지털 심신 치유 솔루션의 임상 연구 및 플랫폼화, 심신 치유와 예방의 글로벌 리딩용 의료 모델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출처, 동국대)
2. 조계종단 2022년 3월 3일, 불교 전통문화를 선양하고 시대와 사회 변화를 반영한 불교문화 정책 수립을 위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불교문화진흥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를 통해 불교문화의 진흥과 대중화, 장기적인 문화 정책 비전을 수립한다. 이 위원회에서 불교문화재 보호, 포교 전략과 신행 형태 등 메타버스 확장에 따른 대응 논리와 구체적인 정책 수립이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
3. 오대산 월정사 2021년 8월 개최된 강원도 청소년 명상 주간의 마음서핑에서 메타버스 기반의 명상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명상 문화를 구현했다. 청소년의 심리 변화 등을 살펴보며 각 개인의 상황에 따라 즐겨 할 수 있는 방법을 메타버스 시스템을 통해 제시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번에 월정사에서 구현한 메타버스 명상 플랫폼은 뇌파 측정기와 HMD(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를 착용하고 요가, 명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4. 은정불교문화진흥원·조계종 포교원 제13회 나란다축제를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개최했다. 이 축제에서 학교법인 동국대 산하 교법사들의 참여로 ‘도전!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제작했다. 이 콘텐츠에는 송광사, 해인사, 통도사 등 삼보사찰이 메타버스에서 구현되었다.
5. (사)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2021년 10월 30일, ‘제24회 파라미타 청소년 연합 캠프’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개최했고, 서산 보원사에서는 메타버스 비디오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보원사지 복원 대회를 열어 청소년이 불교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 외에 많은 사찰에서 메타버스 시스템 관련 교육과 활용을 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와 불교 기반 지식인의 역할
메타버스에서 불교 기반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불교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불교 기반 지식인이 적극 참여해야 된다. 기독교는 20세기 정보화 사회 전개를 기독교 부흥의 기회로 삼아 1991년 기독교 관련 교수들은 기독교정보학회를 구성해 기독교 전파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해왔다. 가톨릭은 성당을 메타버스 환경 기반으로 3D로 스캔하고 있다. 만약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스캔해둔 3D 정보를 활용해 원상 복구가 가능하다. 실제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소실되었지만, 어느 게임 회사에서 스캔해둔 3D 정보를 메타버스 공간 기반으로 재현해 원상 복구를 하고 있다. 찬란한 불교문화재를 메타 공간에 재현할 수 있는 3D 스캔 작업이 절실하고, 귀중한 불교문화 자원이 U-City에 포함되어야 한다. 급격히 진화하는 메타버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불교 기반 지식인의 역할이 필요하다.
박재철
동국대학교 경상대학 전자계산학과와 동 대학원 컴퓨터공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동국대 듀이카(전산원) 전임 교원, 동 대학원 사찰최고위 과정 강사, 한국교수불자연합회 감사, 한국정신과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에 『자료구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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