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수행 | 불교의 시선으로 보는 음식

음식 수행
미식탐(美食貪)과 다식탐(多食貪)의 제어

공만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대우교수

석가모니 고행상

음식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수행자에게는 일상적 수준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 욕망인 식욕을 야기하는, 때로는 수행의 장애가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도 종교에서는 일찍부터 음식이 야기하는 탐욕적 측면에 주목했고 음식과 수행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와 실천이 지속되어왔다.

인도의 다르마수트라(Dharmasūtra) 문헌은 불교 성립 이전 혹은 붓다 재세 시 수행자 그룹의 음식적 실천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바우다야나 다르마수트라(Baudhāyana Dharmasūtra)』는 임서기(林棲期) 단계의 인도 종교 수행자들을 먼저 ‘요리를 하는 그룹’과 ‘요리를 하지 않는 그룹’, 두 그룹으로 분류한다. ‘요리를 하는 그룹’에는 식물성 음식과 육식성 음식을 먹는 수행자가 포함되며 ‘요리를 하지 않는 그룹’에는 ‘발견된 음식만 먹거나 음식을 먹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등’ 보다 고행주의적 음식 실천행을 하는 수행자로 분류한다. ‘식물성 재료만 먹는 그룹’도 ‘껍질을 벗긴 곡류만 먹는 그룹’, ‘구근과 뿌리만 먹는 그룹’, ‘과일만 먹는 그룹’, ‘잎채소만 먹는 그룹’ 등 세밀하게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에서 수행상에서 존경받는 그룹은 ‘요리를 하는 그룹’보다는 ‘요리를 하지 않는 그룹’, ‘육식을 하는 그룹’보다는 ‘채식을 하는 그룹’, ‘곡류를 먹는 그룹’보다는 ‘나무 열매나 뿌리를 먹는 그룹’이 보다 수행상의 계차가 높고 존경받는 수행자로 대접받는다.

이러한 음식 수행의 모습은 붓다 고행 시절의 수행 방식에 대한 서술에서도 상세히 언급되고 있다. 『맛지마 니까야(Majjhima Nikāya)』, 「마하시하나다경(Mahāsīhanāda Sutta)」은 붓다가 ‘음식의 양과 질’과 관련한 고행주의적 수행을 실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붓다는 ‘생선과 고기를 먹지 않기, 채소나 풀만 먹기, 숲속 뿌리식물이나 과일만 먹기, 떨어진 과일만 먹기’와 같은 음식의 질과 관련한 수행을 실천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하루에 한 번 먹기, 이틀에 한 번 먹기, 칠일에 한 번 먹기, 보름에 한 번 먹기’ 등과 같은 음식의 양과 관련한 수행을 실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팔리어 주석서인 『청정도론(Visuddhimagga)』은 열세 가지 의식주에 관한 두타행을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수행은 탐욕(lobha)과 어리석음(moha)을 가지고 있는 비구들이 수행하는데 적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두타행은 음식, 옷, 거처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필수품과 관련된 것으로 이들 일상적인 생활 요소가 야기하는 욕망과 충동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불교의 수행이다.

열세 가지 의식주에 관한 두타행 중 음식과 연관된 것은 다섯 가지이다:

① 상걸식(常乞食, piṇḍapātikaṅga), ② 차제걸식(次第乞食, sapadānacārikaṅga),

③ 일좌식(一坐食, ekāsanikaṅga), ④ 일발식(一鉢食, pattapiṇḍikaṅga),

⑤ 시후불식(時後不食, khalupacchābhattikaṅga)

이들 다섯 가지 음식 관련 두타행은 음식에 관한 미식탐(美食貪)과 다식탐(多食貪)을 제어하는 수행 방식으로 언급되는데 팔리 주석서인 『해탈도론』은 ‘걸식 두타행’이 음식 맛에 대한 탐욕(美食貪)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으며, 대승 『유가사지론』은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탐욕이 존재하며 이러한 탐욕은 선한 마음을 배양하는 것을 방해하며 따라서 이 두 가지 탐욕을 제거하고 음식 맛에 대한 탐욕을 제어하기 위해 걸식 두타행을 닦아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음식과 관련한 불교의 본격적인 수행 방법으로 염식상(厭食想)과 염처수행(念處 satipaṭṭhāna) 두 가지가 언급되고 있다. 염식상은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욕망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보다는 가라앉히는 예비정(豫備定)이라 할 수 있으며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근본적인 제거는 염처수행을 통해 가능하다고 불교 문헌은 말하고 있다.

염식상은 ‘상좌부’와 ‘설일체유부&대승’의 수행 방식이 다른데 상좌부는 ‘음식을 먹기 이전’, ‘음식이 체내에 있을 때’, ‘음식이 몸 밖으로 배설되었을 때’ 음식이 야기하는 혐오상을 통해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탐욕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음식은 입으로 들어오기 전에도 음식을 얻기 위해 더러운 흙과 똥을 묻히고 탁발을 하고 음식이 입에 들어와 침에 섞이고 몸속에서 체액과 결합해 혐오스러운 모습과 냄새를 발하며 배설 시에는 고약한 냄새로 사람들이 코를 틀어쥐게 만드는 등 혐오상을 야기하는 감각적 인식을 통해 음식에 대한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설일체유부&대승’의 염식상은 ‘인식적 혐오’를 통한 염식상으로 불리는데 이 방법에서는 “떡은 사람의 위장이라고 간주되고, 보릿가루 죽은 사람의 뼛가루 죽으로 간주되며, 소금은 사람의 이빨로 간주되고, 밥은 구더기, 국은 소변, 야채는 사람의 털로 연결되어 연상된다.’ 이러한 인식적 연상을 통해 음식이 부정(不淨)한 것으로 혐오상을 일으켜 음식적 탐욕을 제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염식상은 음식에 대한 탐욕을 야기하는 뿌리인 감각기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보다는 그 대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근본적인 수행이 아닌 예비적인 수행의 차제를 가지고 있다. 음식적 갈애(慾愛)를 제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치는 감각 대상에 대한 감각기관의 집착을 막기 위해 여섯 감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완전하게 제어하는 것이다. 염처수행은 집착의 근원인 바로 이 감각기관을 제어하며 따라서 음식의 미식탐, 다식탐에 대한 근본적인 수행으로 간주된다.



공만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 불교사와 초기 불교로 박사를 영국 런던대 SOAS와 킹스컬리지에서 음식학과 종교학을 수학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 대우교수로 있다. 저서에 『불교음식학 - 음식과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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