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어준 시절 인연, 템플스테이 | 나의 불교 이야기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어준
시절 인연, 템플스테이


노재봉
동국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 4학기, 제4기 대원청년 불자상 수상자



매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나를 보상해주기 위해 템플스테이를 떠났다. 주말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2022 함께 걸어요! 별빛야행’이라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금요일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집을 나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북5도청에 내려 하룻밤을 보낼 금선사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청명한 새소리와 물소리가 내 귀를 가득 채웠다. 문득 ‘와!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름 즈음에 남도의 적당한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길게 할 생각을 가지고 있던 때였다. 그 이유는 내가 있는 도시와 조금 떨어져서 나의 모습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도심 사찰이었지만 금선사는 나의 이런 마음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템플스테이 담당자로부터 숙소를 배정받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짐을 풀고 문 밖을 바라보는 순간 ‘이곳에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과 함께 팀장님으로부터 사찰 구석구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저 멀리 서울 도심을 바라보는데 눈으로는 복잡하고 각박한 도시가 보이지만 귀에는 맑은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려 도시에서의 나의 분주했던 모습이 점차 사라지며 내 마음이 평온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경내를 돌아본 뒤 숙소로 돌아와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쓴 ‘마음 나누기’ 노트를 보았다. 저마다 사연과 고민을 안고 이곳에 온 사람들이 템플스테이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며 모든 이들의 행복과 축복을 바라는 글들이 많았다. 읽으면서 ‘어떤 글을 남길까’ 고민이 되었다. 저녁 공양을 하기 전 법당에서 삼배를 올리며 ‘인연 따라 가겠습니다’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윽고 고소한 밥과 참기름 냄새가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역시 마음은 물과 같은 심여수(心如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맛있는 저녁 공양을 마치고 각자가 만든 연등을 가지고 저녁 걷기 명상을 했다. 연등을 들고 경내 구석구석을 돌며 나는 차가운 바람을 온전히 내 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시금 수많은 가로등불이 켜져 있는 도시를 바라보며 시 낭송과 함께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각자의 사연들이 적혀 있는 ‘마음 나누기’ 노트였지만 나는 내 사연을 쓰기보다 모두에게 적용될 만한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펜을 집어 들고 평소 좋아하던 ‘법상 스님의 시절 인연(時節因緣)’의 한 구절을 적어 내려갔다.



사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인연은

내 밖의 상태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일 뿐이다.

모든 만남은 내 안의 나와의 마주침이다.

- 시 「시절 인연」 중에서



청아한 범종 소리와 함께 아침이 찾아왔다. 방문을 열고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시며 공양간으로 내려갔다. 이른 아침부터 공양을 준비해주신 보살님께 밥이 정말 맛있었다는 말을 전하며 고마움을 느꼈다. 숙소 청소를 마친 뒤 하산하기 전 부처님께 공손히 삼배를 올렸다. 1박 2일이 정말 짧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걸어나오니 곧 도시의 모습이 드러났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을 겪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화물차’처럼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다. 고속도로 위 휴게소의 존재 이유처럼 우리 삶 또한 ‘쉼’이 필요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템플스테이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다시 딛고 일어나는 ‘시절 인연’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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