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무엇인가? | 메타버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유정숙
서울시립과학관 과학교육업무 총괄


2045년, 사람들은 저마다 귀한 보물을 찾기 위해 매일 오아시스에 간다. 오아시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 속 세상으로, 사람들은 현실의 자아를 대신한 아바타로 활동한다. 눈앞의 가상 세계를 보기 위해 커다란 고글을 머리에 쓰고,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특수 옷을 입고, 장갑을 낀 채, 게임 속 세상에서 모험을 즐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는 보물을 찾는 주인공이 있고, 이를 막기 위한 악당이 존재하듯, 이 영화에도 마찬가지로 악당이 등장한다. 그런데 게임 속 세상의 악당이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오아시스라는 가상 세계는 현실과 이어진 세상이 된다. 즉 현실은 가상 세계와 연결되어 더욱 확장되고, 이것을 ‘메타버스’라 부른다.

세계적인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인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도 가상화폐, 블록체인, NFT 등 사회 경제적 용어들이 등장했다. 대학은 신입생 환영회와 졸업식을 메타버스에서 개최하고, 기업들도 메타버스에서 취업 박람회를 열거나 쇼룸을 구성하기도 한다. 콘서트나 팬 사인회를 메타버스에서 하는 연예인도 있다. 심지어 광고계에서는 ‘로지’를 비롯한 가상 인간(디지털 휴먼 혹은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불린다)들이 광고 영상을 찍고, 현실의 가수와 가상의 가수로 혼합 구성된 걸그룹 ‘에스파’가 데뷔하기도 했다. 대체 메타버스가 뭐기에 사회 전반에서 대두되는 것일까?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 이상, 너머’라는 메타(Meta)와 ‘공간’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상을 기반으로 확장된 세상’을 뜻한다. 메타버스에서는 실물 대신 ‘아바타’로 활동하며 현실에서처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아바타’는 힌두교 산스크리트어에서 ‘하강’이라는 뜻으로, 신이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어원에서부터 이미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라는 SF소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설 속 공상과학적 내용들은 30년이 지난 지금은 각종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사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다. 20년 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떠올려보자. 인터넷에 나만의 공간 ‘미니 홈피’를 만들고, ‘도토리’로 벽지, 가구, 음악 등 ‘아이템’을 구매해서 미니 홈피를 아기자기하게 꾸몄던 것, ‘일촌’을 맺으면서 친구 관계를 형성하고, ‘파도타기’를 통해 친구의 친구를 만났었다. ‘미니 홈피’는 오늘날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 제페토, 로블록스 등이고, ‘도토리’는 가상화폐(비트코인 등)를, ‘아이템’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NFT(대체불가능한토큰)이며, ‘파도타기’는 메타버스 안에서의 사회적 소통 관계의 확장을 뜻한다. 다른 예로 운전할 때 필수품인 내비게이션도 확장된 현실, 메타버스의 기술이다. 인공위성에서 보내주는 지리적 정보들을 합해 현실의 도로와 실시간 교통 정보량과 예측 시간까지 알려준다. 내비게이션은 현실 세상과 가상 세상을 이어주는 기술이다.

그러면 메타버스가 왜 최근 들어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걸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큰 이유이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 본연의 사회적 욕구와 필요성이 사회 변화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즉 사람 간의 물리적 관계를 넘어 가상 공간에서의 사회적 교류의 필연적 확대는 디지털 기술을 급속하게 발달시켰다. 현실 세상은 디지털 기술 발전의 총합으로 사회,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시공간이 확장된 세상으로 변화해가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적 관계들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 메타버스 기술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은 공간과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게 해 사용자에게 현실과 같은 몰입감과 실재감을 준다. 2020년 MBC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혈액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일곱 살 딸 ‘나연’이를 어머니가 VR 기술을 통해 다시 만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는 이야기를 방송했다. 기술로 만들어낸 가상의 ‘나연’이에게 엄마는 진정으로 위로받고 마음을 평온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로 확장된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세상은 사람 간의 소통뿐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연결함으로써 인류애를 넓히는 따뜻함을 담은 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보여주었다.

필자는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교육 분야에서도 고무적인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가상현실 속 화려한 비주얼의 교육 상황은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부여를 높인다. 자연스레 학생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태양계 수업을 할 때는 핵반응을 일으키는 타오르는 태양 안으로 직접 들어가기도 하고, 얼음과 가스가 날아다니는 토성의 고리에 들어가기도 하니, 학습에 대한 몰입감은 수동적으로 책이나 영상을 보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교수자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들 사이의 활발한 상호작용은 자연적으로 교육 효과도 높인다. 학생들은 수업이 종료된 후에도 가상 공간에 다시 접속해 못 다한 활동을 이어가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주변인들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몇몇은 실제 교실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친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메타버스가 아이들 게임이나, 일시적인 유행으로 오해되기도 하고, 가상 세상에서의 사회적 관계나 소통도 거짓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코끼리 다리만 만져본 사람은 코끼리를 통나무라고 생각하고, 꼬리만 만져본 사람은 굵은 밧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제한된 경험이 불러오는 오류와 편견이 어디에나 존재하듯, 메타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혜택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디지털 기술의 총체인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 외면할 수 없다. 오히려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뢴트겐이 엑스레이를 발견함으로써, 해부를 하지 않아도 인체 내부를 볼 수 있어 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는 현대 사회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라는 확장된 세계 안에서 형성되는 사회 관계, 인간의 자아, 본질에 대해 더 심도 있게 성찰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유정숙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학 석사,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과학교육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저서로 『내 미래의 직업은?』, 『서울시립과학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과학여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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