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원 불가근 | 마음으로 듣는 불교 시 한 편



조정권 시인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산정묘지』, 『신성한 숲』 등을 펴내면서 우리 시단에서 동양적인 사유와 고고한 정신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신주의 시를 썼다. 현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2017년 별세했다.

시인은 시집 『고요로의 초대』를 출간하면서 자서(自序)를 대신해 막스 헤르만의 ‘바라는 것’의 일부를 인용했다. 그 글은 시인의 시적 지향을 잘 보여준다. “소란스러움과 서두름 속에서도 늘 평온함을 유지하기를. 정적에 싸인 곳을 기억하기를. 한때 소유했던 젊음의 것들을 우아하게 포기하고 세월의 충고에 겸허히 의지하기를. 자신에게 온화하기를.”

이 시에서도 시인은 고요한 마음에 대해 말한다. 쓸데없는 것에, 세속의 유혹에, 핸드폰에 쏠리는 마음을 야단치겠노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감당하지 못하게 끓어오른 그 마음의 높이를 낮추고, 차분하고 조용하고 잠잠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지키겠노라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세속 속에서의 ‘마음의 은둔’ 같은 것일 테다. 


문태준 

시인, 『BBS불교방송』 제주지방사 총괄국장,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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